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이다. 그래서 ‘미완의 회고’란 별칭이 붙었다. 저번 달에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이다>를 읽었었는데, 그 책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운명이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일대기를 아주 잘 정제해서 쓴 글이었다면 <성공과 좌절>은 꽤 거친 글이었다.

 

  1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과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거칠게 메모처럼 정리되어 있었는데, 잘 정리된 글보다 와 닿는게 많았다. 특히 35쪽의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과제들’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답을 찾지 못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해답을 찾아가야 할 과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와 빈곤, 실업의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문제라는 것, 일국적 대응으로 해결하기가 곤란한 문제들이라는 것에 공감이 갔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을 해야할 것 같다.

 

  2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 기록을 정리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인생역정과 정치역정, 참여정부 5년의 국정 운영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길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네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인터뷰를 정리해 실은 것이 바로 이 책 2부의 내용이다. 다른 내용들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운명이다>에 나온 내용과 유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2부의 3장인 ‘한국 정치에 대한 단상’은 새로웠다. 특히 259쪽에서 “요즘 정치보다 경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 민주주의 수준에서 국민들이 제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조금 더 나아가서 원칙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한 말이 와 닿았다. 경제가 문제인 것 같지만 사실은 원칙과 신뢰를 바로 세우는 것이 문제라는 말에 무릎을 쳤다. 다가오는 대선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도 중요하지만 원칙과 신뢰, 국정 운영 철학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