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방영되었던 ‘한국사전’이란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게 봤었다. 정치나 사회구조보다 사람을 전면에 내세운 역사 다큐라니, 꽤 흥미로웠다. 결국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니까. 비록 지금 ‘한국사전’이란 프로그램은 종영되었지만, 예전에 방송되었던 프로그램들이 고스란히 책으로 엮어졌다. 시리즈로 여러권이 나왔는데 그 중 1권에 실린 인물은 총 10명이다.

  조선의 외교관이었던 홍순언, 파리에 갔던 조선의 무희 리진, 중국 당나라의 번진을 다스리던 고구려의 후예 이정기, 성실한 학자였지만 세조의 즉위를 돕고 단종을 배신했던 신숙주, 헤이그 특사로 파견되었던 이준, 당쟁 속에서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음으로 내몰았던 영조, 조선의 여성으로 제주도 거상이 되었던 김만덕, 비운의 삶을 살다간 고종의 어여뻤던 딸 덕혜옹주, 김옥균을 쏜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 홍종우, 나선정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신유 장군.

  이 10명의 인물들의 이야기 중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김옥균과 홍종우, 덕혜옹주, 헤이그 특사로 파견된 이준이었다. 특히 김옥균이 홍종우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것, 그리고 홍종우가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유학을 갔던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너무 새로운 것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화파들에게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막연히 이름만 들었던 <서유견문>과 <윤치호 일기>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배울 때, 또는 가르칠 때, 인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것 같다. 결국 역사는 인간들의 이야기이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이므로.

 

	우리 앞에 역사적 선택의 길이 주어질 때, 우리는 신숙주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성삼문의 길을 걸을 것인가?
페이지 :

  오전 10시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올 사람이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화기를 집어 들었는데 모르는 번호다.

  ‘누굴까...?’

  모르는 번호에 설레이던 내 맘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상대방의 정체는 택배 아저씨였다. 어제 주문한 책이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그래도 요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있는 뒤죽박죽 생활 속에 빠진 나를 이렇게라도 잠을 깨워주시니 택배 알림이 감사할 따름.

 

  택배를 받고 보니 박스가 두 개다. 하나는 분명 내가 어제 주문한 책이고 하나는 뭘까?

 

  박스를 뜯어보니 빨간 풍선이 한 가득 하늘로 날아가고 있는 사진에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다. ‘실연’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박혔다.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겼다. 1부가 끝나고 2부, 2부가 끝나고 3부..

 

  3부에서 책 읽기를 멈췄다. 3부에 등장하는 지훈과 현정이 지금의 나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할 때 나는 이런 댓글을 남겼었다. “저는 10년째 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어요. 실연의 고비가 몇 번 있었지만 그럭저럭 지금까지 연애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렇게 긴 연애 뒤에 남는 것이 결혼이 될 수도 있지만 이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 내가 실연의 아픔을 감당할 수 없어 떠밀리듯 이별 대신 결혼을 선택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그런 바보같은 선택은 하지 않겠지요? 이 책을 읽고 실연당한 사람들이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알고 싶네요.”

 

  책의 내용을 알고 댓글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정말 나처럼 20대 청춘을 함께 보내며 10년의 연애를 한 지훈과 현정이 등장하고 있었다. 101쪽에서 현정이가 한 말이 화살처럼 와서 박혔다.

 

	“난 가끔 우리가 사귄 지 십 년 가까이 됐다는 게 밎기지 않아. 내 청춘이 너란 사람으로 채워진 거잖아. 테트리스로 치면 난 정사각형만 잔뜩 들어가 있는 블록 같아. 어떤 사람들은 세로가 긴 직사각형, 가로가 긴 직사각형, 기역, 니은 모양의 도양처럼 다양한 블록들로 가득 차 있을 텐데.” 직선처럼 부는 바람 때문에 나무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흔들렸다. 현정의 긴 머리도 같은 방향으로 흩날렸다. “지루해?” “가끔. 넌?” “글쎄.” “…….”
페이지 : 101쪽

 

  여자인 내가 이별을 이야기했을 때 내 남자친구도 지훈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한달 동안 라면만 먹고 우리가 함께 한 사진들을 불태울까?

 

  이별을 이야기하고 나는 일을 그만뒀다. 아무렇지 않게 일터에 앉아 쌓여있는 일들을 처리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내 방엔 온통 그 사람과 함께 한 물건들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선물한 책, 노트, 그가 찍어준 사진, 하다못해 그와 내가 좋아하던 커피까지 모든 것이 그 사람을 생각나게 했다. 차라리 일터에 있었다면 이런 것들에서 인위적으로라도 멀어져 있었을텐데.. 이 모든 추억들을 다 정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갈 용기가 없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생겨서 이별을 생각했다면 이렇게 이별을 말하고 다시 만남을 이야기하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았을텐데.. 현정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별을 한 뒤 결혼정보회사의 소개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번번히 10분도 안되어 퇴짜를 놓더니 결국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현정이가 지훈이를 통과하지 않고 자기의 청춘을 이해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 문구에 한참이고 넋을 놓고 말았다. 

 

  작가는 말한다. 실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헤어져야 만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말한다. 대부분의 오래된 연인은 실연의 아픔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래도 실연 후 다시 만난 연인은 뭔가 예전과는 달라져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철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에요.
페이지 :  377쪽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반납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제목이 너무 와닿아서 무작정 이 책을 빌려왔다. 이 책의 제목인 ‘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라는 말은 집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내뱉은 적이 있는 말일 것이다. 청소는 열심히 하면 본전인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보니 본전 찾으려고 애써서 청소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도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고,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인식의 전환을 한다면 청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을테니. 이 책을 읽고 청소에 대해 유용한 팁들을 몇가지 알게 되었다.

 

요일별 청소로 빠짐없이 깨끗하게

 

  이 책의 저자는 자세한 집안일 일정이나 청소 이력을 달력에 기록하고, 요일별로 청소할 내용을 정해서 한다고 한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꾸준히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이런 요일별 청소나 집안일을 고정적인 일정으로 짜는 방법은 독일식 가사 기술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한다. 또 청소를 수월하게 하는 방법는 조금씩 바지런히 하는 것이란다. 청소를 스트레스로 여기지 말고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하면 따로 시간을 내서 하지 않아도 된다.

 

친환경 세제로 건강하게

 

  저자가 알려준 유용한 청소도구 둘은 바로 초극세사 행주와 아크릴 수세미다. 초극세사는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섬유라서 수건으로도 닦이지 않는 때가 쉽게 닦인다고 한다. 아크릴 역시 가는 섬유라서 빡빡하게 뜨면 초극세사 소재와 맞먹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 저자는 친환경 세제를 쓰는데, 기름기와 단백질 때를 제거하는데는 탄산수소나트륨이 제격이란다. 식초는 물때를 잘 없애는데다 살균효과까지 있어서 유용하고.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내 집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청소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자와 내가 다른 점. 저자는 전업 주부고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일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주부들보다 집에 신경을 쓸 시간이 적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청소법과 노하우들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