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닥치고 정치>는 읽을 때마다 시사점이 다른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것은 문재인의 국회의원 출마 선언 때였다. 그 때는 ‘6장 가능, 하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인간 문재인을 김어준을 통해 발견하게 되었고, ‘이명박을 버텨낸 우리에게는 문재인 정도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말에 너무도 감동했다.
두 번째 이 책을 읽었던 시점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이 대두되던 때였다. 이 책의 ‘4장 정치는 연애다’는 통진당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또 그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김어준은 도덕적 조직적 강박이 진보 정당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했는데, 통진당 사태는 그렇게 도덕을 강조하던 진보 진영의 발가벗은 실체를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표류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보고 있으면 이 책의 4장에 실린 내용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어준은 진보진영 정치인들에게 결여된 것은 대중정치인으로서의 면모라고 말한다. 조직의 논리와 정서에 매몰되어 정작 조직 바깥의 대중이 원하는 것과는 광년 단위로 멀어져갈 때 조직의 이념이나 정파의 노선보다 대중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읽어낼 줄 아는 정서적 통찰력, 그 감성과 직관의 대중적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중이 등을 돌리는 줄도 모르고, 저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 그대로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 번째로 이 책을 읽은 때는 언론 파업은 장기화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에 실망을 느꼈을 때였다. 그 때 ‘2장 불법은 성실하다’에 나오는 내용들은 너무도 속 시원하고 명쾌한 해석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여론조사도 필터링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분이나 ‘검찰은 이명박편이 아니라 검찰편이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요즘에는 진보세력 내지 반MB세력이 집권해야하는 이유를 거의 매일 언론이나 검찰을 보면서 생각한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서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 책의 2장을 읽으면서 집권에 대한 의지를 더 강하게 다지게 되었다.
네 번째로 이 책을 읽은 때는 박근혜 의원의 ‘5.16 군사 쿠데타’ 발언 이후였다. ‘5장 공주와 동물원’을 읽고 정치인 박근혜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박근혜는 비련의 가족사를 겪었다. 양친을 총살로 잃고 그녀가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면 인간적인 연민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인 박근혜까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녀의 국가관은 아버지가 총살 당하던 그 때, 그 나라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고, 5.16 군사쿠데타도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김어준처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닥치고 정치>를 4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김어준의 통찰력과 언변에 놀라곤 한다. 과연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책을 읽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