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 느낀 행복의 충격

 

  일상 생활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기가 힘든 요즘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면 정말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행복은 여유에서 오는 것일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유 없는 삶'을 미덕으로 알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저자가 프로방스에서 본 행복한 표정들의 사람들은 가히 충격이었을 법하다. 더군다나 저자가 프랑스로 가기 전까지 경험한 한국 사회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머나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현재의 행복을 끊임없이 희생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지중해안의 사람들은 철부지같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p.51)

 

  ‘눈물겨운 행복’. 왜 우리는 행복을 그 자체로서 즐기거나 느끼지 않고 눈물겨운, 또는 비참한 등의 아이러니컬 단어와 함께 쓰는 것에 익숙한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지금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언제 올지 모르는 행복을 위해서 어제와 오늘을 희생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를 즐길 줄 아는 프로방스의 사람들, 그들은 철부지가 아니라 우리가 본받아야 대상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낯선,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프랑스의 그 곳!

 

  프로방스에서 찾아간 폴 세잔의 생가, 그곳에서 우연히 찾아들어간 정원은 저자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친구의 차를 타고 우연히 찾아간 루르마랭, 그곳은 알베르 카뮈의 묘지가 있는 곳이었다. 모롱 가문이 살고 있는 생레미드 프로방스로 가는 길에선 고흐를 떠올렸다. 생레미의 수도원 겸 병원의 고요한 입구에는 고흐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으니까. 레보드프로방스에서 아를을 향해 달리면 언덕배기에 풍차 하나가 구름을 향해 날개를 허공에 펼친 듯 서있다. 그 곳은 알퐁스 도데의 <풍차방앗간 편지>의 배경이 된 곳이다. 마르세유에 가서 부야베스라 부르는 생선 매운탕을 맛보고, 칼랑크에 가서는 알몸으로 물 속에 뛰어들기도 했다. 나에게는 너무나 낯선 프랑스의 지명이지만, 세잔, 알베르 카뮈, 고흐, 알퐁스 도데라는 익숙한 이름들과 함께하니 어디선가 들어본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도 같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저자가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에 머물었던 그 시절은 학생이었고 곧 청춘이었다. 때때로 프랑스의 이곳 저곳을 눈에 담았고, 부활절이나 방학엔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갔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는 다른 나라를 향해 갈 수 없는 우리나라의 인식으로 차를 통해 국경을 넘는 느낌은 저자에게 남달랐을 것이다. 유럽에선 ‘국경선 없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느낌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너무 늦기 전에 모든 젊은 사람들처럼 유럽을 향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언제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내 눈과 마음에 담아올 수 있을까?

  연일 안철수의 책이 화제다. 7월 30일에 18쇄가 발행되었다고 하니 곧 100만부를 돌파할 것 같다. 이 책이 발간된 지 1달도 되지 않아 100만부를 돌파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정치, 결심하셨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가 명확하게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우유부단하다느니 간을 본다느니 깎아내리기에 정신이 없다. 안철수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일침을 놓는다. 서울시장 선거 때 20분만에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은 우유부단한 사람의 행보라도 볼 수 없으며,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러니 안철수 역시 간만 볼 것이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속이 시원한 비판이다.

 

  안철수는 자신의 지지율에 거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의 지지율은 온전히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며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과 사회적 열망이 자신을 통해 표현된 것이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이를 온전히 정치하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는 국민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지지를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하고, 지지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책을 통해 내보이니 국민들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p.52)"

 

  이렇게까지 신중하게 대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정치꾼들은 출마선언을 빨리 하라고 재촉할 자격이 없다. 그가 출마선언을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권력욕이나 야망이 아닌 국민의 지지와 희망를 저버릴 수 없어서 내린 결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그의 생각을 읽고 과연 이 지지율이 거품인 것인지 신중하게 바라보자. 야권 후보가 결정될 쯤이면 안철수도 지지자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될 것이고 출마든 불출마든 선택하게 될것이다. 우리는 그저 기다리면 된다. 안철수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이기도 한 것인지 따져보면서 말이다.

 

 <안철수의 생각> 우리의 생각과 얼마나 같을까?

 

안철수가 이야기하는 복지

 

  안철수는 복지를 확충할 때 소득 상위층 뿐만 아니라 중하위층도 형편에 맞게 조금씩은 함께 비용을 부담하면서 혜택을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소액이더라도 돈을 내고 참여하게 하면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고 만족도와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으로 의료봉사 할 때 환자들이 무료로 진료를 하니 약을 잘 먹지 않다가 100원이라도 진료비를 받으니 열심히 약을 먹었다는 일화를 들었다. 또 새로운 복지 정책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한다.

  지금 대선 출마자들은 모두 복지를 이야기한다. 세금은 줄이겠다면서 복지를 하겠다는 사람의 주장을 들으면 우리는 복지에 대한 세수 마련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 등을 하겠다는 사람의 주장을 들으면 우리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인지,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될지 따져보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복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람의 주장을 들으면 있는자와 없는자에게 어떻게 차등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 이제 다음 과제는?

 

  안철수는 지금 우리 사회가 주거, 보육, 교육, 건강, 노후 등 민생의 기본적인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자살률과 출산율은 지금 현재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각박한지를 알려주는 통계수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경쟁력이나 책임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가 기본적인 안정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곧 복지국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복지를 강조하다보면 경제 성장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안철수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복지 국가 건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경제는 제조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으며, 새로운 산업 동력의 창출 차원에서 지식정보 산업의 발전과 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복지 국가를 건설해 사회안정망을 강화해야 하고 그것이 산업발전을 위해 필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안철수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세가지, 복지, 정의, 평화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 나는 '정의'가 가장 와 닿는다. 어느 시대에나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있었고, 빈부격차도 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양극화가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것은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사는 집 아이고 못사는 집 아이가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잘사는 집 아이는 온갖 특권을 누리며 사는 사회구조가 지금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그렇게 많이 팔려나간 것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공정한 정의를 바라는지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의 생각과 내 생각이 같은 부분

 

-안철수는 복지를 이야기하면서도 선별적 복지만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보편적 복지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서 공감이 간다. 무상급식이나 의무교육처럼 학생들의 교육과 관련된 것은 보편적 복지가 필요할 것 같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 확대나 실업급여 지급은 선별적 복지를 통해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 낳아서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지적하고 있어서 공감이 갔다. 정부에서 아이를 낳으려고 출산만 장려할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여성들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해 주는 것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늘리는 것은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