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시장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아담스미스의 '보이지않는 손'이나 그의 저서 <국부론>을 인용한 칼럼을 자주 접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담스미스라는 이름을 참 많이 들었었는데 그의 저서를 접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짬을 내서 국부론을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국부론은 생각했던 것보다 분량이 많았다.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번역본은 무려 1000쪽이 넘는다. 그래도 다른 출판사보다는 이 출판사의 번역본이 나은 것 같고, (사실 번역 내용을 꼼꼼히 비교해보지는 못했다^^) 뒷부분에 아담스미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부록을 싣어놓은 것이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본문을 읽기 전에 뒷부분의 부록부터 봤다. 아담스미스는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교수였는데 1759년 <도덕감정론>(동서문화사의 번역본에는 도덕정조론이라고 되어있다)을 출간해서 철학자로서 명성을 누렸다. 그리고 1764년에는 한 귀공자의 가정교사가 되어 약 3년동안 프랑스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그 때 아담스미스의 나이 41세였다. 그 여행에서 돌아온 뒤 1776년에 출간된 책이 바로 이 <국부론>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이 발간되던 18세기 후반은 아직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매뉴팩처(공장제수공업) 시대, 즉 자본주의 초기단계였다는 점이었다. 스미스는 어떻게 영국의 산업 발전을 예견했던 것일까?

 

 <국부론>이 분량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이 책의 부록만 읽어보아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담스미스의 생애와 사상이 아주 상세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다시 책의 첫부분으로 돌아가니 일단 영어로 된 원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An Inquiry into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번역된 제목은 단순히 국부론인데 원제목은 국부의 본성과 원인에 대한 연구였다. 결국 나라의 부를 어떻게 증진시킬것인가가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5편으로 되어 있는데 1편의 1-3장은 분업에 대한 것이었다. 분업은 <공산당선언>에서도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되었는데 <국부론>에서도 분업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기계의 발명으로 분업이 생긴 것이 아니라 분업 때문에 기계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북벌>은 미완의 <허생전>을 완성하는 의미다. 이 소설은 북벌을 독려하던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작가의 말이 너무도 흥미롭게 다가와서 책을 펼쳤다.

 

  조선의 왕과 사대부는 병자호란으로 청에 치욕적인 항복을 선언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컸다. 그동안 오랑캐라고 여겨왔던 여진족이 세운 나라에 군신 관계를 맺고, 임금이 굴욕적으로 항복을 했다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에 오랑캐에게 당한 수치를 씻고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킬 수 있도록 청에게 복수를 하자는 북벌론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북벌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조선이 섣불리 청과 전쟁을 벌였다가는 멸국의 화를 입을수도 있다고 보았다. 또 임진왜란 때는 명이 조선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선이 명을 대신해서 싸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신유, 윤헌, 이완대장 같은 인물들은 강력하게 북벌을 주장하며 은밀하게 군대를 양성하고 화포를 제작했다. 북벌을 기화로 왕권을 강화하고자 했던 효종 역시 이들을 지원하며 강력하게 북벌을 추진했다. 하지만 집권층이었던 서인에게는 북벌론은 그저 명분뿐이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재조지은을 말하며 북벌을 주장했지만 속으로는 북벌은 명분으로만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북벌은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실제 역사 인물은 물론이거니와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이 시기의 북벌을 둘러싼 대립 상황을 박진감 넘치게 전개시켜 나간다. 특히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허생까지 등장시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시키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원대한 북벌의 계획은 효종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북벌에 일생을 바친 이완대장과 규저, 종사관의 안타까움이 전해져오는 것 같다. 그 때, 효종이 갑자기 죽지 않았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전에 읽었던 <공산주의 선언>은 얇은 책이긴 했지만 그 행간에 숨어있는 맥락이나 의도, 뜻을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공산당선언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해준다.

 

  책을 펼치니 '강의 안내'가 나왔다. 아마 이 책이 강의를 정리한 책인가보다. 별 생각없이 읽어내려가다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제도 알려주고 답도 알려주고 오픈 강의실 방식으로 치른다고? 갑자기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져서 책날개의 저자소개를 펼쳤다. 저자 소개가 너무 웃기고 특이해서 책 내용을 다 읽기도 전에 이 책에 완전 빠져버렸다^^

 

  진정하고 책 내용으로 몰입~~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너무 쉽다. 공산당 선언의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게 이런 말이었구나' 무릎을 몇번이나 쳤는지 모른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공산당 선언>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것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자본주의의 본질과 모순, 그리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책을 다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컬러니 블루컬러니 말하면서 차이를 두려고 해도 대학교수든, 공장 노동자든 우리들은 그냥 다 같은 프롤레타리아일 뿐이라고. 부르주아의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다 같은 노동자이라고.

 

  이 책의 135쪽에도 <공산당선언>은 내용이 압축적인데다 학술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보충설명이 제법 필요한 문헌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니 <공산당선언> 원문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다고 머리만 쥐어 박을 것이 아니라 강유원 선생님 같은 연구자의 도움을 빌려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자. 고전의 의미가 새롭고 명확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