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머리말엔 이런 말이 나온다.

 

  "스무 살의 문재인에게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더 많은 청춘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제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밤을 꼬박 새우고 싶지만 그 일을 우선 이 책에게 대신 맡깁니다."

 

  보통 이런 글은 아들이나 딸에게 해준다는 심정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던데, 스무 살의 자기 자신에게 해준다는 심정으로 썼다는게 좀 신선했다.  

 

가난한 집 아이들도 꿈 꿀 수 있다.

 

  ‘가난’이란 단어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이 난다. 그리고 극복해야 할 대상인 것 같고,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이 땅에는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열심히 살지만 가난은 좀 처럼 벗어날 수 없다. 나는 가난을 개인의 탓이라고만 돌리는 사회가 원망스러웠다. 또 부모 잘 만나 끼니 걱정은 해 본 적 없고, 돈 걱정 없이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아가며 공부하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가난이 꼭 상처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난은 성장을 위한 큰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은 가난한 집에서 때어나 끼니 걱정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책의 첫장은 ‘저를 키운 것은 8할이 가난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변호사라는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그에게서 가난한 어린 시절이 연상되는가? 그러니 가난에 허덕이며 마치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만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의 이 부분을 읽어주면서 말하고 싶다. 가난해도 성장할 수 있다. 가난해도 꿈 꿀 수 있다.

 

 

	재능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어려울 때 사람은 절박해집니다. 특히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처한 여건이 남에 비해 너무 뒤처지면 절박함이 극에 달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오히려 어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당신 안에는 어떤 절박함이 있습니까? 그 절박함을 에너지로 사용하십시오.
페이지 :  77쪽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청춘, 직업을 찾는 청춘,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청춘들에게.

 

  요즘 도서관에 가 보면 공무원 시험 준비, 토익 시험 준비, 자격증 시험 준비 등등 시험 준비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단행본 한 권 들고 도서관에 갔다가 펜들고 열심히 시험 대비 문제 풀이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머쓱해져 돌아온 적도 있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다. 학점, 토익점수, 인턴 경력 등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저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싶고, 어떤 인생 목표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학점도 좋지 않고, 토익 점수도 없고, 인턴 경력도 없는 나는 저 사람들에게 대책 없는 청춘으로 보이진 않을까?

 요즘 청년 백수가 많은 이유가 자발적 실업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이만한 스펙이 있는데 중소기업 같은 곳은 들어가기 싫고 대기업 정도는 가야겠으니 몇 년이고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것이란다. 한달에 200만원 벌면 적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대기업에 목숨 걸고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돈을 벌고 싶어서인지. 돈을 벌고 싶다면 그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자.

  이 책의 95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돈이면 못할 게 없다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어머니의 된장찌개, 아버지의 기분 좋은 휘파람 소리, 열심히 일한 뒤 흐르는 땀, 출산 후에 흘리는 엄마의 눈물, 꿀맛 같은 낮잠, 나를 가장 믿어주는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만 쫓으며 사는 인생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도 돈 버는 것이 목표가 되면, 그 순간 보잘것 업는 직업이 되고 만다.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내가 소명의식을 찾고 보람을 가지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자. 또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 아닌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직업 말고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만약 그런 직업을 찾았는데 채용이 안 된다면 자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학벌이 부족해서 스펙이 부족해서 안된다고 좌절하지 말자. 이 책에 나오는 말처럼 일에서 성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는 간절함이다. 이 길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할 때 그 길은 내 길이 된다. 그러니 지금 몇 백장의 이력서를 돌리고도 좌절하고 있는 청춘이 있다면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또 한번 도전하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의 이 문구를 들려주고 싶다.

 

	누구도 내일을 알 수 없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은 내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말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포기하지 않으면 내일은 달라집니다. 분명한 것은 열정과 노력을 배신하는 내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에게도 봄은 옵니다.
페이지 : 26쪽

 

  * 이 책의 아쉬운 점 : 포토에세이면 사진을 찍은 사람을 밝혀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사진찍은 사람에 대한 소개는 없고, 이름도 책날개 부분 밑에 아주 작게 적혀 있어서 아쉬웠다.  

  <백범일지>는 백범 김구 선생님이 중국 상해와 중경에서 임시정부 활동을 할 때 어린 두 아들에게 자신의 지난 일을 알리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백범일지의 첫 머리에는 두 아들에게 쓴 편지도 있는데, 멀리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자식들을 그리워하고 걱정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온다.

 

  <쉽게 읽는 백범일지>는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백범일지의 원본의 문장을 다듬고, 중복 부분을 통합하고, 번잡한 부분을 정비한 것이다. 사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님이 독립 운동을 하던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쓴 것이라 시기가 모순되거나 인명, 지명을 착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구자인 도진순 선생님께서 그런 착오를 바로잡아 독자들이 김구 선생님의 생애와 내면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다른 책과 비교해보면 읽기가 정말 수월해서 책 내용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사실, 백범일지는 중학생부터 권장도서 목록에 들어가 있고 중학교 국어 교과서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일부분이 발췌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이 쉬운 편이 아니라서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자로 된 어휘들이 많아서 어른인 나조차 잘 이해되지 않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또 김구 선생님이 독립운동을 하던 그 시기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으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백범일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또 산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백범일지를 읽으라고만 권할 것이 아니라 직접 읽으라고 이 책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판본은 전해 줘도 어려워서 안 읽을 것 같은데 이 판본은 쉬워서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그래도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렵긴 어렵다^^

  이 책에는 향수에 푹 빠진 한 사나이가 등장한다. 그는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 다섯 차례에 걸친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향수에 자신의 인생을 걸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은 그루누이. 그는 파리의 어느 악취나는 생선노점에서 환영받지 못한 채 태어났다. 부모로부터 버림당하고 수도원에 맡겨진 후 유모의 손에서 자라게 되지만, 모든 유모는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루누이를 포기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그루누이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고유한 체취를 가지지 마련인데 그루누이에게는 그 체취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어떤 냄새도 풍기지 않았던 이 아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향기를 분석하는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가히 신이 내렸다고 할 정도로 탁월한 감각이었다.

  사회에서 떠돌림 당하고 버림 받았던 그는 그저 향기를 찾아 파리의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발디니라는 향수 제조 업자를 만나 향수 제조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게 되었다. 그루누이는 뛰어난 후각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자신에게는 체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방법에 몰두하게 된다. 결국 그는 세상의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향기를 만들기 위해 무려 스물다섯 명의 아름다운 소녀들을 살해하고 말았다. 사람의 체취가 없어 어린 시절부터 핍박받았던 그루누이에게 지상 최고의 향수란 바로 ‘사람의 냄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향기를 얻어내기 위한 이 악마적인 발상은 결국 그루누이를 죽음의 길로 몰고 가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나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잘 생기거나 말을 잘 하거나 매너가 좋거나 키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박하고 꾸밈이 없는 이에게서 나오는 사람의 향기를 그루누이는 갈망했을 것이다.

  우리 각자에게서 풍겨지는 향기는 좋은 향수를 몇 방울 뿌린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위적인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사람의 향기이다. 향기는 곧 그 사람의 인격이며,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향기로운 향을 낼 수 있다.

  나는 여성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의 일부만이라도 자신의 향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었더라도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향기가 아닌 악취라면 아름다운 외모는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도, 대단한 능력도 그 사람이 향기로운 향기를 지녔을 때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나는 어떤 향기를 풍기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