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반납대에 꽂힌 이 책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빌려왔다. '파리'라는 도시가 주는 느낌도 좋았고 '싱글'이면서 독립을 꿈꾸는 내 상황에 너무 잘 맞는 책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휘리릭, 집 인테리어와 소품 위주로 가볍게 읽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 중에 갖고 싶은 것도 꽤 많았다. 화이트, 옐로우, 그린 등의 벽으로 깔끔한 느낌을 주는 집들이 많았고, 시멘트로 벽면을 처리에 엔틱한 느낌을 주는 집도 있었다. 쇼파를 덮는 패브릭이 인상적인 집도 있었다.

 

  이 책에는 파리에 사는 싱글 13명의 집 구조, 사진, 간단한 인터뷰가 실려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보다는 싱글 13명의 인터뷰가 좋았다.

 

  인터뷰의 첫 질문은 혼자 살게 된 계기를 묻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은 '독립할 나이가 되었으니까.'라고 답했고, 몇몇은 '자유로워지기 위해'라고 답했다. 요즘 한국에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부모와 함께 사는 일명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독립할 나이가 되었기에 혼자 살게 되었다는 말은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문화차이를 보여주는 듯 했다.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나이 서른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아직 생각이 없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좀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그녀들을 보면서 서른을 앞두고 결혼에 대한 조급함을 느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그녀들처럼 내 직업을 갖고, 독립을 하게 된다면 결혼에 대한 조급함을 잊을 수 있을까?

 

  이 책에 집을 소개한 13명은 일러스트레이터, 웹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등 예술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싱글 생활을 통해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혼자 살면 좋은 점은 뭐니뭐니 해도 자유로움인 것 같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누구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 내 공간을 마음대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옷을 가장 많이 입혀 본 스타일리스트와 옷을 가장 많이 입어 본 모델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은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평소 패션이나 꾸미기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내가 그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내 생애 최초의 패션관련 책을 구입했다. 표지에서부터 산뜻함과 세련됨이 풍기는 이 책은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모델 장윤주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같은 주제로 쓰여진 다른 내용의 단편 2개를 보는 느낌이랄까.

 

  서은영은 스타일리스트답게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여러 팁을 알려주는데, 사실 패션 용어나 명품들을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대략 난감이었다. 팬티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도 몰랐고, 여러가지로 열거되는 구두의 종류도 나에게는 생소했다. 그래도 그녀가 전해주는 옷과 소품을 수납하는 방법이나 스카프 연출법은 꽤 유용한 것 같다. 특히 색연필로 드로잉된 그녀의 패션 이미지들이 보는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격하게 공감한 내용은 99쪽의 ‘용서받지 못할 사소한 것들’이었다. 서은영은 앞뒤가 똑같은 두께로 붙여진 플랫폼 슈즈, 화이트 스타킹,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로고로 도배한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겠단다. 나는 살색, 커피색, 검정색을 제외한 다른 스타킹 색깔에 익숙하지 않은데 특히 흰색 스타킹은 왠지 나이든 느낌이 들고 촌스롭게 느껴진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때 흰색 스타킹을 신은 적이 있다. 흰색 아코디언 스커트를 입으면서 흰색 스타킹을 신어 색깔맞춤을 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이제 막 사복 입기에 길들여진 스무살 새내기였기에^^)

 

 

  서은영의 글 중 인상깊었던 내용은 프롤로그에 있었던 이 말.

 

	패션이란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패션을 즐기면 자신만의 진정한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무작정 유행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페이지 : 프롤로그

 

 

  이 책의 또 한명의 저자 장윤주는 기본 아이템에 집착한다고 한다. 흰 운동화, 청바지, 무지 티셔츠, 블랙 코트 같은. 특히 그녀는 디자인이 다른 청바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가 뭔놈의 청바지가 이렇게 많냐고 할 정도란다. 나도 기본 아이템이 깔끔함을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청바지를 많이 가지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청바지도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눈에나 스타일이 다르게 보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청바지는 그냥 청바지일 뿐인 것 같다. 특히 남자들은 청바지의 색상 정도만 구분하지 스타일을 구분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한 예로 내 친구 중에 일자 청바지만 고집하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에겐 다 같은 일자 청바지라도 브랜드가 다르고 디테일이 다르게 느껴진단다. 하지만 그렇게 일자 청바지만 입는 내 친구를 만나는 남자 아이는 “넌 왜 매일 같은 청바지만 입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남자아이가 스타일이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또 장윤주는 피부를 위한 것이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하는 것보다 건강한 피부를 갖는 것이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엔 못 느꼈는데 나이들수록 점점 건강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당당히 노메이컵을 할 수 있는 피부, 비비크림을 바르지 않고 선크림만 발라도 광이 나고 빛이 나는 피부를 갖고 싶다.

 

  장윤주의 글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패션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것이었다. 꾸미지 않은 듯 편안한 스타일의 뉴욕, 딸기색 오렌지색 바나나색의 아프리카, 지나치게 로맨틱하고 깊이 있으며 할머니들까지 스타일리시한 파리, 색채와 형태에 대해 실로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이탈리아, 유행에 민감하고 다양한 장르의 마니아가 있는 일본, 예술가도 많고 유독 컨버스를 즐겨 신는 사람들이 많는 베를린. 패션과 연결된 곳곳의 도시들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책장에 꽂으면서 나는 신이났다. 볼거리도 읽을거리도 많은 이 책을 내 책장에 첫 패션관련책으로 꽂을 수 있어서^^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어 보았을 스튜어디스. 이 책은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항공사 임원의 자리에까지 오른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나는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아이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임원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극소수의 이야기일 뿐, 대부분의 스튜어디스는 빨리 일을 그만두는 편이다. 서문에 나타난 것처럼 스튜어디스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 저자도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을 했다면 33년이나 비행을 하는 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튜어디스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해외 곳곳을 다닐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이 책의 1장을 보면 스튜어디스가 자기 성장, 자기 계발이 가능한 직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일을 하면 할 수록 외국어 능력이 향상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세련된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직업인 것 같다.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구매했는데 내용은 참 좋았는데 뭔가 아쉬었다. 이 아쉬움이 무엇 때문일까 가만가만 생각해보았는데, 그건 아마도 이 글의 저자가 여성이긴 한데 독신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가 결혼을 해서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었다면 여자로 태어나 대기업에서 별을 따는게 가능했을지 의문이 든다. 시댁어른들 생일이나 제사에 불려다니고 집안 살림하다보면 직장일에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게 결혼한 여성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이까지 낳아서 기르다보면 외국으로 장시간 비행을 나가는게 얼마나 불안할까?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결혼한 여성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저자에게 붙여지는 ‘최초’라는 수식어도 불편했다. 그만큼 여성들이 대기업 임원을 하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이니까. 그래도 저자와 같은 임원까지 해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같은 여성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아주 힘들긴하지만 여성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으니까.

 

   아마 내가 이 책을 20대 초반에 읽었다면, ‘와~진짜 대단하다!’ ‘나도 본받아야겠다’ 정도의 감상으로 그쳤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지금의 나는 서른을 앞두고 있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일하는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도 알게되었다. 그래서 ‘여자로 태어나 대기업에서 별따기’라는 제목이 너무 이상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이 책의 제목처럼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는 소문대로라면 벌써 왔어야 했디. 그러나 여전히 고위직 여성은 극소수이고 보다 하찮고, 보다 보수가 낮으며, 보다 불안정한 일은 여성들이 떠맡고 있다. 저출산 세태를 걱정하지 않는 이가 없지만, 특히 비정규직 여성들은 산전, 산후 유가를 누리지 못할뿐더러 심지어 임신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당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여자가 직업을 갖는다는 것, "결혼이냐 일이냐"를 고민하지 않고 "가정이냐 사회냐" 사이에서 죄책감 느끼지 않으며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 일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함께 자아실현을 이룬다는 것,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고 마침내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과제인 듯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껏 일메만 몰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페이지 : 90-91  (여성들이 임원이 되기 힘든 사실을 보여주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