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친구가 이 책을 10권이나 사서 선물했다길래 얼마나 재밌는 책인가 궁금했었다. 제목이 <의자놀이>라고 해서 성장소설인가 하고 집어들었더니 표지에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라는 부재가 붙엉 있었다. 그제서야 이 의자놀이가 단순히 어린시절 친구들과 재밌게 놀던 놀이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인 '의자놀이'는 자본주의의 잔인함과 냉혹함을 상징한다.

 

왜 우리는 이들의 죽음에 무감각했을까?

 

  한 장, 두 장..첫장부터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어린 남매를 두고 죽음을 택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그 부인의 자살. 그리고 13번째 죽음.

 

  정신과 의사인 정혜선 박사는 거듭되는 죽음의 행렬 속에서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고, 그곳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의 심리 치료를 돕고 있다.

 

  정혜선 박사는 어떤 인터뷰에서 "이들은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후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냥 놓아둘 수 없는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왜 해고자들은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13번째의 죽음이 발생하기 까지 우리는 이들의 죽음에 무감각했을까?

 

해고는 곧 살인, 해고자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구조적 타살!

 

  이 책의 36쪽에 "자살에도 종류가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해고자들이 선택한 자살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구조적 타살로 볼 수 있다. 해고 후 사람들은 경제적 고통을 겪고 극심한 절망에 빠져 허덕인다. 가정은 무너지고 삶의 의지 역시 사라져 버린다. 이들에게 해고는 곧 살인이나 다름 없었다.

 

  이 지점에서 나는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었다. 대량 정리해고가 단순히 기업 혼자 책임을 지고 결정을 해야 할 일인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달려간 수많은 희망버스들은 단순히 기업의 책임을 넘어 국가가 어떤 액션을 취해주길 기대한 것은 아닐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개인에게 또 우리 사회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관심! 이 책을 한권 사는 것으로도 또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것으로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을 막을수 있는 작은 관심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인세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한다.)

 

 

 

 

 

 

 

 

2030 청년 세대들은 어떻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민주주의가 처음 발생했다고 일컬어지는 아테네에는 모든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 노예, 여성, 외국인이 참여하지 못한 한계는 있었지만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국가는 직접 민주주의 대신 대표자를 선출하는 대의 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회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증가해서 직접 민주주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오늘날 인터넷과 핸드폰의 발달이 어쩌면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의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시민들은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정치 참여가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과 핸드폰 등이 발달하면서 이제 시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2002년 한국의 대선과 2008년 미국 대선은 인터넷과 핸드폰이 선거 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책의 주요 개념인 '소셜 정치혁명 세대'는 바로 사이버 공간의 핵심 행위자인 '2030 청년층'을 가리킨다. 이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와 같은 SNS를 사용하여 정치, 선거, 공공 담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정치적인 담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모래알 같이 흩어져 있던 2030 세대가 정치적 의사와 행위를 표출하고, 선거의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력을 가진 유권자 집단으로 변모한 이유는 386세대의 낙선운동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200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386 세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공천 부적격 후보들의 낙천, 낙선 운동이 인터넷을 이용해 확산되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저자는 이 운동이 2030 세대에게 폭발적인 전시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2030 세대는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오노사건과 월드컵 응원 같은 스포츠를 통해 결집했고 이러한 결집이 미군 장갑차 사건의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이 2002년 대선에서도 유권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치 무관심 층으로 지목되었던 Y세대는 2008년 대선에서 활발한 정치적 구성 인자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들은 2001년 9.11테러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겪으며 사회적 참여를 확대해 나갔고, 2004년 하워드 딘 현상과 대통령 선거, 2006년 중간 선거, 그리고 2008년의 대선에서 오바마의 당선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이렇듯 청년층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자신들의 힘으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시민적, 정치적 참여 의식을 눈을 뜨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든스가 이야기했던 '생활정치'의 개념은 젊은 층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기 위해 선거 운동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 곧 내 삶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든다. 그리고 이런 생활정치의 활동 공간으로 네트워크 공론장이 사용되고 있다.

 

SNS로 무장한 2030 청년층의 활약, 뛰어난 대중 동원 능력!

 

  이 책의 저자는 디지털 정보 통신 기술의 혁명으로 형성된 네트워크 공론장이 새로운 정치 실험을 가능하게 할 공간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날 우리의 새로운 정치 실험들이 많은 희생을 초래한 이유는 선동적이고 이념적이었기 때문이다. 즉, 위로부터의 강요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과 핸드폰을 무기로 네트워크 공론장을 이끌어가는 일명 '소셜 정치혁명 세대'는 자발적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누가 시키지 않고 자발적으로 했을 때 그 영향력이 큰 법이다. 정치 참여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인 참여가 가져올 효과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 청년층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활발하게 선거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지자들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네트워크 공론장에 선거 홍보물을 생산, 공유, 유포하고 있고 이벤크를 열고 기금을 모금하고 유권자를 동원한다. 특히 2030 청년층의 대중 동원 능력은 386 세대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광화문 광장에 모인 것이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은 SNS로 무장한 청년층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2030 청년층은 활약할 수 있을 있을까?

 

  이 책을 읽고 2012년 대선에서도 2030 청년층이 활약하려면 몇 가지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2002년 대선과 2012년 총선에서 확인했듯이 SNS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유권자들의 결속력을 가지고 올 수는 있지만 청년층의 투표율 상승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오바마의 경우 청년층의 참여가 투표율 상승으로도 이어졌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청년층의 투표율은 낮은 편이다. 청년층의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이며, 또 그들을 정치 참여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둘째, 유교적 전통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정치 문화 속에서는 청년층이 활약한 공간이 협소하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보다 연장자의 정치적 목소리를 더 존중하는 유교 문화의 전통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젊은 층도 하나의 정치 참여층으로서 의제 설정도 할 수 있고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의 의견을 진정성있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셋째, 흔히 이런 2030 청년층의 정치 참여가 보수보다는 진보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2007년 대선을 예로 들며 청년들이 정치적 스펙트럼의 어느 한쪽만을 지지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이념보다는 후보자들의 적합성을 더 따지고 있기 때문에 진보적 후보, 보수적 후보 양자 어느쪽으로든 기울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층은 젊은 유권자가 당연히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좋은 물건은 오래 오래 쓰는 북유럽 사람들.

 

  이 책을 읽고 놀란 건 가구들이 만들어진 시기였다. 지금은 2012년인데, 2000년대 만들어진 가구도 아니고 1900년대에 만들어진 가구라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집 장농과 책상과 의자를 둘러보았다. 다들 산지 10년도 안된 것들이고, 아마 새로 이사라도 간다면 이 가구들은 모두 버려지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저가의 가구들은 오래 쓸만큼 내구성이 뛰어나지도 않고, 무엇보다 사용하는 내가 질려서 가구를 바꾸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런데 조부모에게서 물려받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아 50년은 기본이고 심지어 100년에 가깝도록 오래된 가구를 쓰고 있는 북유럽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너무 놀랍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된 가구들인데도 촌스럽지 않고 너무 세련되었더라. 특히 갖가지 디자인의 의자들은 너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실린 의자 대부분은 아르네 야콥센, 한스 웨그너, 알바 알토 등의 거장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란다. 나는 이 디자이너들은 잘 모르지만 가구 디자이너가 거장이라고 불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랍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스툴이며, 편안해 보이는 암체어까지 하나 하나 각양각생의 매력을 뿜어낸다.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으로 집안을 꾸미자

 

북유럽 인테리어를 보면서 가구 뿐만 아니라 주방도구나 커튼, 침구, 패브릭 인테리어도 눈에 들어왔다. 특히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으로 집을 꾸미는 것은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집 인테리어 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세련된 모티브들이 가득한 패브릭을 우리 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장난기 넘치는 디자인으로 가득한 어린이 가구

북유럽에서 만든 어린이 가구는 디자인도 재밌고, 소재도 나무라서 자연친화적이다.  너도밤나무로 만든 미끄럼틀과 천영양모로 만든 양 흔들의자는 어른인 나도 갖고 싶어질 정도로 심플라고 예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비싸겠지? ^^

 

*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북유럽 브랜드

: 이케아, H&M, 마리메꼬, 로스트란드, 구스타브스베리

☞이 중에 이케아만 들어봤네. 노키아와 레고도 북유럽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