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산다는 것.

 

이 책의 주인공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

 

그는 20세기의 오디세우스라고 할 만큼 모험심이 강하고 자유로운 인물이다. '나'가 묘사하고 이야기하는 조르바는 너무도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고독 속에서 의자에 눌어붙어 풀어 보려고 하던 문제를 이 사나이는 칼 한 자루로 산속의 맑은 대기를 마시며 풀어버린 것이었다.(329쪽)"

'나'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고뇌하며 맞닥뜨린 세상을 조르바는 몸으로 감각으로 경험으로 부딪히며 살아낸다.

 

언뜻 보면 조르바가 아무 생각없이 쾌락만을 쫓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저 과부와 잠자리를 하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고상한척 아닌척 숨기고 있는 인간의 내면은 늘 쾌락을 쫓고 있지 않던가. 쾌락을 즐기지 않는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오히려 이렇게 겉으로 내 놓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조르바의 태도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늘 쾌락만을 쫓는 것인 아니지 않던가. 낮에는 일도 열심히 하니까.

 

또 조르바는 매사에 늘 자유롭다.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경험한대로 세상을 향해 겁없이 질주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렇게 자유롭고 거침없는 조르바가 나 역시 부러웠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그런 자유를 갈망하니까.

 

우리는 늘 자유를 갈망한다.

 

"자유"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갈망하는 것.

이 자유를 부르짖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치기도 했었지. 자유의 반대인 억압과 독재 속에 살면서 자유를 부르짖으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많은 사람들.

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진 오늘날, 강렬한 카리스마로 억압하고 통제했던, 독재자로도 불리우는 그런 지도자를 열망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우리에게 보상처럼 주어진 이 자유를 망각하고 누군가가 내 삶을 알아서 결정해주길 바라게 된 이유는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이 사회 속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살아가기엔 우리는 너무 무섭고 불안정하니까. 그러니 자유대신 구속과 통제 속에 있으면서 무섭지 않다고, 불안하지 않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겠지.

'행복'하다는 것.

 

'나'는 조르바와 함께 하면서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가 이야기하는 행복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98쪽)"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 뿐이었다.(119쪽)"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는 것, 그리고 그 행복을 내가 깨닫는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세상을 값지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서점에서 국내 에세이 코너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발견한 책!

 

  몇 장 읽어 내려가자 마자 이공계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에게 추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혹시 이 책 읽어본 적 있냐고 문자를 보냈다. 친구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선물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대한민국에서 이공계로 진학한다는 것

 

  대입 입시를 앞두고 많은 친구들이 진로를 고민한다. 문과도 인문계열보다는 사회과학 계열이 인기가 있고, 이과도 이공계보다는 의대, 치대, 약대로 진학하는 것이 인기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기초 학문을 전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배고픈 일인지 알기에 학생들은 선뜻 기초학문을 선택할 수가 없다.  

  그래도 정말 이공계에 뜻이 있다면, 엔지니어나 연구원 또는 기타 이공계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깜깜한 앞길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것이다.

 

  이공계 선배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 들여다 보기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한 34명의 공통점은 포스텍에서 학사 혹은 석박사 과정을 했다는 점이다. 포스텍은 이공계 전공자라면 카이스트와 함께 한번쯤은 진학을 고민했을 학교이다.

  이 책의 저자들 중에는 대학교수나 연구원 등 뻔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벤처 기업 CEO는 물론 앱 개발자, 금융 컨설턴트, 변리사 심지어 아티스트까지 예상치 못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참여한 저자들의 학번도 80학번에서 05학번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같은 엔지니어라도 항공기, 로봇, 반도체 등 분야들이 다양했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벤처 기업의 CEO로 변신한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흥미로웠던 사례 1. 공학과 금융>

  공학이 금융과 관련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런데 현대 금융과 리스크 관리 이론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미시경제학은 19세기에 물리학자들이 열역학과 통계학 이론을 경제학에 도입하면서 발전한 학문이라고 한다.(52쪽)

 

  <흥미로웠던 사례 2.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

  이공계에 진학한 내 친구의 고민은 공부를 계속할 것인가, 취직을 할 것인가다. 친구는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고 싶은데 자리가 많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고민을 한다. 당장 생계도 꾸려가야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 마냥 공부에만 매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 중에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만약 꼭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면 4-5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흥미로웠던 사례 3. Change for the better.>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는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유명인이어야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제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84쪽)

   이 글귀를 읽고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내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학문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일뿐,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 잊지 않고 실천해봐야 겠다.

 

  이공계 선배들의 공통적인 조언

 

  이공계 선배들의 공통적인 조언은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거였다. 기초를 탄탄히 해야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경험이나 여행을 많이 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세상은 넓고 할일을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목차

 

  처음에는 34명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목차를 유심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목차를 들여다보니 EFFORT, CHALLENGE, GOAL, CHOICE, MENTOR 이렇게 5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 장에 어울리는 좋은 문장들까지 함께여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런 좋은 문구들을 지나치게 만든 편집이었다. 각 장과 에피소드에 비슷한 색깔의 간지를 넣다보니 장별로 내용이 구분되지 못하고 하나로 쭉 이어진 느낌이라 장 제목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장 구분을 다른 색깔 간지로 넣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것이 좀 아쉽네. 마지막으로 장 별로 덧붙여져 있던 인상적인 문장들을 옮겨본다.

 

EFFORT Happiness lies in the joy of achievement and the thrill of creative effort.
행복은 성취의 기쁨과 창조적 노력이 주는 쾌감 속에 있다.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CHALLENGE Wheresoever you go, go with all your heart.
어디를 가든지 마음을 다해 가라. ─ 공자

GOAL A goal without a plan is just a wish.
계획 없는 목표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 ─ 생텍쥐페리

CHOICE Th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Decide what you want.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벤 스타인

MENTOR The wisest mind has something yet to lear.
가장 지혜로운 마음은 계속 무언가를 배울 여유를 가진다. ─ 조지 산타야나

  이 책을 쓴 위화는 중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가이다. 위화의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과 삶에 대한 진솔함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위화 소설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 계기로 <인생> 역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액자식 소설의 구성을 취한다. 이야기 속의 '나'는 촌에 가서 민요를 수집하는 일을 하는데, 10년 전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도박에 빠져 망나니 같은 삶을 살던 푸구이는 재산을 탕진한 뒤에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휘몰아치는 중국 근현대의 역사 속에서 한 민중으로, 가난한 농민으로 살아가던 푸구이가 가족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 남아 풀어내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한 편의 대서사시와 같다. 감당할 수 없는,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우리네 인생 속에서 우리는 결국 살아가야 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도 두렵지 않은 법이다.

 

 

  소설 <인생>에서 가장 와 닿은 한 문장이다. 부와 명예는 얻지 못해도 가족들과 이웃들과 알콩달콩 살아가며 생을 포기하고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 가난이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삶의 즐거움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성공한 인생이랴.

 

* 위화의 <인생>을 색다르게 읽는 방법은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이다.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인생>은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다. 글로 상상했던 중국 근현대의 모습을 영화로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 위화의 <인생>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굴곡진 중국 현대사를 알아야 한다.  국공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 40여년에 걸친 중국의 역사, 사회, 정치, 경제가 안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 소설 속에서 제대로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