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진근대, 다시읽는 해방전사>를 읽고 쓴 독자편지 형식의 리뷰. 

   자료조사부터 저술까지 정말 힘든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덕일 선생님께.

 

 

  종종 서점의 역사코너에서 선생님의 신간을 마주하면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 주실까 궁금해서 냉큼 책을 집어오곤 했지요. <잊혀진근대, 다시읽는 해방전사> 역시 서점에서 마주하고는 목차만으로도 참 흥미진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흥미롭기는 했는데 책장이 잘 넘어가지는 않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많았던 터라 정리하면서 책장을 넘기느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히 1,2장이 읽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보니 1,2장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입시를 준비할 때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항일투쟁단체들을 무작정 외우기에 바빴던 기억도 납니다. 이 단체들이 어떤 목적으로 왜 조직되었는지는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고, 교과서에서도 단순히 단체명과 활동들이 간략히 소개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의 1,2장을 읽으면서 1918-1945년에 독립을 위해 존재한 다양한 노선들-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 실력양성론자-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또 책 속에서 독립, 민족해방을 위해 힘썼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시대적 상황 속에서 독립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노선이 생겨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데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가더라도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하나의 길이 아니라 여러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문기사나 증언록, 심지어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된 사람들의 조서 내용들도 인용되어 있어서 이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했는지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한인과 일본인 아나키스트들이 서로 동지였다는 내용이었어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일본인들에게 한없는 적대심만 가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들이 사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동지가 되었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112쪽에 실린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사진은 한참을 들여다 보았네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빚어진 시대적 현실이 이들에게 주었을 고뇌와 이상을 추구하고자 했던 열정이 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사회주의 운동에 관한 책이 출판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서점에서 손쉽게 구입해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불온서적으로 분류되어 이 책을 돌려 읽다가 징역살이를 한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산당선언>을 대학수업 교재로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네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빨갱이’,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사회주의 운동에 관한 책이 재조명 되고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최근의 교학사 역사교과서 문제는 이런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사건이었지만, 오히려 올바른 한국근현대사를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출판된 선생님의 책이 잊혀졌던 근대를 제대로 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결과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에게 잊혀졌던 또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 않았던 주제들에 대해서 좋은 글들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의 저자 유수연은 유명한 스타 토익강사이다. <20대에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라는 책을 읽고 영어를 싫어하던 사람이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게 된 것이 참 신기하고 대단했었다고 느꼈었다.

 

  유수연이 청춘들을 향해 '독설'을 내뿜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 자신도 방황하며 20대를 보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고 노력하며 개척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20대에게 위로 대신  자신의 무능력함을 시대나 사회, 남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독설을 던진다.

 

  그런데,,지금의 청춘들이 이렇게 힘든 건 시대나 사회 탓도 있지 않나? 우리 부모님 세대가 70%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었던 성공을 지금 우리 세대는 100% 아니 120%의 노력을 해야지 얻을 수 있다. 그러니 20대의 불행과 실패를 너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거다,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거다 라고 말하는 것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다.

 

  물론 주변에 노력하지 않는 20대도 너무 많다.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습관적으로 영어학원에 등록해서 시간만 채우다 가는 사람들도 많이 봤으니까. 하지만 영어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열심히 해가며 겨우 겨우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니 이 책의 독설은 그냥 저냥 대충 대학생활 보내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20대에게는 유용할 지 모르나,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는 20대에게는 허무함을 안겨준다.

 

 늘 고민만 하는 20대들은 이 책을 읽고 어느정도 행동으로 뛰어들어보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고민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당사가자 해결하게 된다. 결국 내 인생에 남는 것은 나의 노력과 결과뿐. 그러니 일단은 조금 노력하자.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이는 사람들은 이 책보다는 정치나 사회구조 관련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불편하게 읽었지만 그래도 장 별로 재미나게 읽은 구절들이 제법 있었다.  4장 '자유를 원한다면 성공하라'라는 부분에서 성공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유롭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말이 신선했다.

 

 " 굳이 착하고 완벽하게 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 굳이 사회적으로 획일적인 성공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도 만족하고 사회도 인정할 만한 성공도 해야한다."

 

"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대치에 맞추느라 숨막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또 6장 '네 꿈에 책임을 져라' 에서는 내 것도 아닌 꿈을 꾸려 하기보다 지금 잘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하면서 능력을 차근차근 키워 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더불어 행복한 민주공화국>의 주된 내용은 제목 그대로 ‘더불어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위한 제언이다. 교육부터 공공부문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시대적 과제와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딱딱한 논문투의 글들을 모은 것이지만, 하나 하나 곱씹으며 읽으면서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지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1부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기조 연설 같은 느낌이 든다. 2부와 3부에 나올 내용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 책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부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내용은 교육, 일자리, 경제민주화, 복지, 인권과 민주주의, 통일과 안보였다. (이 외에도 농업, 지역발전, 생태 문제를 다룬 글들이 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컴퓨터를 켜 놓고 주장이나 핵심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읽었다. 중간중간 내 생각도 덫붙이며 읽었더니 정리한 내용이 A4 10장 분량이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다른 사람들도 마냥 읽어가기 보단 자기 생각을 덫붙이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내용이 많아서 1장을 정리한 내용만 참고용으로 덧붙여 본다.

 

 

반값등록금과 사립대학 개혁

 

  1장 ‘교육혁신과 사회개혁’에서는 대학 개혁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개혁도 수행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개혁이 힘든 과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루기만 하면 다른 여러 분야의 개혁도 동반될 수 있다니 다시금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먼저 ‘반값등록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소득별 차등등록금 제도가 나을까, 아니면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반값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가 나을까?

 

  얼핏보면 차등등록금이 하위 계층에게 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차등등록금은 소득과 자산에 대한 조사를 하는데 많은 행정비용이 들어간다. 또 자산조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지급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A 학생의 경우 부모가 부동산 재산은 많지만 소득은 적다고 하자. 만약 부모의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지급할 경우 A 학생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만 부동산 등 자산에 따라 차등을 하면 장학금을 못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반값등록금은 단순히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대학 개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이다. 하지만 때때로 사립대학의 대학 운영은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가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 때 반값등록금을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대학에 직접 재정 지원을 한다면 국립대학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재정 일부를 정부가 책임지게 되므로 대학의 예결산이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사립대학을 정부 독립형에서 정부 책임형으로 바꿀 수가 있다. 차등등록금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늘려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말이기 때문에 국가와 학생의 문제이지 대학이 관여되지 않는다. 그러니 반값등록금을 통해 대학의 개혁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따라서 차등등록금보다는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입시제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입시 제도는 서열을 부추긴다. 오죽하면 대학입시를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계급 투쟁이라고 하겠는가. 이러한 서열 위주의 입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 1장의 저자(강남훈)는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 구축과 지역할당제 선발 의무화를 주장한다.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는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권역별로 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공동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즉, 각각의 대학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연구와 강의를 협력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협력 관계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공통된 대학의 명칭을 사용하고 학과를 통합 배치하는 단계까지 발전해 나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화 되고 있는 대학의 서열화는 권역별로 서울대를 하나씩 만든다면 상당히 완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가능한 이유는 교수들의 수준이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는 제도가 서열 위주의 입시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지금의 대학 서열화는 소위 SKY로 일컬어지는 수도권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현재 서울대는 법인화가 되었고,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사립대학이다. 이 대학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 지역 대학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학벌사회의 모순이 더 심화될 것이다. 다만, 우수한 인재는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당장은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힘들겠지만 권역별 대학 네트워크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길러낸다면 지방국립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 생각해보자.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정책의 중립성과 일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치가 필요하다. 지금껏 정권이 교체되거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었다. 서울대 법인화나 총장 직선제 폐지 등 정부가 국립대학에 대해 행정적 지배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개인적으로 교육은 시장 논리에 따라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있든 없든, 능력이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