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욘의 집은 여느집과 마찬가지로 엄마와 말다툼도 하고 누나와 싸우기도 하고 자상한 아빠까지있는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욘은 테니스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클럽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격돌하는 상상도 해보며 온통 테니스에 대한 생각뿐인 욘이다.  욘의 테니스화가 낡은 것을 본 엄마가 테니스화를 사면서도 욘은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신경질적인 행동도 서슴치않고 부린다.  자기 고집으로 자신의 신발사이즈보다 작게 구입한 욘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밀을 유지한다. 예끼 이놈~ 엄마한테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지.

그래..사고는 한순간인거 같다.  아무 예고도 없이 일어나는 사고.  어느순간 어느 누구한테 어떠한 불의에 사고가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문득 솟구칠때면 어김없이 우울해지나보다.  욘의 엄마가 운전하던 차가 테크라할머니의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면서 마주오던 차와 정면충돌 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자리에서 엄마는 욘의 곁을 떠나고 만다.

욘의 꿈에 나타나는  엄마는 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고 만질수있고 안을수 있는 살아있는 엄마로 나온다.  한순간에 정말 어느 한순간에 가족구성원중 누구 한사람의 자리가 비었다는것은 납득할수 없는 공포와 슬픔의 순간일것이다.  욘은 꿈이 아니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엄마의 빈자리로 욘의 가족들은 서로의 슬픔을 보듬으며 서로에게 힘이되어 의지하며 지내게된다.  12살 어린 소년이구나~ 싶게 철딱서니 없는 생각과 행동도 하지만 그 또한 욘 자신이 슬픔에서 벗어나려하는 발버둥으로 보고싶다.

어느날 아버지에 의해 발견된 욘의 발 사이즈에 너무나도 딱 맞는 테니스화.
엄마와 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아주 귀중한 선물이다.  엄마가 직접 전해주면 좋았으련만..

누군가 그런말을 했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우리곁을 떠나시는 것보다는 그래도 병석에라도 누워계시다가 우리곁을 떠나시는게 남은가족들은 더 낫지 않겠느냐고...어떤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슬픔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기 까지는 긴시간이 필요한듯하다.  게다가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닥친 일이라면 감당하기에 가슴속에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것이다.  다들 마음속에 상처를 안고 살지 않길 바랄뿐이다~!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으로 뭉친 연극부.  남자들만의 공간에 아스카라는 신비스러운 여자아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아스카..역시 대단하다.  가라테를 잘하는 아스카는 어떠한 설정이나 인물을 뛰어난 관찰력과 집중력과 표현력으로 자기것으로 소화해내고야만다.  또 등장하는 이는 연예계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자연스레 연기를 하게된 교코.  이들의 연극 오디션에서 펼쳐지는 놀라움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른 세명의 참가자와 이제 연극을 시작한지 두달남짓한 아스카는 연극계의 대부격인 세리자와의 오디션에 참가하여 그들과 주인공 자리를 놓고 대결을 벌이게된다.  읽을수록 아스카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그녀만의 무슨 비밀이 숨겨져있는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궁금하다.  그녀에게 무슨 비밀이 있을까...2차 오디션에서 아스카는 자기가 있을곳은 저 무대가 아닌거 같은 생각에 오디션을 포기하고, 다른이들의 오디션을 관람석에서 보게된다.  하지만 상대역인 교코의 놀라운 연기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벌써 교코의 상대역에 빠져든 아스카. 와~ 역시 아스카의 집중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언뜻 소스라치게하는 무섭고 썸뜩한 면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스카와 교코 두여자의 연극에서 오디션을 지켜보던 모든 관계자와 선배들은 등골오싹함과 감동과 놀라움과 이상과 현실을 넘나듬을 느끼며 그안에서 벌어졌던 흥분되는 기분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한채 어리둥절해한다.

이역시 읽는이로 하여금 짐작할수 있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신비주의와 내가 모르는 특별한 비밀스런 무언가가 있길 바랬던 아스카의 뒷이야기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책을 읽는내내 책장을 넘기것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한편의 연극이 무대에 올려져 내가 관객이 되어 그 주인공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내 눈으로 보는듯한 착각이 일정도로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수밖에 없는 온다리쿠만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온다리쿠 책을 처음 읽어보아서인지 더욱더 그녀의 작품에 매력적으로 흠뻑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초콜릿 코스모스.
온다리쿠의 다른책에서도 지금 내가 느끼는 그녀만의 매력을 느낄수 있을런지...꼭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힌다.  지금 대학로로 가서 내가 그 연극에 흠뻑 취할수 있는 연극을 골라 한편 보고픈 마음이 든다.  그 연극무대에 아스카와 교코같은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에쿠니가오리의 책을 읽을때마다 항상 느끼는건..

그녀답게 여성스러운 문체와 사랑스런 표현력과 잔잔한 내용이면서도 일상적이지만 특이한 소재를 편하게 다룬다는 점인것 같다.

에쿠니가오리 책을 여러편 읽어보았지만..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이 책 역시...에쿠니가오리답다.

나의 성격상..이러한 매~~~~우 잔잔하면서도 천천히 전개되는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서점에서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이라는 이쁜 제목을 보고..그냥 지나칠수 없기에 집어든 책이었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단편집이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10년후의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단편중 ’러브미 텐더’도...신선하며 의아하게 생각되었던 ’사미즈 부부’도 멋지면서도 특별한 일상으로 다가온다.

에쿠니가오리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읽어볼만 할 것이다.  그녀만의 향기가 풍기는 책이다.

읽으면서 느낀건..단편이란게 조금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펑범한 일상에 뜻밖의 반전도 있으며, 독특한 이야기도 있지만..

말술적인 표현도 아니었던..박진감이 넘치지지도 않았던..스피드 하지도 않았던....이 작품을 읽는내내....

사실..난.. 조금은...따분함과...살짝쿵 지루함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에쿠리가오리만의 작품의 매력을 느낄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