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란 책을 사무실 직원 모두가 돌려보았었다. 눈물을 훌쩍이는 여직원도 있었고 자식이라면 아버지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라며 상사분들까지 읽으셨던 기억이 난다. 난 '고향사진관'이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나를 느끼게 됐다.
이책의 주인공 서용준은 대학을 휴학하고 군입대를 한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장래가 유망한 그로 통한다. 하지만 군제대를 하고 쓰러지셔 누워만 계시는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가 하시던 고향사진관을 운영하게 된다. 복학을 하지 않고 영주로 내려간 용준은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구닥다리같아 보이는 고향사진관을 운영하는 그를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용준은 장남으로서 당연한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며 어머니를 모시고 마음씨 고운 휘순을 결혼을 전제로한 중매로 만나 살면서 누이와 동생들을 출가시키며 자신의 자리를 강직하게 지켜내고 있다.
갓난 아이일때 부모님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기저귀를 갈아주고 먹을것도 입에 떠먹여주고 사시사철 때에 맞춰 옷을 입혀주셨다. 어릴때 그게 당연한건줄로만 알았었다. 나이가 들고 주름지고 등굽은 부모님을 뵈올때면 이제는 부모님이 하셨던 것을 이젠 내가 부모님을 위해 해야 하는구나 하고 당연히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병간호라는게 그리 쉽지 않다는걸 모두들 알것이다. 가끔은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하지만 용준은 하루도 집을, 고향사진관을 비우지 않는다. 여태 지켜온 자리를 혹시라도 잠시 비울때 아버지의 임종을 못보는 불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란다.
용준의 생활과 그 마음에서 난 또 많은것을 느낀다. 묵직하면서도 항상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용준은 더욱 큰 존재감인 아버지를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긴 투병생활끝에 아버지는 먼 여행길을 떠나고 만다. 남겨진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용준, 또 그들의 슬픔, 남겨진 어머니에 대한 용준의 마음, 모든것이 나를 보는듯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지만 난 펑펑 울지 않는다. 울면 모든것이 무너져 내릴거 같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용준의 마지막 가는길 앞에서 용준 자식들에게 해주고싶은말을 하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계시는 모든분들께 고개숙여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