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표현함에 매우 뛰어난거 같다.  그녀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말이다.  자칫 심심하게 밍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그나름의 잔잔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무겁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너무 가볍지 않게 하는 그녀만의 매력이 숨겨져 있는듯 하기도 하다.  이번엔 이런 그녀가 에세이집을 가지고 찾아왔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이란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에서는 그냥 스쳐지나치는 일상을 통해 보다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때까지 우리는 많은 물건들을 만지고 많은 사람들과 지나치고 눈으로 많은것을 보고 냄새를 맡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이렇듯 하루에 나에게 스쳐지나가는 모든것이 도대체 몇개나 될까?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그녀의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나 또한 내가 손으로 만지고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들에 의미를 부여해 그 존재를 다시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에서 좋아하는것을 적어놓았다.  왜 좋은지 어떤 느낌이 좋은지 등등 그녀의 생각을 예쁘게도 잘 적어놓았다.  읽으면서 나도 욕심을 내본다.  내가 좋아하는게 뭐였지? 하면서 낙서장에 나도 하나씩 적어볼까?하는 욕심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처럼 글재주가 있는이들은 특별한 책을 내도 좋을 것이고, 단지 내 자신의 만족을 하고싶은 나같은 이들은 나 혼자만의 책을 만들어도 매우 뜻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번 에세이집 또한 그녀만의 향기가 난다.  읽어보면 딱 그녀의 글이라는것을 알수 있으니 말이다.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적당하게 표현한 그녀의 생각들.  큰 파도가 아니라 출렁출렁 잔잔하게 물결치듯 써내려간 소소한 일상의 글들이 부담없이 다가온다.  에쿠니 가오리 그녀로 하여금 난 또하나의 숙제를 해야할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낙서장을 만드는거 말이다.  과연 끝맺음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을 보면서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것을 보면 분명 나에게도 좋아하는 것들이 무척 많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어떤것들이 있는지, 그 나름의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즐거움에 나도 동참해보려 한다.

한평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삶이 오롯이 좋지많은 않지만 꼭 불행하다고만 할수도 없고 기쁜일이 있을때는 삶이 행복할 것이고, 나만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힘들고 지칠때는 불행하다고 여길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돈이 많은 이들은 더 각박하고 없는이들을 돕지 않는것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없는이들이 없는이의 마음을 알고 작게라도 도와주는 현실에 다시한번 인간미를 느낄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 시대의 성자이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에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함께 슬퍼하고 눈물을 보였을 것이다.  나 또한 생중계되는 평화방송을 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추모객들의 인파에 뭉클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추도미사를 보면서 거기서 난 또 겹쳐지는 장면에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카톨릭 신자이신 나의 어머니는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다른 신자분들과 함께 명동성당에 가셔서 추도예배를 하고 오셨다.  다녀오시고 난후 어머니는 신앙인이건 아니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있더라면서 다시한번 김수환 추기경님의 존재를 크게 느끼셨다고 하셨다.

당신을 바보라고 하시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잠언집을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난 또다시 눈시울을 붉어진다.  아직 아픔이 가시지 않은 나의 마음에 더욱 와닿는 글귀들이 많았고, 읽으면서 부끄러웠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비우게 된거 같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마음이 편안해 지는 글귀를 천천히 읽어내려가고 싶어진다.  그속에서 또다른 나를 본듯 하기도 하다.  책 표지에 김수환 추기경님의 해맑은 미소에 저절로 전염되는듯 하다.

평화방송을 통해서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어머니가 그립다는 말씀까지..당신을 많이 낮추시며 말씀하시고, 대접받으려고 하지 않고 되려 항상 베푸시려 하시고 도움이 되려 고민하시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항상 우리들을 위해 걱정하시고 마지막 주님에게 가시면서까지 우리에게 귀감이 될수 있는 일을 하셨던 추기경님을 보면서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 무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보들에게'란 책을 읽으면서 정말 바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주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원하며 그분의 가르침을 마음속깊이 담아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고통이 없는 인생은 술에 물 탄 것처럼 싱겁고 아무런 깊이도 없을 것입니다.'
                                                                              -p19 고통의 문제-

'존경 받으려는... 사랑 받으려는... 칭찬 받으려는... 명예로와지려는... 찬양 받으려는... 선택 받으려는... 인정 받으려는... 인기를 끌려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
                                                                               -p1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