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도 멋지지만 저자인 김혜경과 8명의 여성들의 삶이 아니, 나이듦에 있어서 너무 멋지게 다가온다. 30대를 살아가는 나로써는 앙상한 가지에 푸르름이 물들고 하늘까지 쾌청해지는 햇볕 따스한 봄날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마음은 아직도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한겨울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인지 이들의 삶에 살짝 질투어린 시샘도 부려보게 된다.
어느순간부터 나이를 잊어버리고 싶어졌다. 그 나이듦이 싫어서 발악을 하는건지 좀더 젊어지려 애쓰는거 같다. 풍기는 외모에서부터 생활방식 사고까지 젊어지려 그속에 속하려 자꾸 기웃거리기도 한다. 어머~ 그나이로 안보이세요~라는 접대용멘트도 이젠 달갑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발견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옹졸해지고 속물스러워 지는건 어쩔수 없는거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에서 자신들의 삶은 솔직히 말해준 이 여성들처럼 나 또한 좀더 당당한 여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때는 마냥 자신감에 차 있던 나도 어느순간 부터는 주눅이 들고 자신감 결여에 자꾸 안으로 숨어들게 되니 말이다. 30대 혹은 40대를 살고 있는 이 여성들을 살펴보면 모두 노력파 인거 같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정체되지 않으려 많은것을 보고 느끼면서 살고 있다. 물론 모두 광고계의 일을 하는 여성이라 직업적 특성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들의 나이듦은 왠지 멋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나를 보게 된다.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보다 내 삶의 행복을 찾는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건 분명한 사실인거 같다. 여기 크리레이터들의 안티에이징을 보면 가정생활의 안정으로 더욱 그 빛을 발하는 그녀가 있는가 하면, 노처녀이지만 전혀 노처녀스럽지 않게 생활하는 멋져보이는 그녀, 싱글맘이지만 어린 딸아이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붓한 대화를 나누는 여성, 모두가 한살한살 먹게되는 나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그들의 행복한 삶만이 내 눈속 가득 비춰지고 있다.
이들은 내가 아니,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그녀들의 방식으로 예쁘게 사랑스럽게 말랑하고 컬러풀하고 경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이 더욱 예뻐보이고 그녀들의 말처럼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먹는 것도 그런거다. 욕심을 버리면 쉽게 살아갈 수 있는 거다.'
-p114-
'또각또각 애써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이힐보다는 심각하지 않은 스니커즈처럼 그렇게 나이 먹고 싶다. 사뿐사뿐, 컬러풀하고 말랑하게, 경쾌하게 늙고 싶다.'
-p197-
'현대인들은 타인을 고려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조절하도록 은연중 교육을 받고 있다고, 그래서 너무 슬프고 괴로운데도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지 않은 양 행동하고 그것이 쿨한 행동이라 생각한단다.'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