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한건 조정래작가님의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부터이다.  태백산맥이 출간된 시기에 태백산맥과 한강을 연달아 읽으면서 부터였던거 같다.  당시엔 10권, 12권이나 되는 책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봤으면 아마도 책읽기의 재미를 알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저걸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이 들까봐서 말이다.  그때 내가 그 책들을 완독할 방법으로 책구입을 거즌 다 읽을때쯤 해서 1-2권씩만 구입하는거였다.  그러다보니 질리지 않고 그 책들을 모두 완독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되고,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누구얘기를 하는거지? 라는 반문을 하기 일쑤다.  그래도 어느순간부터는 읽고 싶어도 어려운 책일거 같으면 지레겁을 먹고 아예 읽을 생각을 못한다.  다른이들이 그 어려운 책을 읽었다는것을 보면 와우~ 대단하다고만 느낄뿐이다.  이번에 만나게된 '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 이 책은 이렇게 나처럼 책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안읽을 수가 없었던 책이다.  좀더 넓은영역의 책을 읽고픈 욕심에 말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책 읽기 방법은 아마도 현재 책을 즐겨 읽는 이들이라면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방법들일 것이다.  내 경우엔 되도록 한권의 책을 완독하는게 목표이지만, 정말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경우엔 잠시 쉬기도 한다.  또 저자가 말하듯 출퇴근길에는 이책을, 집에서는 또 다른책을, 회사의 점심시간이나 짬짬이 나는 시간엔 또다른 책을 읽는다.  그렇게 읽는다고 해서 내용이 뒤죽박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분야의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나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들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자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책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하다.  하지만 책읽기에 도전하고싶고, 책읽기에 입문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어느정도 참고는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들려주고 있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덜컥 어렵다는 생각에 쉽게 펼쳐보지 못한다.  읽어도 이해하지 못할거 같고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할거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앞선다고나 할까.  최근해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것을 듣고는 얼마나 재미있게 강의를 하는지 다시한번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요샌 빼먹지 않고 강의를 볼 만큼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정작 글자로.. 책으로는 쉽게 아직도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문학'은 왠지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첫장을 넘기게 되었다.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들려준다고 하니 인문학의 입문서로써 어렵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장자가 학자를 만나고, 공자가 학생을 만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직장인을 만났을때, 맹자가 정치인을 만났을때, 아우구스티누스가 종교인을 만나고, 석가모니가 주부를 만나고, 노자가 과학자를 만나고, 소크라테스가 경영인을 만났을때 그들이 성인에게 질문하고 성인이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써내려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직장에서 직장인으로 조심해야 할것으로 '자기감정조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직장인이다보니 자기감정조절에 공감이 간다.  현대를 살아가다보니 그 감정조절이라는게 잘 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분노조절을 자제하지 못해서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직장인에데 자긍심의 중요한 덕목으로 어떤자세가 필요한가에 정신이 크다는 뜻인 긍지를 말한다. 

'긍지 있는 사람이 남을 무시하는 경우에는 그의 생각이 옳기 때문에 정당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정당한 이유없이 남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P-95-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모든곳에서 자신보다 약하다는 이유로 강압적으로 행동하고, 말투나 행동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으며, 무시당한 당사자가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이 어떻든 간에 서로 존중해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것을 보면 씁쓸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그러한 인문서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쉽게 풀어져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공감되고 가슴이 와닿는 구절들이 있다.  그럴때면 몇번을 곱씹어 생각하고 읽어보게 된다.  외워두고픈 문장들도 있지만 요샌 그 외움이 잘 안된다.  문화사학자인 신정일작가가 소개해주는 한 줄의 힘은 대단하다.  읽다보면 읽었던 것 같은 문장들도 있고, 또 읽진 않았지만 그냥 알고있는 내용들도 있다.  어떤이는 읽었던 한문장으로 인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홀로서'-아무리 많은 친구가 있어도 또 연인이나 가족이 있어도 인생은 결국 혼자사는 것입니다.  -P59-

누구나 다 느낄것이다.  아무리 주위에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결국은 자기 혼자만의 몫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사람들과 함께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또는 위로를 받는 일들이 많으므로 혼자인것보다는 여러명이 함께 더불어 사는것이 좋다는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임을 느낄때가 많은것을 보면 결국 인생은 혼자사는 것이 맞는것일지도 모르겟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21번-실제로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 같은데,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P-70-

생각해보면 나역시도 20년이 훌쩍 넘은 친구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어 질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떤 일을 계기로 아~ 그게 아니었구나.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았다.  상대방 역시도 얘기를 하다보면 나를 너무 잘 아는것 처럼 말하지만 정작 나를 잘 모르는구나~ 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으니 말이다.  속속들이 나에 대해서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서 잘 안다고 생각해서 쉽게 가볍게 말하는것은 조심해야 할것이다.

'카를 힐티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반드시 충돌이 생깁니다.  그러니 갑갑하더라도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말고 가만히 관조하는 것이 잘 사는 방법입니다.  차가운 질책보다는 따스한 침묵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P78-

뭐든 자기 뜻대로 이루려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자기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의 뜻에 따르도록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인간은 생각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때문에 그와같이 누군가를 조종하려든다면 서로 마음만 상하고 할퀴게 되는것 같다.  꼭 조언을 해줘야 할것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그냥 넘어가보는것도 좋을 것이다.  무관심이 아닌 그냥 따스한 침묵의 눈빛으로 말이다.

'현재라는 시간은 강물처럼 가고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인간은 현재의 소중함을 모른 채 황금빛 미래만을 꿈꿉니다.  오늘을 잘 살아야 미래가 달라진다는것을 잊은 듯합니다. -P223-

지금 이시간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현실을 사는것이 녹록치 않은 요즘엔 그 하루하루가 버티기가 힘든것도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직장생활도 힘들고, 대인관계도 힘들고, 그 무엇보다 그냥 이 상황이 싫어질때가 너무 많은것 같다.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것을 언젠가는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화이팅!해보며 이 시간을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