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제115회 나오키 상 수상작, 영화 <하울링>의 원작 도서인 '얼어붙은 송곳니'의 리뷰를 이제서야 작성하는 이유는 왜일까? 독서를 조금 멀리하다가 요근래 하게된 이유일까.. 하물며, 계속 책을 읽음에도 먼 거리에 위치해있는 것만같은 '독서'란 단어가 나를 다시금 사로잡아버린다. 책을 다 읽어버린지는 몇주나 지났지만, 책을 읽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자한자 적어본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앞서 말했듯, 영화 <하울링>의 원작 도서다. 그렇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런 책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허나,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는 책의 존재를 알았고 몇주전 책을 다 읽게되었다. 영화의 개봉시기를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느린 독서 습관이라고 할까. 지금부터라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다. '얼어붙은 송곳니'는 생각했던대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씁쓸함, 그리고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는 우리를 적나라하게 비춰주었다.

 

영화보다도 책에서는 여헝사의 비중이 좀 더 높았다. 책의 전개 자체가 거의 여형사가 이끌어나간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말이다. 여형사는 남자 형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그렇지만 에이스로서의 활약은 톡톡히 해내는 멋진 형사다. 그런데, 파트너인 남형사는 여형사를 못마땅해한다.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할수 있는 형사계에 여성이 끼여드니 누가 좋겠다고 하겠는가만은. 그의 가부장적인 성격때문인지 다른 형사들보다도 그 이상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얼어붙은 송곳니'의 시작은 여형사가 겪는 여러 갈등을 곳곳에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 그리고 그 안에서 겪게되는 여러 낯선 상황들, 그리고 이혼의 사유와 함께 그로 겪은 아픔이 전반적으로 느껴졌고, 여형사의 이런 심리는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대신 비춰주는 느낌이었다.

 

급격하게 찾아온 산업화로 인해 점점 냉정하고 삭막하게 변해가는 사회의 변화. 그리고,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강자들 하며,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치않는 그들의 손은 어린 소녀들에게까지 미쳤다. 그리고, 그 소녀들 중 한 소녀의 아버지는 늑대개인 '질풍'을 훈련시켜 그들에게 복수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범죄소설의 색도 짙게 보여주니 그러한 책 속의 현실, 그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현실에 한탄을 느끼게 되었다.

 

'얼어붙은 송곳니'를 이끌어나가는 전반적인 관점은 여형사지만, 그 속에는 늑대개인 '질풍'의 역할도 컸다. 중후반부에 나오는 여형사와 질풍의 야반경주씬도 그렇지 않나?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보다 더한 가족애를 가지는 있는 듯 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크다. 누군가를 지키기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두려워하지 않는 질풍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 대비되어 참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친다. 아들에게 얻어맞는 남형사나 가족을 지키지못한 채 이혼한 여형사,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을 깨버릴 것만 같은 여형사의 동생까지도.. 그래서 여형사는 질풍의 모습이 평생 기억 속에 새겨질지 모르겠다.

 

영화도 영화였지만, 원작 도서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영화 이상의 씁쓸함, 범죄소설로서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준 '얼어붙은 송곳니'는 사람에게서가 아닌 늑대개인 질풍에게서 우리가 잃어버린 그것을 찾게되니 조금 쓸쓸해지기도 했다.

 

 

 

 

 

격량이 예고되는 역동의 2012년, 누가 흑룡의 여의주를 가질 것인가?

<트렌드 코리아 2012>는 제목부터 알수있듯이 2012년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몇 년 전부터 나오는 책이며, 구성은 간단하기 그지없다. 2011년을 회고하고, 2012년을 전망한다. 그 구성은 간단하고 그지없을 뿐이지만 그 내용은 정말 쉽게 말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1년을 회고하면서 그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해를 전망을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일까? 이 책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을 한 책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한 번 쯤은 접해볼만한 책인 것이다.

 

서문, 드래곤볼.

격변의 2012년, 누가 흑룡의 여의주를 가질 것인가?

다른 책들은 서문에는 크게 중요하지 않는 내용들이 대거 줄비 되어있다. 그렇다고 그 내용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서문의 내용부터 주목을 해볼만하다. 작년도 그러하고, 올해도 그러하다. 2012년은 격동이 예고되는 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미래를 책임질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4월과 12월에 선출한다. 북한은 소위 '강성대국'으로 들어가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김정은의 동선이 확대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뿐만이 아니다. 2012년은 전 세계적으로도 리더십이 격변하는 이른바 '글로벌 정권 교체'의 해다. 1월 대만의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프랑스 · 인도 · 터키 · 멕시코 · 핀란드 등 무려 29개국이 대선을 치르는 해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대 권을 잡을 것으로 이 책은 전망한다.

이러한 정치적 구도는 사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을 더 불러일으킨다. 글로벌 강국들이 나라 밖 세계 경제체제의 안정보다는 나라 안 선거에 발이 묶이면서 자국 이기주의적인 정책을 쏟아내면, 가뜩이나 지뢰밭 같은 세계 경제의 위기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강대국의 선거를 겨냥한 테러의 위험이 더욱 커지게 되는데, 2011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99% 시위' 점령 시위'가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올지 우려스러운 한 해이다.

2012년 임진년은 용의 해다. 용은 12간지 동물 중 유일하게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존재다. 그만큼 상징적 의미가 강한 동물인데, 용은 용안, 용비어천가 등의 예에서 보듯이 임금을 상징한다. 올해같은 대선이 많은 해에 어울리는 아이콘이 틀림없다. 또 용은 비바람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임진년의 흑룡이 전 세계를 가로지르는 격변의 조화를 일으킬 것을 예고하는 듯 싶다. 60년 만의 흑룡띠라는 2012년, 부디 대한민국과 세계의 정치 · 경제가 안정적으로 순항했으면 한다. 변화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임을 알기에..

 

이 책은 회고하고, 전망한다. 따라서 제 1부와 제2부로 나뉜다. 제 1부는 2011년을 떠올리며 소비트렌드를 회고하는 파트이며, 제 2부는 2012년을 떠올리며 소비트렌드를 전망하는 파트이다. 격동이 예고되는 2012년인만큼 조심스럽게 한 장씩 읽어나갔다.

 

2011년 대한민국 소비자, 어떻게 살았나.

2011년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가 뽑은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TWO RABBITS'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라는 뜻을 가진 이 키워드는 2011년 신묘년 토끼해에 딱 맞는 트렌드 키워드였다. 작은 투자로 큰 성과를 얻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램이다. 누구나 원하고 바라는 것이지만, 이른바 '일거양득'이라는 것은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는 것이다. 경제 환경이 복잡해지고 소비자의 성향이 까다로워지면서 시장은 매우 상반된 요구를 하고 있다. 이 서로 다른 두 모순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이 두 마리의 토끼는 모순된 두 마리의 토끼가 되어버렸다. 2011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나 생각해본다. 우리가 생각했던 이 '두 마리의 토끼'는 과연 무엇이였을까? 한 차례 고민을 한다.

T.W.O.R.A.B.B.I.T.S. 서울대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는 이 각각 하나의 알파벳에 의미를 부여했다. T, Tiny makes big,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 W, Weatherever products, 변하는 날씨, 변하는 시장 등 각각 알파벳에 의미를 부여해 여러 방면으로 예측을 했다.

 

제 1부에서는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야기할 두 가지는 각각의 B와 S다. By inspert, by expert와 Searching for trust이다.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거나. 신뢰를 찾아서. 2011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소비자는 직접 전문가가 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양면성을 보인다. 대충하는 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직접 DIY를 하더라도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해야만 만족할 정도. 그에따라 소비자가 전문가로 변신하는 것을 지원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소비자에게 프로페셔널의 의미를 전치하는 브랜드가 부상했다. 대표적인 예로서 커피 시장을 들수 있었다. 나또한 2011년이 되어서야 전문적인 커피를 찾았으니 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최근 단돈 몇 백 원이면 마실 수 있는 일회용 믹스커피 시장과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강조하는 커피 전문점 사이에서 '홈카페'가 새로운 소비 영역으로 부상했다. 이제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커피는 일반적인 드립 커피 수준을 넘은 것이다. 기계 한 대 가격이 수백만 원을 훌쩍 넘는, 커피 전문점에서나 보는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혼수로 받고 싶은 선물 1위를 차지할 만큼 크나큰 관심을 모았다. 드립 커피와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하는 커피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는 캡슐 커피 시장 역시 매년 30%씩 성장해 1천억 원의 시장 규모를 기록하는 등 '홈카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직접 하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By inspert, by expert>는 단순히 가격에 문제로 치환되지 않을 정도로 소비자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이유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며,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의 역량과 선호가 극에서 극을 달릴 정도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가면 갈수록 신뢰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폭발적인 성장을 누리면서 한편으로 책임 의식이 결여된 누리꾼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의 무분별한 확산을 조장하면서, 대중은 각종 음모론과 과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정부나 언론을 믿지 않는다. 언젠가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트위터나 인터넷을 타고 음모론부터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로서는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불어 닥친 방사능 공포를 들 수 있다. 실제 지진이 발생한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컸던 방사능 공포는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우리나라는 방사능에 비교적 안전지대임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연일 강조해도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에따라 방사능비를 피하기 위해 각자 대작전에 돌입할 정도. 우산과 우비 등 각종 관련 상품의 사재기부터 학부모들의 재량 휴교 요청까지 곳곳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과학적 결과를 발표하도 했으나 직접 해보라며 거세게 응수하는 등 불신이 가득 차 있었다. 그야말로 저신뢰 사회인 것이다.

또한 일부 언론사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비리가 숨겨져 있음을 고발한 <트루맛쇼>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맛집의 보증기관과도 같았던 언론사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화 <트루맛쇼>는 위키백과에 올라갈만큼 파급효과가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신뢰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움직임이 더욱 활개를 치고, 이러한 행동은 다시 사회의 불신을 조장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더구나 SNS 등의 보급으로 정보의 유통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각종 괴소문과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정보 공격은 날이 가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2012년은 두 번의 큰 선거가 예정된 해다. 그에따라 선거 전에 SNS를 타고 각종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것은 언젠가부터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릴 정도로.. 오프라인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도 어떻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유통시킬 것인가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과제가 아닐까 한다.

 

2012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DRAGON BALL'이다. '흑룡의 여의주를 갖는 자, 세상을 얻을 것이다'라는 뜻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D, Deliver true heart, 진정성을 전하라, R, Rawganic fever, 이제는 로가닉 시대 등 201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의 확장판으로 느껴지는건 왜인 것일까. 진정성을 전해야하고, 주목경제가 뜬다. 모든 세대가 공감을 해야할 때이고, 마이너가 세상 밖으로 나갈 때이다. 오가닉이 아닌 로가닉 시대가 올 것이고 모든 것에 인격이 만들어진다. 스위치를 꺼야하며 위기를 관리해야한다. 자생 · 자발 · 자족할 것이며 차선이 최선이 되는 2012년, 올해는 2011년보다 더욱더 격동이 올 시기인 것이다. 격동에는 누군가 희생을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런 무분별한 희생은 줄어들었으면한다. 조금 더, 이런 것보다는 차선이 최선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내 · 외부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또 높다. 그렇지만 불가능한 것은 없다. 불가능은 도전하라고 있는 단어일 것이니.

 

 

서평을 마무리하며..

희생이라는 최선택보단 또 다른 차선택을 하자. 불가능은 도전하라고 있는 단어다.

 

 

트렌드코리아2012, 책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