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유명한 작가 '팔리 모왓' 의 항해 경험담인 '안뜨려는 배'는 '그녀' 라고 명명한 <해피어드벤처 호>를 타고

뉴펀들랜드 해안 2,253km를 항해하면서 겪은 모험담이 담겨져 있다.

모왓은 경매장에서 엉겁결에 꿀벌 서른통과 온갖 양봉장비를 받아 들고오는 아버지와의 양봉가 생활로

경매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는데 바다와 배에 대한 낭만적인 편애기질 또한 아버지의 그것 그대로 물려 받아

결국 경매로 선박용구들을 하나 둘씩 구입하며 바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게된다.

농부로써 살던 모왓은 친구인 '잭' 과 함께 낡고 고집스러운 배를 구입하여 좌우충돌 항해를 시작하게 된다.

그녀 '해피얻벤처 호' 는 어디로 나아갈지 예측할 수도 없는 고집있고 제멋대로이지만

모왓에게는 그의 꿈을 이루어주는 둘도 없는 동반자이다.

 

항해라고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온전치 못한 '해피어드벤처 호' 에게 모왓은 '그녀' 처럼 어루고 달래고 하며

온갖 고생속에서 어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회귀본능을 가진 안뜨려는 배와 함께 길고 긴 항해를 극복해간다.

뭐하나 잘난 구석없는 '그녀' 에게 모왓은 갖은 애정을 쏟는다.

그의 기질에 '그녀' 는 그 어떤 아가씨보다 더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모왓 특유의 문체로 '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알게 되었고,

항해를 하면서 만난 인간군상과 지역특색을 알게 되는 것 또한 이 책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니었나 싶었다.

 

운명을 개척해 나가고 좌절에 굴하지 않은 모왓의 항해기를 읽으니 짧다면 짧은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마냥 뛰어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뒤쳐지지도 않은 남들만큼 살아가는 Input과 Output가 정해진

그저그런 삶을 살아온게 후회스럽기도 했다.

꿈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 마음으로 수백번 결심해도 단 한번의 행동력에 그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모왓의 결단력과 신념을 향한 지치지 않은 자신감을 배울 수 있었다.

 

 

생명의 탄생은 위대하다. 한치앞을 알수없는 인생길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그녀는 나와 똑같은 날에 태어났다. 사랑으로 가득찬 큰 눈망울, 동글동글 귀여운 코, 오물거리는 조그만 입술까지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수술을 막 마치고 나오는 인큐베이터 속의 모습이었다.

백옥처럼 하얀 피부에 곤히 잠든 그녀. 신생아가 이렇게 예쁠 수도 있나? 나는 의문스러웠다.

알고보니 그녀는 수술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고 그 아름다운 하얀 얼굴은 아픔에 질린 모습이었던 것이다.

깜깜한 병원 복도의자에 우리들은 제각기 앉아 저마다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 당시 그녀와의 만남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냥 빨리 낫길 바라는 마음, 그것 뿐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날 나는 춤을 추지 못했다.

그녀와의 두번째 만남은 신생아 중환자실 에서였다.

여전히 아니 처음보다 더 지쳐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붉은 빛으로 변해 있었다. 어서 퇴원하길 바랐다.

오늘은 그녀를 만나고 왔다.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그녀가 힘들지 않게 공놀이도하고, 차구경도 하고 과일도 먹으면서 춤을 추었다.

이렇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내가 '아이'를 좋아하게 되다니, '핏줄'은 무시할 수가 없는가보다.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는 아이의 탄생을 온 만물이 기뻐하고 축하해 준다는 내용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달고, 바람과 비도,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너'의 탄생을 알고 기뻐한다.

네가 얼마나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동물원의 곰들이 너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밤새도록 춤을 추느라 늦도록 잠을 잘 만큼

너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라 말해주고있다.

그녀가 내게는 그런 존재다.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지고 온몸은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그런 존재다.

그녀를 위해 기꺼이 춤을 출 수 있다.

특별함이 항상 그녀를 지켜주길 바란다.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음으로 나 역시 특별한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나도 '아기' 였었고 세상이 나의 탄생을 축복해줬으리라.

각박한 경쟁사회속에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산건 아닌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만의 특별함을 그녀만의 특별함이 영원하길.

 

'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어여쁜 아이란다.'

 

 

 

5월23일 토요일, 주5일제가 많이 정착된 시점에서도 의료기관은 토요일이 더 바쁘다.

한참을 환자들과 섞여 바쁘게 일을 하다가 선생님 한 분이 놀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분이 서거하셨다고.

당장 TV앞으로 달려가니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선명하게 적힌 자막은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확인해보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 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일을 마쳤는지 모르겠다. 제발 오보이길 원했지만 하루 종일 나오는 뉴스속보는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의 결과가 이것이었나.

노 전대통령 퇴임 이후, 작년에 봉하 마을을 방문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노 전대통령이 나와 여러 주제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참 박학다식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던 마지막 만남이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슬퍼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추모 열기는 뜨거웠다. 그 분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현 시국에 대한 분노감은 노제 때 절정에 다다랐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때의 절망감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된 듯싶으나 궁극적인 것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소통을 원하고, 정부는 소통을 가장한 포퓰리즘에 빠져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 정직이 통하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그것은 정녕 불가능한 유토피아적인 망상일 뿐일까.

<대통령 노무현, 인간 노무현>은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우리나라 처음으로 출간된 화보집이다. 당선된 시점부터 재임시절의 환희와 고뇌에 찬 모습들이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어떤 부연설명이 없어도 그 분의 감정이 온전히 느껴지는 듯 했다. 환한 미소의 권양숙 여사의 모습도 보이고 여러 참모진들 모습도 든든하게 보인다. 마침 그 분의 자서전을 읽고 있었던 터라  사진에 보여지는 표정 하나하나가 여러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을 낮추고 국민을 대통령이라 생각했던 사람. 격식을 버리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바랐던 사람. 권위의식을 떨치고 그야말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사람.

그 사람이 노무현이다.

비록 그 분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을 우리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실천해야 한다.

나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둘러볼 줄 아는 인간냄새가 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취임식 때 찍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손을 맞잡으며 웃고 계시는 그분의 정신을 계승해야한다.

취임사 중 너무나 통쾌하고 올곧아서 눈물이 난 구절 몇 자 적겠다.

-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원칙을 바로 세워 신뢰사회를 만듭시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