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시인 '이상', 천재라고 칭송되지만 왜, 무엇때문에 그를 천재시인이라 부르는지 <에코우>를 접하기 전까지는 그저 따라붙는 수식어처럼 이상=천재시인, 무슨 공식처럼 의문없이 받아들였다.

한 번쯤 들어 본 <오감도>. 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모호하고 난해하기 짝이없는 이질적인 기운마저 불러일으키는 시를 저자는 마치 암호를 해독하듯 시어 하나하나 의미를 두고 풀이했다.

베일에 쌓인 이상의 시를 이런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매우 가슴 두근거리는 희열까지 느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 조심스럽지만 저자의 친절한 해석에 힘입어 엄두도 내지 못했던 오감도의 베일이 눈앞에 드러났다.

이상은 거의 굶어 죽었다고 한다. 자아수행의 과정으로 치밀한 계획하에 기인한 단식.

범인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은 그야말로 천재적인 발상.

광기어린 예술가의 혼마저 느껴질 정도다.

혼자만의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던진 이상의 메세지는 흡사 중생들을 구제하려는 부처의 뜻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벽앞에 서있는 듯 막막하기만 했던 오감도가 에코우(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분명 저자의 임의적인 해석이지만, 그래서 그것이 이상이 의도한 해석인지 알 수는 없으나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진 해석에 대해서 만큼은 감탄이 나온다.

생각보다 이상이란 시인의 매력에 더 빠져들게 됐다.

먹고살기 바쁜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같은 오감도의 의미.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아해들을 깨우치고 자아합일의 진정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수행할 것을 권고한다.

시라는 장르가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이의 해석력에 의해서도 재탄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 자체가 신이 된다. 신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깨닫고 끊임없는 고뇌와 수행으로 얻은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저자는 이상을 시인이라 부르는 것이, 소설가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단한 성인(聖人)으로 느낀다.

나 역시 그저 천재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이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변화가 일어났다.

육신을 버려가며 깨달음을 남긴 이상.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됐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자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은 있었던가?

저자 말대로 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난해하지만 나침반같은 책으로 기억 될 것이다.

 

나를 아는 즐거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지만 나는 나를 제대로 알고 있는걸까?

행복을 바라지만 막상 누군가 내게 ‘당신이 바라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라 질문을 던진다면 선뜻 시원한 대답을 하기 힘들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자면 항상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바라는 행복의 정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어떨 때는 나보다 타인이 나를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드는 경우도 있다. 멘탈테라피스트 서무태의 명상 에세이 <나를 아는 즐거움>은 명상에 대한 복잡한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좀 더 귀 기울이며 나를 아끼고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스스로에게 편안하게 접근하는 방법들을 소개해 준다.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돌아가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된 이들은 사회의 낙오자로 찍히고 행복의 기회조차 박탈되고 있다. 나는 없어지고 입력된 프로그램만으로 움직이는 빈껍데기의 또 다른 내가 살아가는 것이다.

좀 더 깨어있어야 한다. 나를 지배했던 오래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가?  내가 내가 아닌 느낌. 분명 몸은 나이지만 과연 나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살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의식,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세상이 단지 돈과 속도만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아님을 어렴풋 깨달았다. 깊은 무의식의 나를 돌보며 내 안에 스스로를 갇히게 한 어리석은 의식의 변화가 필요했다.

자의든 타의든 만들어 놓은 성벽안에 나를 가두고 그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한 나를 새롭게 해야한다.

나를 사랑하고 배력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할 수 있다.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고 고정관념 속에 젖어 사는 사람이 어찌 다른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이제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뒤쳐지지 않으려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면서까지 자신의 건강을 해치고 정신을 갉아먹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정작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작은 의식에서 깨어나 좀 더 크고 넓게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책에서 소개한 여러 명상들을 참고하여 좀 더 새로운 참 나를 깨치고 뜬 구름 같던 행복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발돋움이 된 책이라 생각된다.

 

 

싱글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일까? 누군가를 챙기고 신경쓰고 아낀다는 감정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나 살기도 바쁜데 다른이를 나만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숙제처럼 버거워지는 느낌마저 든다.

친구들의 연애상담자가 되어보고 진심어린 충고도 해주지만 정작 나의 연애사는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는지 돌아보니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서른이 넘어버린 여자는 연애세계에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인가?

그닥 몸매가 뛰어나지도, 미모가 출중하지 않아도 책에서 설명하듯 연애가 끊이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 내 친구만 봐도 쉴틈없이 연애가 이어진다.

그 남자 때문에 힘들어 했어도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편견없이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남들의 연애사가 우습게 느껴졌던 시기가 있었다.

이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연애 따위에 힘들어하며 자신을 괴롭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그래, 힘들거야, 더 좋은 사람이 생길거야 라며 위로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은 적이 더 많았다. 발랄하고 힘든 연애사를 남긴 친구들은 지금 결혼도 하고 사랑스런 아이까지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 당시 그들에게 느꼈던 안쓰러운 감정이 역전되서 내가 그런 느낌을 심어주는 입장이 된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상황은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

넷상에서 ‘철벽녀’ 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들마저 부담스러 벽을 치고 자신안으로 숨어버리는 여자인데 심심풀이 삼아 철벽녀 테스트를 해보니 그야말로 완전한 철벽녀가 나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상하리만큼 남자들이 다가오는 게 부담스럽고 혼자가 편안한 느낌, 싱글로 지낸 시간이 길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레 세수하는 게 일상이자 습관이듯 이 싱글 생활도 습관처럼 되버렸다.

서른 전에는 어찌됐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만남을 피했지만 서른 이후의 조언들은 가시처럼 가슴에 박히는 경우가 많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지만 실상 서른이 넘은 싱글 여성에게 보내는 시선은 그리 탐탁치 않다. 상대역시 내가 100% 마음에 들어 시작하는 건 아닐텐데 상대의 결점만 보이고 만남조차 회피하려고 한 결과 여전히 싱글 생활을 하는 스스로가 못마땅하게 생각된 적도 있다.

동화속의 왕자님을 기다린 것은 아닌데 어째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만남의 기회를 줄어져만 간다.

남자빼고는 모든 게 완벽한 여자들이 왜 연애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작가는 마치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정확하게 집어낸다.

싱글은 습관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여지껏 그리 지내온 것처럼 습관이 되버린 것이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며 적극적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을 키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애가 필요한 스타일 등 소소한 정보로 가득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연애가 이런 피곤한 일인줄 다신 한번 깨닫고 싱글 생활의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결국 언젠가는 모두가 내 곁을 떠날 것임을 알기에 더 이상의 습관에 젖은 싱글 생활을 청산해야 하지는 않나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