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면서 방황하던 시간들이었다. 그 방황을 거름삼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는대로 시간을 낭비했던 어리석은 생각을 변화시키고 싶어 인문학으로 눈을 돌렸다.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여러 궁금중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필요했다.

삶에 철학이 존재한다면 살아가는데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철학' 하면 어쩐지 다가가기 힘들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인문학 열풍탓인지 친근한 문체의 철학채들이 출간되어 그나마 철학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단계서 만난 이 책은 역시 철학은 어렵구나 라는 느낌을 심어줬다.

전문용어가 가득한, 한 번 읽으면 도댗 무슨 의미인지 한참을 생각해야하는, 내겐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책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아는가?'  '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들에 대한 내용들로 구성됐다.

살면서 궁금했던, 해답을 찾고 싶었던 질문들이었지만 시원하게 얻을 수 있었던 답은 없었다.

내 지식의 바닥이 보이는 듯 하여 민망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책은 철학의 원론적인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현존하는 뛰어난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로 해답을 들려준다.

아쉽게도 그 지식을 제대로 담아낼 만한 그릇을 소유하지 못한 내게 어려운 학문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신체는 사라져도 뇌의 일부분만이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는 진정한 나랄도 할 수 있는가?  책은 뇌의 일부분만 살아 있어도 '나'는 가능하다고 한다.

좀 더 가슴에 와닿는, 삶에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철학책이길 바랐지만, 생각보다 현학적인 내용에 우왕좌왕하는 기분이었다.

최근에 철학책 한 권을 수월하게 소화해낸 자만심이었을까? 철학은 역시 어려운 학문이었구나 깨달았다.

 

<두려워 마라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다>

표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내일은 지금 이 순간 시작된다’

어제 그렇게 걱정한 내일이 아무렇지 않게 보내고 있는 오늘이다.

성격에 따라 내일이란 느낌은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나처럼 소심하고 걱적이 많은 사람은 내일이란 두렵고 무슨 큰 일이 벌어질지는 않을지 계획하고 수정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살고, 내일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은 기대되고 설레고 모험심 가득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도 할 것이다. 타고난 성향과 그에 걸맞은 주변환경은 내게 있어 내일을ㄴ 두렵고 오지 말았으면 하는 피하고 싶은 불편한 존재다. 돌이켜보면 아무일도 아닌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큰 걱정처럼 다가왔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고 나 혼자 뒤떨어진 느낌이었다. 그 불안감은 좌절감처럼 스스로를 수치스럽게까지 여길 정도였다. 지나온 일이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의 그 처참하고 끔직한 두려움은 구토를 일으킬 걱정이었다. 그 불편한 성격을 아직도 고치지못해 여전히 내일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잘 웃고 편안해 보이는데 유독 나의 내면은 어둡고 눅눅했다. 마음을 활짝 열어 따뜻한 가을볕에 어두운 습기를 제거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자주 일어난다.

불안한 내면을 달래기 위해 명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책도 읽어봤지만 연습이 잘 되더라도 약간의 어긋남과 자극에 이내 관성의 법칙처럼 마음은 두려움으로 돌아온다.

작가는 말한다. ‘실제로 감당할 수 없는 삶이란 없다’ 라고.

생각해보면 죽을만큼 힘들어도 죽지않고 살아 내일을 걱정하는 나를 보면 맞는말 같기도 하다.

‘감당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세상의 몫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을 감당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라고 한다. 그 말이 어떤이에게는 허세처럼 들릴지라도 나에겐 커다란 위로가 된 말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건 내 몫이 아니다. 따지도 보면 결국 내가 모두 감당했던 일이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어도, 목소리가 잠길 정도로 소리쳐도 결국 내가 감당했던 일들이었다. 풋풋한 청춘에 추억이라고 수식할 만한 기억들이 없다. 인생 잘 못살았나 싶을 정도의 고통의 터널속에 간간히 새어 들어오는 빛을 버리지 않고 버텨낸 것 같다. 나는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존재임을 잊어버리고 스스로를 괴롭혀왔던 것이다. 그 괴롭힘을 즐기는 수준으로 나를 방치하고 두려움에 몰았던 날들 인 것 같다. 두렵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추한 내 모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요기를 키우는 연습중이다.

가슴이 말하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스스로를 누르며 밥벌이의 노예로 전락한 모습에 슬퍼하던 나. 사실은 새로 시작한다는 게 두렵고 귀찮았던 것이다. 지금껏 버텨왔는데 이제 조금 익숙해졌는데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이 어떤식으로 흘러갈지(지금보다 정신적, 경제적으로 나은 상황일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은 내게 일침을 놓는 책이다. 마치 속내를 들킨 듯 부끄러웠다. 인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제껏 나는 너무도 지나치게 삶을 진지하게만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슬픈영화의 주인공처럼 비극과 불행은 내 몫이다는 의식이 깊게 박혀있었던 건 같다.

내일이란 결국 오늘의 연장선 일 뿐이다. 내일이 두렵다면 두렵지 않도록 오늘을 의미있게 살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을 당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이렇게 마음먹자, 이렇게 살아보자’ 다짐하지만 금새 다짐은 사그라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나를 마주하며 살고싶다. 평소 고민했던 문제들이 작가의 연륜이 겸해져 시원하게 풀어진 느낌이다. 곁에 두고 마음이 힘들고 내일이 두려워 질때마다 꺼내서 힘을 얻고 싶은 책이다. ‘자기계발서는 사기다‘ 면서 읽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나처럼 위로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행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상상은 가슴이 뛰고 좀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삶의 동기가 된다.

일생에 한 번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길을 걷다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거창하지는 않아도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작가 남궁문은 화가로서 산티아고 순레길을 거꾸로 걸어가는 선택을 한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출발지가 되는 것이다.

보통의 여행기가 그러하듯 여행길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에 대한 감상이 주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이 기억에 남는 건 작가의 솔직하다 못해 격하다 느낄 정도의 여행 당시의 그 심리가 생생하게 묘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자들간에 주고받은 인사에 대한 감상은 너무 솔직해서 살짝 소름끼칠 정도였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단지 한 사람만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고 그 평범함과 일반적인 통념을 뒤집은 여행길은 생각만큼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흘러가는 군중속의 외로움, 낯선 시선들, 이 거꾸로 여행을 통해 세상에는 좋지 않는 사람들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기본적인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도 받지도 않는 사람들.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그 낯선 여행길에서 느낀 불신과 분노.

어쩐지 수긍이 가는 에피소드였다.

이 나라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내가 죽기전에 꼭 한 번은 가야겠다고 생각한 여행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조금 열기가 식었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 올레길이 도보여행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이란 낯선 환경에 두려움이 있지만 설레임 또한 크게 존재한다. 타지에 나홀로 동떨어진 극한의 외로움을 등에 지고 스스로를 바라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산티아고를 가고 싶다.

이 책을 접하고 욕심이 하나 더 생겼는데 정식코스를 마무리 짓고 이 여행가처럼 나도 거꾸로 걷기를 시도해보고 싶다.

이제껏 생각했던 세상에 대한 나의 편견이 깨질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한 인간의 다양한 면처럼 여행의 이런 다른면들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나무 지팡이를 지고 몸집만한 큰 베낭을 메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책뒷표지의 작가의 모습이 가슴 뭉클해진다.

함께 뒤엉켜 살아가지만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혼자다. 절대 고독속의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자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