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과학이라는 과목을 좋아했지만 그 열정만큼의 시험점수는 나오지 않고, 수학공식같은 숫자를 마주한 순간 그 열정은 얼음 깨지듯 나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와장창 깨뜨리고 말았다.

그 기억 때문일까? 졸업한지 십여년이 지나도 과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막연하게 불편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과학 그것은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픈 것, 하지만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학문.

내게 과학은 그런 의미다.

과학이 미치지 않은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간은 ‘과학’ 을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과학의 분여는 방대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난다는 것은, 그것도 이해하기 수월한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서가에게 행운인 것이다.

특히 과학을 어려워하는 독서가라면 더욱 더.

이 책은 그런 애독자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고 절로 미소 짓게 만들어준다.

전공책 같은 두꺼운 부피를 차지하지 않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과학이라는 학문의 전반적인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게다가 만화로 구성되어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과학이라는 학문에 다가갈 수 있도록 술술 읽어지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제공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고마운 책이다.

고상한 문체와 전문용어 가득한 책은 누가 읽어도 잠이 올 것이기 때문에.

시대별로 꽃피운 과학의 여러 분야는 물론이고 서양 중심의 내용에서 탈피, 동양권, 여성 과학자들의 모습까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단지 과학의 한 면모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철학적인 접근법으로 과학이 인간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심어준다.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에, 서로의 자원을 강탈하기 위한 경쟁, 그리고 전쟁.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추잡함은 살생무기 등을 탄생시켰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갖가지 무기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쓰고 세계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좀 더 아름답고 편리한 삶을 위한 과학의 발전이인간의 추악한 욕망으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의 ‘인연설’ 처럼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과학도 그에 못지않은 인연들의 집합이다. 지구의 모든길은 연결된 것 처럼.

책을 읽는 내내 ‘참 잘만들어진 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나의 조카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멋진 책이다.

행복한 명상카툰

월간 불광에서 만나던 작가님의 작품만을 따로 볼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어 기쁘다.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긴 진리, 깨달음은 가슴에 큰 울림을 준다.

이 마음이란 존재는 참으로 이상하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나의 마음이라고 하지만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도 않는다. 어떨 때는 마음에 끌려다니기조차 하니 말이다.

감정에 휩싸여 화도 내고 분노도 하며 매우 좋아 집착도 한다. 사건은 그대로인데 마음가짐에 따라 감정변화는 요동을 쳐댄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바라보는 힘, 그것이 부처다.

우리는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인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되는 것을.

의미를 부여하고 괴로워한다.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수 십년간의 습관은 그리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남과 비교하여 앞서야 행복인줄 알고,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인줄 아는 현대인들의 행복기준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 역시 남보다 조금 뒤쳐진 느낌이라도 들면 불안하고 걱정 속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것이 욕심이고 집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교정하기가 힘들다.

많이 가질수록 그것에 더 신경써야한다. 진정한 소유가 아니다.

이 책은 카툰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확실하게 전달해준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부담 없이 책을 펼칠 수 있다. 불교하면 어려운 법문이 떠올리겠지만 이 책은 불교의 진리를 낮은 문턱을 넘는 것처럼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보통 명상이라 하면 사람없는 먼 산속에 들어가 가부좌 틀고 명상하는 것을 떠올리겠지만 실은 일상이 명상이다. 똥 쌀 때 똥 싸는 것이 명상이고, 밥 먹을 때 밥 먹는 것이 명상이자 수행이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저 멀리 앞서나간다. 밥알이 입안에서 어떤 맛을 내며 어떤 질감을 주는지 집중하지 못하고 다음 스케줄을 떠올리며 식사를 한다.

현재 여기에 집중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누구든지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비록 불교적 색이 강한 책이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종교를 떠나서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랄라의 외출(나를 찾는 내면아이)

나이를 먹어도 마음 한 구석은 가끔씩 공허할 때가 있다. 짜증도 나고 답답하고 외롭고 불안해지는 마음.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 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혼자 버려진 느낌, 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몸으로 느껴질 정도의 피로감과 불안감을 몰고 왔다.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나는 가족의 사랑 속에서 지내왔고 건강한 교우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그렇게 기억하고 싶어서 만든 기억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지만 나의 내면은 어둡고 춥고 외로웠다.

혼자 있다는 게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럽고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어릴 적 기억을 곰곰이 더듬어보니 의도치 않게 혼자 남겨진 경우가 있었다.

엄마가 잠시라도 나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미칠 지경인 경우가 많았다.

선천적으로 예민한 성격을 타고난 것인지, 나를 보호해주는 이가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했던 것 같다. 그 감정은 서른이 넘어서도 이어져 누가 나를 딱히 괴롭히지 않아도 혼자가 되는 상황에선 굉장히 불안한 감정상태가 되고 만다.

어른인척 하지만 내 안의 내면아이는 울고 있다.

배우로 활동하다 화가로 변신한 작가의 내면아이는 ‘랄라’ 라는 인형으로 표현된다. 직장을 바꿀 수는 있어도 직업을 바꾼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하고 화가로 거듭난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랄라’ 라는 내면아이는 작가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주는 존재다. 아이란 항상 사랑을 갈구하고 관심을 쏟아 부어야 한다. 모른 척 할수록 내면아이는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심리상당하면서 작가는 내면아이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아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게 된다. 살아가는데 매우 큰 힘이 되는 존재로 내면아이는 거듭나게 된다.

문제가정의 아이는 아이답지 않고 조숙한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그 아이보고 철들었다고 기뻐하지만 아이의 내면은 자라지 못하고 신체만 어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적으로는 성인이지만 내면은 여전히 아이 인 것이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외면할수록 내면아이는 울부짖을 뿐 이다.

내 안에 내면아이는 혼자라는 느낌을 두려워했다. 나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주고 지켜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다. 되뇌이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기억이 나의 내면아이를 방치했는 것 같다. 무시하고 애써 피하려고만 했던 상황들.

작가처럼 내면아이를 인정하고 사랑으로 감싸줬다면 좀 더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있다.

문제를 직시하는 건 내게 있어 상당히 모험이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풀어야 해결이 나는 것이다.

작가처럼 내면아이를 돌보고 사랑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