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읽어본지가 언제적일인지 까마득하다.

봄이라서일까~

아이 손을 붙잡고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동산을 거닐듯 아이에게 좋은 시 한편을 읊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일까 소담스러운 분홍빛 코스모스와 푸른 날개를 가진 잠자리 그림위로 [철이에게]라는 제목이 착하게 적혀 있는 이오덕님의 그림동시집을 손에 들고 잔뜩 마음이 설레였다.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어느새 그림전시장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전시장안 한켠  따뜻해 보이는 그림앞에 서 있는 듯 마음에 잔잔한 감흥이 밀려왔다.

개나리꽃 입에 물고 선 병아리 그림, 무심히 앉은 개구리 그림, 작고 단단한 조약돌 가득한 여울물 그림

그 속에 헤엄치는 피라미와 모래무지 그림, 푸른 청보리 그림,,, 을 보고 있자니

때묻지 않은 그 시절로 돌아가 값없이 주어진 자연의 향연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듯 마음이 풍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는 된장찌개가 놓인 밥상, 달덩이 같은 얼굴로 환하게 미소짓는 엄마의 얼굴을보니 갑자기 친정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렇게 책 전면에 걸친 황토빛, 연두빛 가득한 소박하고 따뜻한 그림이 시인 이오덕님의 동시를 더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림과 더불어 읽는 이의 마음을 봄햇살만큼이나 따뜻하게 가득 채우는 이오덕님의 시들은,,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만큼,, 한편 한편 모두다 마음에 담아두고 싶을만큼 서정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사금파리, 동무, 앵두, 쇠죽,토담집,, 한참을 잊고 살았던 그 단어들 속에 떠오르는 그리운 유년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속에 흔하고 널렸던 개구리, 귀뚜라미,, 어느 책의 제목처럼 그 많던 개구리들은 귀뚜라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반성

온갖 꽃이름, 풀이름에 담긴 자연과 우리것을 향한 작가의 사랑은 특별한 기교없이 자연스럽게 술술 적힌 그의 시를 통해 고스란히 읽는 이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넘치는 언어의 유희와 조어, 그 기발함과 응축이 주는 맛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의 큰 특성인 것 같다.

좋은 그림동시집 한권으로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메마르기 쉬운 우리 아이의 감성에 잔잔한 단비를 내려준 것 같아 엄마로서 마음이 뿌듯하다.

오랫만에 아이들에게 진정한 마음의 양식을 제대로 챙겨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