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을 고를때 표지부터 시작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또 다른 사람의 서평도 살펴보는 등 참으로 신중한 편이다.

모든 책이 다 귀하고 중하지만 되는대로 마음껏 사줄 형편은 또 안되니 신중하게 고르고 어렵게 결정을 하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그중 몇몇 책은 별다른 갈등없이 쉽게 고르게되는데 권정생 선생님의 책이 그중 하나이다.

누가 나에게 가장 감명깊게 읽은 그림책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무엇이냐 물어온다면 난 늘 "강아지똥"이라고 대답한다.

아이가 어렸을때 선배 엄마들이 "강아지똥"이 하도 좋다고 하여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그림책이 아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란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참으로 아름답고,,  너무나 자연스럽고 또 기대하지 않았던 깊은 감동까지..

이번에 권정생 선생님의 [닷발 늘어져라]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하는 감탄이 터져나왔다.

익히 알던 옛이야기지만  어찌나 구수하고 정감어리게 풀어놨는지 아이들과 읽으면서한참을 웃고 깔깔거렸다.

대체 "닷발"이 무엇일까 했는데ㅋ ^^

그림 또한 어찌나 능청맞고 익살맞던지 글과 그림이 딱 어울렸다.

두편의 이야기 [닷발 늘어져라][만석꾼 대감님]을 통해

우리네 이야기전해주는 신명나는 장단, 감질맛나는 줄거리, 익살 등을 모두 골고루

느껴볼 수 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순리와 자연스러움이 주는 보상(?)이 무엇인지도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만약 책에도 "유기농"이란 게 있다면 나는 감히 "권정생 선생님"표 그림책이 유기농 그림책이라고 말하겠다.

다른 책읽는 아이와 엄마들도 따뜻한 마음과 자연을 그대로 감싸는 정신이 주는 귀한 이야기를  꼭 읽어보길 바라본다~

2편 중반쯤 읽었을때 자살자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트릭이 좀 놀랍기는 했는데

나의 경우 모두가 감탄하는 반전보다는 자살자와 호스트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부분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심리묘사 상황묘사 등이 너무 치밀하고 섬세하여 솔직히 좀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게다가 작가의 조금은 복잡한 정신세계를 따라가려니 머리에 한계가 느껴졌다.

(3권이나 되는 분량을 단시간에 집중에 따라잡으려고 해서였을까 가벼운 두통까지ㅋ)

읽으면서 영화 사일런트힐이 연상되기도 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공간

그런 것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이런 것이 작가 혹은 예술가, 창작의 힘일까

별개로 교육과 성장 두가지로 벅차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