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었던 어린 왕자.

사실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난리들인가, 이해가 안갔었다.

물론 보아뱀이 코끼리를 잡아먹고 모자 모양을 하고 있는 건 좀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을테지만..

그렇게까지 유명한 이유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었다.

 

20대에 어느 쯤엔가 어린 왕자를 다시 한번 읽었었다.

그 때 느낀 어린 왕자는 어릴 때 본 그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더 순수해보이고, 더 진지해보이는

무언가를 열망하고 갈구하는 결정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에 읽은 어린 왕자는

게다가 해설과 함께 읽은 어린 왕자는

내게 감동을 준다.

" 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니? " 

어린 왕자가 동그란 눈을 뜨고 책 속에서 나를 향해 묻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술꾼인지, 사업가인지, 점등인인지 생각해본다.

 

장미가 그의 그리움이었다.

그것도 까탈스럽고 괴팍하기까지 한 성격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장미에 녹여냈다.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는 생떽쥐베리 친구의 빰을 때릴 정도로 대담하고 대단한 성격을 지녔다는 그의 아내.

세상의 장미는 너무나 많지만, 서로를 길들인 어린 왕자의 장미는 오직 자신의 행성에 있는 그 장미 뿐이다.

노란 뱀은 말한다.

"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야. " 라고. ---------p.141

그래.

나 이 이야기를 심리학에서도 본 적이 있다.

투자 심리 이야기였는데, 시간과 돈과 노력을 많이 투자하게 하면 사랑에서 상대가 내게서 쉽게 물러나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상대가 나에게 돈을 많이 들이게 하고, 시간도 많이 들이게 하고, 노력도 많이 하게 하라는 거였다.

이것을 읽었을 때, 난 픽 웃었다.

사랑에 관한 전략적인 이런 이야기에게 나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가보다.

생떽쥐베리는 같은 이야기를 너무도 아름답게 너무도 순수하게 전달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엔 전략도 꿍꿍이도 없다.

그저 순수한 마음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넌 언제나 책임이 있어. 넌 네 장미한테 책임이 있어 "  P.142

갑자기 어깨가 묵직해졌다.

책임이 있다.

난 내 남편과 내 아이와 또 나의 친구들, 언니들에게 책임이 있다.

가끔은 그것들을 져버리고 나 하고픈대로 마구 행동하지만 내겐 책임이 있다.

시간을 소비해서 길들이고, 또 그 길들임엔 책임이 있다.

 

가끔 나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어린 왕자의 순수함을,

그 이야기들을.

나도 이미 어른이 되어버려서 그가 말하는 [이상한 어른] 중 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소중한 것을 망각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은,

마음에 소중히 담고 기억하면서 사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도 녹녹치도 않다.

하지만 쉽게 살고 싶지 않기에

어린 왕자를 늘 곁에 둘 생각이다.

손내밀면 손닿을 거리에 두고 쉽게 살고 싶어질 때마다 펼쳐봐야겠다.

진정 따뜻한 가슴을 가진 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말이다.

 

왠지 제목이

지랄하고 있네, 의 뉘앙스다. (지랄은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속되게 하는 행동을 이르는 표준어다)

50만원, 100만원의 월급을 위해 누군가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다니..

이혜린기자의 경험담을 주축으로 쓰여졌다는 이 책은 실화에 바탕을 두어 그런지 세밀한 묘사가 굉장히 와닿는다.

기자라는 신분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맛깔스러운 표현들이 글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모든 곳에서 거부당한 사회초년생이 연예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갖가지 고충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은

내게 마치 너도 이렇듯 열정을 가지고 좀 살아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 흔하지 않다.

이 책은 참으로 특이하게도 작가의 말이 맨 마지막에 있다.

거기서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내 20대를 돌아보는 열렬한 반성문이자, 왜 그 모양 그 꼴로 살 수밖에 없었는지를 치사하게 변명하는 일기장이다. 그리고 그런 내가 민폐를 끼쳤던 분들에게 바치는 사과문이다.(p.418)

 

절절한 마음이 이해가 된다.

진퇴양난, 그 상황에서는 차라리 뻔뻔해지는 필자의 모습이 소설 속 주인공과 오버랩되었다.

최선을 다해서 적응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안쓰럽다 못해 처절하다.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여파다.

정직원들과 똑같이 혹은 더 열심히 일하면서도 월급수준은 한참 못미친다.

하루에 13시간 이상 일하면서 인턴이라는 이름하에 월급이 고작 50만원이라니.

외국인 노동자도 그 정도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최대한 활용되더라도 결국 주인공은 내쳐진다.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과연 답일까.

얼마 전 읽은 한국의 워킹푸어가 생각난다.

워킹푸어란 근로빈곤층을 이르는 말이다.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가난해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낭비를 일삼는 것은 전혀 아니다.

임금수준이 일하는 내용에 현저히 못미친다.

어이없을 정도다.

자살하는 사람들도 속출한다.

그러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자살하며 유서쓰기 전까지는 투쟁도 하지 못한다.

그런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진정 이명박정부가 원하는 사회는 이런것일까.

사장님들만 좋아지는 사회가 지금의 한국이다.

싼 값에 고급 인력을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소설 속 라희는 이 사회의 희생자다.

이런 사회를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하는가.

정말 등골이 서늘할 정도다.

효율에만 미쳐있는 현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KTX의 비정규직 여직원들의 투쟁이 긴 시간 걸리긴 했지만 승리했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내 아이가 겪을 수 있는 비합리적 사회 병폐이다.

이 책은 그 사회적 병폐를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이다. 현 기자인 작가가 사회 초년생때 겪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다.

답답함이 커지는 글이지만, 절대로 외면해서는 안될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사람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이것을 행복 추구권이라고 한다.

어느 영화에서 나온 말처럼 행복은 손에 잡히지 않은 채 그저 추구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행복유전자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을 위한 방법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풀어나간다.

행복을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소유하고 싶어하고,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복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사고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서양의 가치 체계마저 여과없이 받아들인 결과로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우리네 정신 문화가 상당부분 쇠퇴하고 퇴색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자살율은 높아지고, 이혼율 또한 치솟는다.

내용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면서 보여지는 것들에 너무 매여 그것만을 추구하며 살다보니 진정 가치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상당 부분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물질주의자입니까? ,라고.

유전자를 재해석하고 행복의 본질을 살펴본 후 파트 3에서는 행복 유전자를 길들이는 방법들에 대해 나온다.

여기서는 보다 체계적인 방법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4단계로 28일동안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 후 행복 습관을 내면화해야 한다.

 

인간은 생각의 씨를 뿌리고 행동을 수확하며, 행동의 씨를 뿌리고 습관을 수확한다.

습관의 씨를 통해 성격을 만들고, 성격을 통해 운명을 수확한다. 

                                                                                  - 시바난다

 

우리는 대부분 최고의 가치를 행복에 둔다.

돈을 버는 것도, 건강하려 노력하는 것도 다 행복의 필요 요건이라 생각해 갖추려 노력하는 것일게다.

마냥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방법이 더욱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보다 적극적으로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