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에 대한 설명등을 봤을 때, 여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일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성이라는 말이 꽤 많은 횟수로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표지에 걸린 띠에도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었으므로.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덧싸인 종이나 띠가 있으면 무조건 버린다.

책에서 떨어져나가지 않게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들도 있던데, 어쩐지 나는 그 띠나 껍데기들이 싫다.

내 속엔 이렇게 굉장한 것들이 있으니 어서 열어봐, 라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긴 듯한 그것들은 마치 선택당하기 위해 온갖 치장을 하고 있는 그 무엇인 것같아서.

그런 것들을 제작할 돈으로 차라리 본 책에 더 많이 신경쓰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만 가득이다.

뭐, 각설하고.

요즘 책들은 스토리 형식이 많다.

마케팅이나 기획, 경제책등등 많은 영역에서 스토리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것은 마치 학습하기 싫어하는 초등생을 위해 만든 만화같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런 책들은 이야기를 접목시키면서 주제에 대해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어렵게 생각하는 영역에 보다 쉽게 닿게 해준다는 좋은 점이 있는 반면, 주제 자체를 너무 가볍게 만든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내가 보아온 책들은 대부분 그러했으며, 심지어는 주제를 담은 스토리가 삼류 드라마처럼 유치하게 변해버리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해서, 이 책을 처음 열었을 때도 그런 부류의 책을 거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별 기대없이 읽었다.

4가지 유형으로 직장인을 나눈다는 첫 부분을 읽게 되었을 때도 솔직히 관심은 그닥 크지 않았다.

무언가에 대해 해박함을 강조하려는 듯이 인위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성향들을 마구 찢어놓고 독자들에게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 지를 판단하라고 윽박지르는(?) 식의 책들에게 호감따위 별로 없었으므로.

가벼운 맘으로 읽어나 보자고 집어든 이 책은 내게 너무나 큰 재미를 안겨주었다.

약간의 마인드도 심어줬다.

삶은 개구리형, 민들레 홀씨형, 해바라기형, 카멜리온형.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책은 소설이든 처세술이든 눈동자를 잡아끈다.

놓아주지 않는다.

처세술에 관한 책들 많이 보는 편인데, 근간에 본 책들 중 가장 나은 책이었다.

함께 풀어간 스토리들은 가볍지 않았으며 체계적이었고 심지어는 결말 부분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들까지도 그려냈다. 어떤 형은 나쁘고, 어떤 형은 좋다는 식의 흑백논리가 아니었다는 점 또한 맘에 들었다.

삶은 개구리형과 민들레 홀씨형 두 타입들은 크나큰 변화를 맞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조금 강하게 풍기긴 했지만.

기준을 세워 분류해놓은 책들을 읽으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난 늘 모든 부류에 속해있었고 어떤 부류가 주를 이루는지도 확실하게 분별되지 않았었다. 셀프 테스트를 해보아도 너무 비등비등하게 나와서 그냥 전체적으로 읽고 도움이 되는 것들을 취하곤 했었다.

약 1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나자신을 되돌아 봤을 때, 내 주류는 해바라기형이었고 간혹 민들레 홀씨적인 성향들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목차를 읽을 때는 나한테 맞는 형만 찾아서 읽으면 딱 좋겠네, 라는 생각을 가진 것도 사실이었다.

해당 사항 안되는 부분을 읽는 것들이 사실 지루하게 느껴졌던 경험, 풍부했었으니까.

내가 가진 성향들과는 전혀 다른 부분들을 읽을 때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가볍지도, 틀에 박히지도 않은 스토리 전개의 세련됨때문이었을게다.

마지막의 네 가지 부류에 대한 정리 부분에서도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고, 한 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이 머리속에서 차곡차곡 방향을 잡아가는 느낌이었다. 불과 단 몇 장만을 사용해서 그런 효과를 내다니, 역시 대단하다.

이 책 한 권 더 샀다.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서.

아까부터 생각중이다.

누구에게 주면 나처럼 단숨에 흡입되어 읽을까..

이 책을 읽고 변화할만한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되었던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