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쓴 역사책은 읽다가 던져버리기가 몇 번이던가.

고등학교때부터였을게다.

그만 둬버린 건.

 

이 책 옮긴이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인이 쓴 역사책임에도 정말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워낙 작가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먼저 꼼꼼하게 읽는 편이라 눈에 들어온 또 하나의 이야기는

글쓴이의 계부가 한국사람이고 배다른 형제들과 함께 자라서 한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이 글을 쓴 지 한참 지난 지금,

고치고 싶은 부분이 몇 군데 있으나 한국과 일본이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하는 바램은 같기에 그냥 둔다는 글 귀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고치고 싶은 부분이 과연 어디였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 잡혔다.

 

명성황후 시해에 대해서 서술하는 부분에 가서는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갑신정변을 한 김옥균등의 개화파 청년들이 민씨 일족을 습격하여 살상한다고 서술해놓은 것이다.

민씨라니..

한국인이 중국인과 비슷하게 성과 이름을 쓴다는 점 등을 들어서 중국의 후예고 그 가지에 지나지 않는 다는 식으로 서술한 다른 많은 일본인들의 책과 이 책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히 이 책도 우리네가 알고 있는 것과는 뭔가 좀 다르게 석연찮은 구석도 조금은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실일 거라는 것은 알 길없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살짝 찜찜한 건 나의 편견탓일까.

 

괄호한자가 아니고 중간중간 한자에 조사를 붙여 옮겨 놓은 부분이 제법 많아서 당황스러웠다.

 

한 번쯤 다시 봐도 좋은 그들과 우리네의 역사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해서 결과도 있다.

 

역사는 나열이 아니다. 그 시대에 기준이 되는 패러다임이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또 다른 기준이 나오면 거기에 따른 원인과 결과로 채워지는 것이 바로 역사다.

 

안타깝게도 세계사에서 우리나라의 등장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명성황후를 밀어줄만한 세력이 좀 탄탄했다면 조금쯤은 바뀌었을테지만.

 

어찌 되었든, 각설하고.

 

이 책은 일반적으로 시대순, 시간순으로 중요도 순으로 죽 나열해오던 다른 세계사 책들과는 좀 다르다.

중간것들은 홀랑 빼먹고 중요한 사건들만 외우라고 강요하는 못된 교과서와도 판이하게 다르다.

 

금과 철, 자본주의 등 여러가지 그 시대의 중심에 있던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본인이 써서 그런지 문체도 아주 겸손하다.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데카르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문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부분.

자신은 이 부분을 생각하면 [대갈장군]이 생각난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는 폭소를 하고 말았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에 관한 글을 쓰레기라고 비판한 라즈니쉬보다도 더 충격적이고 신선했다.

작가는 워낙 신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신체에 대한 강의를 하러 다닌다고 한다.

재밌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중국 이야기.

 

몸체는 사회주의인데 팔, 다리는 자본주의로 무장하고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무서운 국가.

 

미국이 중국 사람들의 돈으로 집사고 땅사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뭐 그런 얘기는 이미 몇 년전부터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해왔다.

그런 중국의 신비스럽고 기묘한 형식을 이야기하면서

작가는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했다.

 

투명 비닐을 마구 사용하는 국민들때문에 그것을 유료화하자 그것의 소비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

 

이것이 위(정부)에서 정한 것을 일사천리로 따르는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나쁜 것들을 퍼뜨릴 때는 단점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것.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문제를 경제학자에게 얘기한다면 좀 다른 대답이 나올 듯 하다.

 

무료일땐 마구 소비하다가 유료가 되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경제학에서 볼 땐 당연한거니까.

 

상당히 흥미로운 책임에는 분명하다.

전체를 보는 넓은 시야로 세계사를 보고 싶다면, 볼만한 책이다.

읽는 동안

즐거웠고, 행복했다.

 

 

처음엔 남편을 좀 이해해보고자 읽은 책인데,

읽어갈수록 아버지가 생각났다.

가끔은 목이 메일 정도로 눈물이 왈콱 쏟아질 것도 같았는데

그 이유 역시 아버지 때문이었다.

 

남자의 입장에서 본 세상.

그 돌아가는 얘기들을 가만 보다보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돌 지난 아들이 어째 안되보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감안했던 남편의 마음이 약간은 눈 앞에 잡히기도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책을 읽다가 울컥 이렇게 생각하면 여자도 힘든 부분 많은데, 남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간다는 듯한 태도가 약간은 거부감 나는 부분도 있기는 했었다.

남자에 초점을 맞춘 책이므로 어쩌면 철저한 남자입장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 책을 정말로 읽어봐야 할 사람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생각도 했다.

남자를 이해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이 사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가 그러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아내에게 권하고 싶은 남자는 한 둘이 아닐 듯 싶다.

 

아내, 남편을 떠나서 남자, 여자를 떠나서

인간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 지에 관한 부분들도 상당부분 충실해 있다.

 

약간은 서정적이고

약간은 교훈적인 듯한 이 책은

우리네 자식들에게 건내줘도 좋을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철이 들 것 같은데,

부모님에 대한 특히 아버지에 대한 감사가 마음 속에서 깊게 피어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