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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덥고, 후덥지근해서 불쾌지수가 높은 날들이 이어진다.

방학이라 열린 창문으로 여과없이 소나기처럼 쳐들어오는 놀이터의 소음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그냥 책장을 탁 덮고 창가에 앉아 커피한잔을 마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달려간다. 내가 꿈꾸는 그곳! 백야의 신비스러움을 느끼며 끊임없이 달려가는 차창밖으로 끝없이 스쳐지나가는 자작나무숲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그리고 도심의 어디를 가나 눈에띄는 오래되어 낡았지만 고풍스런 유럽양식의 건축물들....  지평선이 아슴프레하게 보이는 끝없는 평원, 한가로이 띄엄띄엄 형성되어있는 마을은 그저 자연풍경의 하나로 어우러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러시아의 인상은 자연 그대로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애써 다듬고 만들지않아도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치있다. 요즘은 자주 러시아로 달려가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러시아에 가기전 읽었던 책을 소개한다. 지금 4학년인 큰 아이는 처음엔 읽지않더니 러시아에 다녀와서 이 책들을 읽었다. 아이가 보기엔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러시아사까지.  지금도 신문의 어느면에서 러시아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인다. 경험이란 이렇게 신비한 힘이 있다.

러시아 여행을 준비한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금은 자본주의사회지만 거리 곳곳에서, 그리고 사람들 의식속에 남아있는 사회주의의 잔재를 발결하며 새삼 아! 여기가 예전엔 사회주의였었지. 하는 자각을 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톡만 둘러본다해도 그 옛날 우리 영토였던 고구려의 기상을 느낄 수 있을것이며, 아픈 역사를 일구며 살아가는 우리 한민족의 한숨소리도 듣게 될 것이다.

올 여름엔 바다여행을 생각하고 있다. 어디라고 딱히 정해진 곳은 없다. 다만 발길닿는대로 떠나고 싶다. 그 곳이 바다면 되는 곳. 광할한 바다 저편에도 나처럼 외로운 영혼이 내가 발디딘 이 쪽 바다를 그리워할지... 

새삼 러시아가 그립다. 러시아의 공기, 바람, 음식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색눈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