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 저녁으로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해졌다.
개학이 코앞인데... ’여름방학에 읽을 책’을 소개한다는 것이 약간은 쑥스럽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기한에 기대어 몇 권 골라보았다. 내가 감명깊게 읽은 후 나의 두 아이에게 추천했고, 기특하게도 엄마가 추천하는 책은 잘 읽어주는 아이들이라 독후활동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참 좋은 책들이다. 가끔은 내가 읽어주기도 했는데, 자주 목이 메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러면 눈치빠른 녀석들은 슬쩍슬쩍 곁눈질을 하면서 자신들도 숙연해지곤 한다. 서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는 하지않아도 서로 느낄 수 있다. 가슴깊은 울림으로 함께 나누는 그러한 느낌이야말로 내가 독서지도사로, 치료사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명령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한다.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슬쩍 추천해준다. 독서지도사인 엄마를 믿어서인지 내가 추천해주는 책은 거부하지 않고 잘 보는편이고, 어찌되었든 아이들도 나와 비슷한 감동을 받는 것같다. 하지만 녀석들도 어쩔 수 없는 말썽쟁이 사내녀석인지라 때론 부글부글 끓어올라 소리를 버럭 지르기도 하고.... 돌아서 후회하곤 한다.
고학년정도 되면 탄탄한 줄거리와 메시지가 확실한 책을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 추천하는 책은 공교롭게도 진한 감동을 주는 문학도서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내가 늘 접하는 책들이라 쉽게 선택했을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 혼란스럽거나 또는 인터넷이나 다른 무언가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시기라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감성을 풍부하게 적셔줄 문학도서가 제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텔레비젼등 영상매체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아름답고 순수한 감성마저 기계화되어가고 있는듯해서 때론 두렵기까지 하다.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이 책 읽어주면서 참 가슴이 많이 아팠던 책이다. 아이들은 초콜릿 하나를 먹더라도 이 책속에 나오는 친구들을 기억하며 그저 달콤하게만 느끼진 않을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된 삶인지... 가슴깊이 느끼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다이고로야. 고마워’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주워온 후 우리집 책장 가장 좋은 자리에 꽂힌 책이다. 아이들과 가끔 들춰보면서 직접 만난적은 없지만 ’다이고로’를 만지고 얘기도 나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가르친다는것,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갖게 만들어 주는것, 우리 부모들이 꼭 물려주어야할 가장 좋은 유산이 아닐까?
’프린들 주세요’
참 기발한 책이다. 창의력이 풍부한 아이와 결국엔 제자의 개성과 독특한 상상력을 인정해주는 진정한 선생님이 참 인상적이다.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펜’에 ’프린들’이란 새로운 이름을 명명하는데...
’너도 하늘말나리야’
내 북피니언에서 마주치는 사진의 꽃이 하늘말나리다. 왠지 조금 슬픈 이름인것 같기도하고.. 암튼 주인공 세 친구들과 참 잘 어울리는 꽃이란 느낌이 든다. 서로 다른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 사춘기의 성장통을 견디며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가 참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우동한그릇’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라 다른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풍요로운 생활에 길들여져 책속에 등장하는 배경이나 인물들이 너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가끔씩은 일부러라도 고생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장마철을 보내면서 내 큰 아이는 ’검정고무신’을 몇 번 신고 학원에도 가고 특기적성 수업을 받으러 학교에도 갔다. 처음엔 약간 부끄러워하더니 엄마가 어린 시절에 신던 아주 귀한 고무신이라고, 전통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이젠 당당하게 신고 나간다. 물론 그림동화 ’고무신기차’가 한 몫을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
몇 번을 읽었지만 읽을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장면이 참 많은 책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늙은 엄마도 떠오르고, 나또한 어미로서 내 자식들에게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작가 황선미씨는 어쩜 이토록 깊고 넓고 심오한 사유가 가능했을까? ’잎싹’을 통해 나를 목울대가 아프도록 가슴으로 울게 만드니 말이다.
’수탉이 알을 낳았대’
참으로 슬픈 운명도 있는것이다. 이 책속의 주인공 ’바실리스크’처럼.. 바실리스크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참 많이 아팠던 책이다. 진정한 용기란 어떤 것인지 아이들 가슴속에 깊고 깊은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방학은 끝나가지만, 선선한 바람부는 창가에서 독서삼매에 빠지기 딱 좋은 가을이 왔다. 우리집은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났는데,,, 추위에 약한 나는 여름이 가는게 좀 아쉽다. 헉헉대면서도 여름다운 여름을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었다. 더위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았다. 내 아이들도, 또 이땅의 모든 아이들도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좋은 책으로 매일 자신의 순수하고 맑은 감정을 깨워 진정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이 되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