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게되면 가장 먼저 표지부터 꼼꼼하게 살펴본다.

대부분의 책들은 표지에 주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며,

특히 아이들과 수업할 때, 어떤 스토리의 책일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방법은 없는것 같다. 우선 '77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부담없이 읽어줄 수 있겠구나!싶은 마음에 반가웠다. 표지엔 만화형식의 여러컷 그림이 들어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사실감없는 그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내 그림에 대한 사적인 기호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무척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 먼저 보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영리함과 똘똘함을 배우게 되는 지혜로운 이야기', '감동적이고 교훈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 '바보와 허풍쟁이들의 우스운 이야기', '놀라운 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신비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1장: 사자를 잡아온 말에서부터 77장: 당나귀 왕자까지 짧막한 단편동화들로 이루어져있어 필요에따라 선택해 읽어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특히 '구연동화'에 재능이 있는 큰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마치 자신이 구연동화가라도 된 듯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실감나게 구연을 해주었다. 갑자기 관객이 된 나와 작은아이는 바닥에 내려앉아 쇼파의 높은 곳에 앉아 구연하는 큰 아이에게 집중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걸 아이들을 통해서 확인하는 순간이 종종있다. 특히 큰아이가 구연을 할때는 더욱 효과를 발한다. 작은 동화구연가인 큰 아이는 더욱 실감나게 하기위해 온 얼굴을 일그려뜨리기도하고, 목소리의 높낮이와 음성을 변조해가며 최선을 다해 관객들을 사로잡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동화를 찾아서는 내게 구연을 부탁했다. 나는 아이들을 감동시키는 구연가가 되기위해 할 수 있는만큼 열심히 각각의 역할들을 소화하려 애썼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평소엔 꾸물거리며 몇 번을 이야기하게 만들기도하는 일기쓰기와 세면을 후다다닥 마친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엄마, 빨리 읽어주세요~"한다. 나는 아이들이 선택한 몇 편의 동화들을 목을 켁켁거리며 구연했고, 아이들은 잠이 오지않는 얼굴로 자꾸만 "더~ , 하나만"을 외쳤다.

구연한 몇 편의 동화중 18장, '참새의 복수'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목 옆에 날카롭게 눈을 치켜뜬, 사나워보이는 참새가 제목의 '복수'를 뒷받쳐준다는 느낌이 들며, 참새와 개,마부, 아내가 등장한다.

**어느 집에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주인이 하도 못되게 굴어서 너무 괴로워 했답니다. 그래서 친구인 참새가 날아와 같이 떠나자고 했어요. 한참 가다가 정육점이 나왔지요. 그러자 참새가 고깃덩이를 마구 쪼더니 한덩이를 딱 떨어뜨려 주는 거예요. 그리고 개를 위해 빵도 훔쳐다 주었어요** 

첫 시작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참새의 행동에 포커스를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친구인 개가 가여워 함께 떠나는 참새의 의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과연 우리(나와 아이들)자신이 개와 같은 처지에 있다면 함께 길 떠나줄 좋은 친구가 있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친구(개)를 위해 정육점의 고기와 빵을 훔치는 참새의 행동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를 나누었는데,참새에 대해 두 아이 모두 옳지못한 행동이라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개와 참새는 사이좋게 여행을 계속한다. 그러던 어느날, 배부른 개가 잠깐 눈을 붙인사이 달려오던 마차에 치어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참새는 물론 위험한 상황을 마부에게 알렸지만, 마부는 참새의 말을 무시하고 내달리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울먹이며 참새는 외쳤다. "내 친구를 죽인 놈아! 너는 곧 망할 것이다!"라고. 그러고는 마차에 실려있는 술통을 콕콕 쪼아 구멍을 낸다. 마부가 끄는 말의 눈도 꼭꼭 쪼아대 결국 세 마리의 말이 죽게 만들었으며, 계속 술통을 쪼아 구멍을 내어버린다.

흐느끼며

"아이고, 여보, 우린 망했소. 말은 세 마리 다 죽어 버렸고, 내다 팔 술도 모두 흘리고 말았지 뭐요." 그렇지만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들어 줄 틈이 없었어요.

허둥대며

"아이 참,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새들이 날아와서 우리가 먹을 곡식을 죄다 쪼아먹고 있단 말이에요!" 마부가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수백 수천 마리의 새들이 곡식을 쪼아 먹고 있었어요. 그 가운데 참새가 있었답니다. 마부는 주저앉아 탄식했어요. "아이고, 망했다." "망하려면 아직 멀었어! 이제 네 목숨도 잃게 될 테니까." 참새는 큰소리쳤지요. 마부는 너무 화가나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참새를 잡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마침내 참새가 붙잡혔답니다. "잡았다, 요놈! 널 그냥 편하게 죽일 순 없어. 잔인하게....., 잔인하게...." 마부는 참새를 꿀꺽 삼켰어요. 그런데 마부의 몸 속에 들어간 참새는 마부의 온몸을 콕콕콕 쑤시고 다녔어요.

팔짝팔짝 뛰며

"이 망할 참새가!" 그러자 참새가 기어올라와 마부의 목구멍 밖으로 나오면서 소리쳤어요. "망하긴 누가 망해! 넌 곧 죽을거야!" 아내는 새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는데, 글쎄, 그만, 어쩌다, 그레 빗맞아서 마부의 머리를 떄린 거예요. 결국 마부는 써러져 죽고, 참새는 멀리멀리 날아갔대요.

정말 끔찍한 결말이다. 안그래도 세상이 뒤숭숭하고 삭막한 현실을 사는 우리들인데,,,,적어도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하지 않을까? 만약 마부가 참새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 참새가 복수심을 품지 않았더라면?,  마부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더라면? 결말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다.

'참새의 복수'의 큰 주제는 '영리함과 똘똘함을 배우게 되는 지혜로운 이야기'이다. 위 동화, '참새의 복수'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배우게 될 '영리함과 똘똘함'이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점 점 더 이기적이고 편협하게 변해가는 세상인심을 똑똑히 알고있는 엄마로써, "엄마, '영리함과 똑똑함을 배우게 되는 지혜로운 이야기'인데요" 하는 아이에게 나는 너무 똑똑하거나 영리한것보다는 약간 바보처럼 사는것도 삶의 지혜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을 위해 쓰는 동화가 꿈과 희망, 지혜를 가르쳐주는 대신, 자칫 잘못된 인식과 가치관을 심어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는 드는 동화라 생각되어 마음이 착찹했다.

** 혹여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싶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위에 쓴 서평은  '잠들 때 들려주는 5분 구연동화 77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참새의 복수'부분에 국한된 나의느낌일뿐이다. 다른 동화들 내용(아직 다 못읽었지만)은 참 좋다고 생각된다. 비평에 관해 문외한인 내가 감히 책의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많은 걱정도 되긴하지만, 문학을 사랑하고 특히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꼭 해야만 하지않을까... 라는 책임의식이 느껴져 용기를 내본다.**

오래된 초가집의 흙벽처럼 친숙하게 다가오는 표지의 느낌과 고개를 살짝 내민 아이의 얼굴이 낯설지 안다고 생각했다. 주근깨가 귀엽고 빨간 볼을 가진 아이는 제목에서처럼 비밀을 간직하고 들킬까 숨어있는듯하지만, 한곳을 응시하는 작은 눈속엔 간절한 무엇인가가 들어있다. 보통 비밀이라면 누군가 알면 안되는, 꽁꽁 숨겨두어야 할 것들인데 아무려면 들키고 싶은 비밀도 있을까?

주인공 은결이는 찬장 깊은곳에 넣어둔 엄마의 낡은 지갑에 손을 댄다. 언제부터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앞 뒤 문맥상 시간이 좀 흐른듯하다. 엄마가 찬장에 손만대도 은결이는 바짝 긴장하지만 정작 엄마는 눈치도 채지 못한다. 할인점 반찬코너에서 일하는 엄마는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볼만한 여유가 없고, 그런 기회를 놓치지않고 형 한결이는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지낸다. 심각한 치주염을 앓고있는 아빠 또한 아이들을 배려하고 눈높이를 맞출만한 입장이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방과후 집에서의 시간에 방치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은결이는 일주일에 천원씩 받는 용돈에 부족함을 느낀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엄마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친구 경석이와 궁것질을 하거나 그때 그때 갖고싶은 물건들을 산다.  당연하다는듯이 은결이에게 갖고 싶은것을 요구하는 경석이의 말을 의식하는 은결이는 심한 갈등을 느끼면서도 결국 또다시 엄마의 낡은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그러다가 실수로 유리컵을 건드려 깨졌고, 당황한 은결이가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뒤꿈치에 유리조각이 박힌다.

은결이는 낡은 고물컴퓨터에 그날의 일을 일기로 쓴다. 저장하지만 다시 찾을 수 없는 블랙홀같은 컴퓨터라 맘놓고 비밀일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날밤부터 한결이는 발뒤꿈치의 통증을 느낀다. 마치 자신의 잘못을 콕콕 찌르는 양심의 소리처럼....

우연히 한밤중 부모님 몰래 게임을 즐기던 한결이가 아빠에게 들키고 은결이를 원망하며 서먹해지지만, 성장의 징후를 보이는 한결이의 모습을 보면서 시원하진 않지만 화해분위기가 조성된다.  게임중독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 어떻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게 이 책에서 내가 느끼는 아쉬움이다.

아빠의 잇몸수술과 은결이 뒷꿈치의 유리조각 제거.. 은결이 엄마는 참 침착하고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며 은결 스스로 반성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티격태격 다툼이 잦던 한결이와 은결이가 손을 잡고 학원이 아닌 아빠가 입원해계신 병원으로 향하는 뒷모습이 참 좋다. 형을 쳐다보며 걷는 은결이의 발걸음이 가벼워보이고, 발그레한 볼과 웃음을 매달고 있는 옆 얼굴이 참 사랑스럽다. 하지만 아직도 미해결된, 또한 계속될 형제사이의 감정들을 엉클어진 낙서처럼 표현해놓아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그림으로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가끔 당황스런 문제에 직면하지만 때론 너무 흥분하거나 유치해져서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엉뚱하게 아이를 야단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나를 발견할 땐 '이게 아닌데'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얼른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다. 은결이 엄마처럼 차분하게, 냉정한 이성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마음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거짓말'과 '게임중독', 무거운 주제를 많이 무겁지 않게 다루려 노력한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은결이의 갈등이나 비밀을 들키고 싶은 마음을 잔잔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 주변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좀 더 깊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문제의 해결이나 대안에 대해서도 언급해야하지 않았을까?

나도 때론 들키고 싶은 비밀이 있다. 파란 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갑자기 누군가 그리워질때라던가,  비내리는 오후, 우연히 마주친 친구와 소주한잔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이들앞에서 엄마도 가끔은 칭찬받고 싶다는 속마음을 들키고 싶을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