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돌아온 두 녀석들이 실갱이를 한다.
큰 아이의 부채를 작은아이가 들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작은 아이가 탐을 내는 부채는 큰 아이가 여름이 막 시작되던 6월인가.. 자신의 용돈으로 산 것이다. 아른아른한 레이스천에 꽃무늬가 수놓인 연핑크색 부채는 여름내 큰아이의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때론 어느구석엔가 처박혀서 며칠을 그대로 잠자기도 했고, 작은애가 들고 다녀도 별로 개의치않더니 오늘은 또 자기것에 대한 새삼스런 애착이 발동했나보다.

"엄마, 저 용돈 가불해 주시면 안돼요?"
"왜? 돈이 필요하니?"
"네."
"어디에 쓰려고 필요한데?"

나와 작은애가 용돈 가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큰애가 대뜸 말한다.

"엄마, 왜 현우가 용돈 가불해 달라는지 알겠어요." 한다.

다음달 용돈을 가불해서 자신의 부채를 사고 싶어 하는것이라고... 나도 이미 눈치채고 있는 얘기를 한다. 
"천원에 팔게." 큰애가 먼저 흥정을 한다.
"계속 쓰던 물건인데 살때와 똑같은 값이면 너무 하는거 아니니? 중고잖아." 나의 말에
"그럼 500원에 사라." 면서 선심쓰듯 말한다.
천원을 불렀다가 절반값으로 내려가자 작은녀석은 씨익 웃으며 잽싸게 알았다고 대답한다.
아직 나와 가불에 대한 이야기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가불이 어려울수도 있겠다고 했다. 지난달에도 가불을 했었고, 겨울에 돌아오는 내 생일때 선물비용을 하겠다며 열심히 모으더니 지갑채 잃어버려 많이 속상해했던 기억이 떠올라 가급적이면 가불을 안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둘 다 이미 거래는 끝나있었고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몇 개월을 사용한 조금은 낡은 부채를 500원이나 주고 사는 작은애가 좀 딱하기도 했지만, 서로 흥정을 거쳐 결정한 두 녀석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이젠 부채에 대한 너의 권리는 모두 현우에게 넘어간거야. 알지?" 나는 못을 박았고
"알아요." 큰 애는 실증이 났던 부채였는지 '시원하게 잘 팔았다'는 표정이다.
"와~ 50% 세일값으로 샀네. 원래 중고품은 가격이 싼거야. 좀 더 싸게 살 수 도 있었는데..."
기회를 이용해 경제교육을 한다.ㅎㅎㅎ 
작은애는 행복한 얼굴로 네임펜을 꺼내 자신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넣고는 신나게 부채질을한다. 한여름에 선풍기도 없이 보낸 우리집에서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중고부채 거래가 시원스럽게 이루어졌다.

오늘 작은애의 일기제목은 '부채 거래'다.
"엄마, 물건을 사고 파는걸 뭐라고 하죠. 갑자기 생각이 안나요. 음.... 맞다! 거래." 하면서 쓴 일기 제목이다. 
목욕탕에 씻으러 들어가면서도  들고 들어간다.
그러고는 침대 한귀퉁이에 모셔놓고 잠이 들었다. 

아마도... 오늘 밤 꿈엔 부채와 관련된 신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부채도사? ㅋㅋㅋ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도 함께 자란다.

세상이 참 풍요롭다. 무엇 한가지 부족한것이 없는것 같은 세상..
매일 서점을 돌아본다. 나는 책 선생이며, 문학을 사랑하고, 또 문학으로 내 열정을 꽃피우고 싶다는 꿈이 있기에... 나에게 서점은 정열의 불씨를 키우고 살려내는 소중한 공간이다. 나는 책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경험하며, 내 생활에 적용시킬만한 지침들을 배우기도한다. 

매일 매일 수십종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책들중에서 정말 보석같이 반짝이는, 알곡처럼 영양가있는 책을 선별하는 작업 또한 만만치않다.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정말 쉽지않은 일이다.  
사랑하는 나의 두 아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들을 제공해 주기위해, 그리고 수업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다양한 삶과 세계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나는 매일 책숲을 서성거리게 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도하고, 각 기관이나 출판사의 도서목록을 훓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신뢰하는 방법은 내가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만나보는 것이다. 

가을볕이 따끈하던 어느 날.
도서관 열람실의 신간코너에 꽂혀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나는 결코 아이들에게 공부 1등에 대한 부담감은 주지않는 엄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두 아이들를 키우면서 절로 터득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는 주변의 나보다 먼저 경험한 선배엄마들을 통해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결코 엄마의 채근과 잔소리가 공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러 교육지침서들을 읽어 알고있긴 하지만, 솔직히 생활속에서 책에 나온 내용들을 실천하기란 어려움이 많다. 

아이에게 상위1%가 되어주기를 바라지 않는 나같은 엄마들은 교육에 대해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갖고 있을까? 나는 이제 곧 고학년에 올라가는 큰 아이와 둘째를 어떤 학원(공부와 관련된)에도 보내지 않고 있다. 단,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바둑만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필수가 되어버린 영어가 전혀 부담없는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이고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아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가난때문에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던 나의 어린시절과 아직도 공부에 목매며 살고있는 내 자신의 못다이룬 꿈을 내 아이들에게 부담지우고 싶지 않다. 이땅의 수많은 아이들은 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모들의 못다이룬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여러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작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얼마나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아이들은 놀아야한다는게 나의 교육논리다. 그냥 맥없이 노는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의 세계에도 엄연한 규율과 질서가 있다. 자신들 나름대로 그 규칙을 만들고 지키면서 세상과, 서로가 소통하는 방법들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것이다. 

학원에 의지하지 않는아이, 상위1%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행복한 아이, 자기주도 학습을 원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내 아이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파트를 돌며 쓰레기를 줍고나서 환경신문을 만들겠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라면... 난 굳이 영어천재가 아니어도, 수학영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스스로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모델(아이들)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풀어놓았으며, 부모님이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상세하게 곁들이고 있다.
나는 영어학원에 다니지 않는 나의 두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영화를 보여줄것을 약속했다. 그것은 단지 즐기기 위한 차원을 넘어 즐겁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전에도 알고 있던 방법이긴 했지만, 잘 실천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 모델이 된 ’영어짱 학승이’의 공부방법을 리모델링 하기로 아이들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이다. 

뒷부분을 차지하는 여러 선생님들의 조언과 학습법 가이드는 실제 생활속에서 얼마든지 적용가능한, 정말 쉬운 방법들이다. 단지 제대로 된 방법대로 실천하지 못하면서 잔소리로 일관하는 부모로선 힘든 일일테지만 말이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부모님 이렇게 도와주세요'라는 가이드 부분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부모들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지... 

전체적 내용들이 자세하게 안내되어있어 아이 스스로 마음만 낸다면 조금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라 할지라도 무난하게 소화시킬 수 있을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새 훌쩍 자란 실력때문에 놀라자빠질지도 모른다.ㅎㅎㅎ
 

	시냇물을 건너기엔 너무 멀어서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나는 안전할 거예요. 엄마가 바로 저기에 있으니까요!
페이지 : 18

앞 표지엔 엄마품에 안긴 아기곰의 표정이 너무 너무 너무도 사랑스럽고,  뒷 표지엔 아름드리 나무를 가운데 두고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인가? 아님 까궁^^ 놀이를 하고 있는것같은 사랑스럽고 평화스러운 그림이 마술을 건다. 앞으로 그림책을 고를때 ’앨리슨 에지슨’이란 이름을 기억하게 될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부모로부터 시작되었다.  태초에... 뭐 그런 의미가 다른 이야기들은 이곳에 쓰고 싶지 않다. 
살아계시든, 아님 이미 세상을 떠나셨건 우리 생명의 모태인 부모, 그것도 ’엄마’의 의미는 각별하다.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표지속의 엄마곰처럼 내 아이들을 꼭 껴안아 주지 못한 시간들을 못내 아쉬워하며 책장을 열었다. 

엄마와 나는 하루 종일 함께해요. 
엄마와 놀러 나갈 때면, 
나는 엄마의 발자국을 밟으며 콩~ 콩~ 따라 걸어요.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좀 두려움을 느꼈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상담을 하면서도 정작 내 아이들에겐 살갑게 대해주지 못하고, 심지어 짜증을 부리기도 하는 나의 못난 일면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기 때문이리라.
큰아이가 동생을 대할 때면 은연중 그 아이의 행동과 말투에서 내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좋은 면들도 많지만, 유독 내 눈에 띄는 것은 모난모습들,, 부족한 모습들이 강렬하다.
엄마 발자국을 콩~ 콩~ 따라 걷고 있는 아기곰의 모습에서 나는 불균형을 호소하는 내 아이들의 소리없는 외침을 들은듯하다. 뜨끔했다.

파란 풀들과 데이지꽃이 푸짐한 초원에서 한가로이 꽃목걸이를 만들고 있는 엄마곰과 아기곰의 모습은 너무도 평화롭게 보인다. 아이들은 크고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며, 단지 무릎을 낮추고 눈을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과 ’안정감’을 느낀다는걸 알면서도 생활속에선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이나 주변 여건을 탓하지말고, 바쁠수록 더 많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꺼리’들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속의 행복한 아기곰처럼 내 아이들의 얼굴에도 그런 미소가 피어나길 바라는 어미니까...

아기곰은 엄마와의 여행을 통해 ’용기’와 ’사랑’,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지혜와 기술들을 배우게 된다. 맨 처음 징검다리를 건너게 된 아기곰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지만 건너편에서 팔을 벌리고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용기를 내어 건너갔을 것이다. 마음속의 믿음처럼 안전하게... 

맨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내 아이들도 이런 모습,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준 믿음으로 뒤뚱거리며 발을 떼어 놓았을 것이다. 
내가 아직 어릴 때, 大海처럼 넓어보이던 강위에 가로놓인 ’섶다리’를 아버지의 그림자를 밟으며 건너갔을때처럼 그런 굳은 믿음으로 말이다. 징검다리 앞에 서있는 아기곰을 보면서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장면 장면 아름답고 뭉클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리고 두 아이들의 어미로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더불어 그림의 위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파스텔톤의 자연색으로 수채화로 표현된? 그림들은 글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어떤 책보다도 더 강렬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엄마는 못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될 거예요.

마지막 장의 내용이다.

의미심장하다.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될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문장이다. 
내가 훌륭한 삶을 살아야 할 이유, 왜냐하면 내 아이가 엄마처럼 살아야겠다고 결심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젠가 큰 아이가 한말이 떠오른다.
"난 나중에 엄마같은 여자랑 결혼해야지." 
말없이 그냥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내 아이들이 ’아빠처럼, 엄마처럼 그렇게 살아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새삼 되새겨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