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도에서 온 편지"
간행을 기리며 에서

독도학회장이신 신용하 교수는 이 책의 주요 독자인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영토인 독도를 일본이 빼앗으려했던 역사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아득한 옛날, 그저 그랬다더라 하는 역사가 아니다. 현재도 어이없는 일본의 우리땅빼앗기 야욕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집안싸움(정치)으로 정신못차리고 있을 때, 그들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왜곡시키며, 거기에 그치지않고 우리의 영토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기에 협의, 협력의 필요성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역사책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듣는 말로 정말 승자에 의해 씌어졌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일제시대의 진실들을 마치 전래동화의 한 장면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본의 압제와 핍박에서 고통과 아픔을 간직한 세대가 떠나고,
이제 징용에서 도망쳐온 아버지의 생생한 증언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세대가 떠나고 나면, 우리 아이들 세대는 그저 책속에 기록된 내용들을 추상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태극기와 애국가, 아리랑의 그 절절함을... 소중함을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왜구들 칼 들고 심장 겨누며 덤빌 때
동쪽 끝 멀리 나아가 맨 먼저 찔린 아픔에
애타게 가슴 시리며 외롭게 우리 기다린
그래서 더 그리운 파수꾼 독도야!’

신용하 독도학회 회장의 시 ’해 돋는 우리 땅 독도’의 4장이다.
왜구의 칼에 맨 먼저 찔린 독도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이되어 가슴이 먹먹해지는 구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독도에서 군생활을 하는 삼촌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독도의 푸른 바닷바람과 비릿한 내음, 독도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허 일’이란 소년이다.
삼촌은 독도 경비대원으로, 편지를 통해 매일 매일의 독도의 새로운 모습들과 섬에서 함께 독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쇠무릎, 기린초, 구절초, 방가지 똥, 개여뀌 같은 익숙한 야생초들이 그 곳에서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반갑다. 89개나 되는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독도의 친구들이며, 또한 이 바위들도 제각각 나름의 표정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선한 발견인가?

큰 문어에게 혼이난 삼촌의 고백이 담긴 비밀편지는 또 얼마나 아름답고 담백한가. 독도주변의 바다속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독도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된다.  
’푸른 독도가꾸기 모임’의 아름다운 실천도 소개되어 있으며, 독도의 품에 깃들어 사는 새들..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도요새, 가마우지, 홍조롱이, 슴새 등 온갖 새들과 여행에 지친 철새들도 쉬어갈 수 있게 가슴을 내어주는 고마운 독도의 풍경도 정겹게 그려져있다. 
특히나 주인 노릇을 하며 산다는, 고양이 소리를 낸다는 괭이 갈매기들이 새끼를 채어 가려는 매를 일제히 공격해 쫓아버리는 장면묘사에서는 정말 통쾌했다. 그리고 홀로 살아남은 어린 새끼를 직접 돌보기로 했다는 삼촌의 마음은 또 얼마나 따스한가? 바로 모든 생명을 품으면서도 그저 묵묵히 참아내는 독도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을까.

독도 경비대원들의 힘찬 구령소리에 깜짝 놀라 동해 바닷물에 세수하던 해님이 바다위로 쑤욱 올라온다는 얘기며, 해풍을 견디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들꽃들의 이야기, 그리고 바위틈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새들의 이야기, 집채만한 파도가 섬을 삼켜버릴것처럼 날뛰는 태풍 이야기, 다시 잠잠해진 바다에 돌고래들이 튀어오르며 쇼를 벌이는 이야기, 머리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을 헤며 식구들을 그리워 하는 이야기, 삼촌이 돌봐준 아기 괭이갈매기가 큰 새가 되어 멀리 날아간 이야기, 흰 눈위에 삼촌과 삽살개의 나란히 찍힌 발주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안정감 등...  책을 읽고 있는중에 마치 내가 독도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영상화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큰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삼촌이 제대하기 전 독도를 방문하기로 한 ’허 일’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가진 삼촌이 있다는 것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허 일’처럼 그런 삼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ㅎㅎ

책의 말미에 실린 독도이야기는 매우 유익한 정보들이 독도 경비대원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있다.
천연기념물 제 336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멸종 위기의 새나 희귀한 식물들이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살 수 있는 독도가 되었으면 좋겠고,  ’푸른독도가꾸기모임’의 노력과 헌신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는 한번도 독도에 가 본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언제 독도에 가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매 년 3월이면 어김없이 유관순과 3.1운동에 관련된 책으로 수업을 하면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내용도 반드시 다룬다. 일본인들에게 핍박 받은 조선인들의 입장이 되어 느껴보자는 의미로 손톱밑을 고문하는 체험도 진행한다. 실제 찌르지는 않지만, 손톱밑에 뾰족한 송곳을 들이대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경악하며 당시의 일본인들의 만행을 두려워한다.

옛말에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속담이 있다.
엄연히 우리 영토임에도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는 일본이 그들 스스로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정신 똑 바로 차리고 우리것을 지켜 낼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야 할 것이다.

표지의 그림이 참 따스하다.
어린 소녀가 입고 있는 오랜지빛 티셔츠와 빨간 바지,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갈색 머리카락까지.. 요즘 미술치료 수업을 받고 있는 영향때문인지.. 소녀가 입고 있는 옷의 색깔과 함께 표정, 몸짓 등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팔짝팔짝 뛰어가는 소녀 뒤를 달리기를 배우는 아기같은 오리가 행복한 몸짓으로 쫓아간다. 소녀와 아기오리의 표정에서 둘의 관계가 읽힌다.

그림책의 표지가, 색감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공부를 할수록 깊이 느껴진다.
개울가 바위위에 앉아 나뭇가지를 담그고 놀고있는 소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치 내 어린시절 모습같이 정겹고 따뜻하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어느 날 로라는 길을 걷다가, 작은 소리를 들었어요.
잔디 위에 작은 아기 오리가 벌벌 떨고 있었어요.
로라는 아기 오리가 무서워하지 않을 때까지
기만히 아기 오리 곁에 앉아 있었어요.'
(에휴.. 스캔한 그림을 넣으려다 실패 ㅠ.ㅠ)

  다친 아기오리를 집으로 데려온 로라는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로라의 정성으로 아기 오리는 마침내 밖으로 나가고 싶어할만큼  건강을 회복한다. 아기 오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로라는 기꺼이 산책을 나간다. 동화책을 읽다보면 깜짝 깜짝 놀랄때가 많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기오리를 처음 만날 땐 낙엽지는 가을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로라와 아기 오리가 산책을 나깔 땐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이다. 
흰 눈이 소복히 쌓인 산책길을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기 오리 표정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로라의 발자국과 함께 아기 오리의 앙증맞은 발자국이 나란히 찍히고, 둘의 표정은 사랑을 간직한 대상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정말 따스하고 사랑스런 모습이다.

  아기오리는 건강하게 자라나고, 어느새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 로라와 햇살을 받으며 호수로 산책을 나오기도 하고, 로라는 수영을 하고 싶어하는 아기 오리에게 '떠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기꺼이 수영을 시킬 줄 아는 사랑을 실천한다.  다른 오리들의 모습들과 함께 '아기오리가 떠날 까 두려워하는 로라'의 마음이 표현된 부분을 읽으며, 어쩌면.. 아기 오리가 자라면 로라의 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아기 오리는 다시 돌아왔고, "사랑해, 나의 작은 친구야."하며 로라는 안심한다.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할 거지?" 하는 부분에서도 로라의 불안정한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야생오리들이 울어댈 때, 좀 저 큰 아기오리를 안고 있는 로라의 표정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헤어짐을 예견하고 있는 것같았다. 

  그리고.... 아! 나는 그만 감동해서 버스에 앉아서 주책없이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로라는 오리에게 나는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무에 오르고, 오리의 날개를 펼친 채 뛰어내리기를 반복한다.
"내가 너에게..... 나는 방법을 알려 줘야겠어."
오리와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은 자신의 마음만 생각했다면 과연 나는 법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 어린 소녀인 로라의 성숙한 사랑과 희생에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뛰기를 반복하는 로라와 오리.. 

  "바람처럼 뛰자!" "더 빨리, 더....." "...... 넌 할 수 있어." "넌 날 수 있어."
끊임없는 로라의 격려와 사랑 덕분에 드디어 오리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올랐다.
  "빨리 돌아와야 해." 하는 로라의 작은 목소리와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나의 작고 용감한 친구야." 라고 말하는 어린 로라의 큰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우린 흔히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여 오히려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바로 로라가 아기 오리에게 해준 그러한 모습들이다. 상처입은 아기 오리를 따뜻하게 껴안아주고, 아기 오리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줌으로써 자칫 동떨어진 세상에 살면서 정체성을 잃고 힘들어질 수도 있는 위기에서 아기오리를 구해주는,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수업이 있어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로라와 아기오리의 사랑이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다워서... 또 이별을 예감하면서도 기꺼이 날개짓을 가르치기 위해 나무에 기어오르는 로라의 사랑이 뭉클해서,, 비로서 날아오른 아기 오리를 보내는 로라의 뒷모습이 애처로워서 세 번정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사랑의 참 모습을 가르쳐주는, 깊이 읽어야할 매우 뛰어난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수채화 기법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된 그림들과 파스텔톤의 느낌이 로라와 아기 오리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또한 콜린 매큐언이란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들여다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