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어렵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만화’로 나온 책을 추천하곤 한다.
일단 만화로 되어 있는 역사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그림이 삽입된 줄글로 된 책으로 옮아가는 것이 힘들지 않게 역사를 접하며,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도서관에 가서 검색해보면 의외로 만화로 출간된 역사책이 많이 나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EBS 어린이 역사드라마 <점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점프>를 보지 못한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내용이지만, 하얀 날개가 돋아나고 팔주령을 만지면 시공을 초월해 역사속의 어느 인물로 변하는 판타지 형식의 전개가 매우 흥미로웠다.

아이들과 읽고 나서, 만약 주용이처럼 팔주령을 만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시대, 어느 인물이 되어보고 싶냐고 했더니, 큰아이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작은애는 신라의 김유신을 꼽았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나는 익살을 떨면서 "엄마는 유관순이 되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 고문 당해야돼요." 하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사춘기 소년의 예민한 감성이 잘 드러나는 주용이의 행동에 아이들은 공감할 것이고, 썩은 생선냄새가 난다며 놀려대는 친구 오세진에게 대신 주먹을 날려주고 싶은 열기를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에 상처입은 주용이가 ’회장 아버지’에 대한 공상에 잠겨있다 퍼뜩 정신이 들었을 때의 표정, 다정한 모습의 아빠와 아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 어린 쓸쓸함과 우수를 공감하며 얼굴을 찡그렸을 것이다. 
늘 생선냄새를 풍기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은 주용은 "네 아빠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너만 모르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상처입은 채 터덜터덜 걸어가던 중 ’뾰롱’하며 나타난 천사의 날개같은 것에 이끌려 낯선 공간으로 들어선다. 그 곳에서 옛날, 그러니까 생선냄새가 배기 전의 엄마 의 향기를 가진 향수를 발견하고, 짤랑거리는 팔주령을 만지게 된다.

팔주령이 매개가 되어 주용이 도착한 곳은 졸본부여이며, 신분은 주몽이다.
자신의 시간여행을 눈치채지 못한 주용은 한동안 혼란을 겪는다.
대소태자의 온갖 악행을 이해할 수 없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한 열망만을 나타낸다.
졸본부여의 주몽으로 신분이 변했지만, 자신의 집과 엄마를 그리워하며, 위험한 순간에는 차차웅 선생님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이 현재 시공을 넘어 부여의 주몽의 신분이라는 것과, 본인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왕위에 오르기위해 주몽를 해하려는 대소태자를 피해 부여를 떠나게 되는 주몽.
유화부인의 사랑과 믿음에 힘입어 씩씩하고 용감한 주몽으로 탄생한 주용은 더이상 썩은생선냄새의 놀림에 흔들리지 않을만큼 자존감을 회복하게 된다.

"자빠져 봐야 다시 일나기도 하고 짬쁘도 하는 겨. 그래야 크게 이기고 크게 웃는 기지." 하던 엄마를 떠올리며 ’그래 난 할 수 있어’라는 자심감과 용기를 되찾는다.
유화부인에게 절을 하고 부여를 떠나는 주몽의 뒤를 쫓는 대소태자의 심복들... 위기에 몰린 주몽은 어디선가 짤랑짤랑 들려오는 팔주령의 소리를 듣는다.

"어? 이소리는" .... 
두리번 거리는 주용의 눈에 아까 보았던 무등태운 아빠와 아들이 보인다.

집에 돌아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주용은 이제 더이상 예전의 주용이가 아니다.
부끄럽게 여겨지던 엄마의 생선가게에서 오히려 큰 소리로 "생선 사가세요."라고 외친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떨어져있는 아이들이라면, 아마도 주용이가 만져 역사속으로 들어갔던 그 경험을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용감한 주몽이 아닌, 교활한 대소태자의 역할이 주어지면 어떻하지?

만화는 일단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아이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부모님이 함께 읽고, 책 속에 나온 인물들의 행동이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건이나 해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유도하면 아이들은 정말 신이나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할 것이다. 이것이 독서토론의 기초이다.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몽이 대소태자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고구려를 세우던 그 시대만이 역사가 아닌 것이다.

3학년부터 사회책에 등장하는 우리 역사를 아이들은 많이 어렵게 느끼고, 무조건 외우려고 든다. 외워서 기억해야 할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파도를 헤쳐가듯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해하고 나면 주변의 부수적인 것들은 가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일단 워밍업 단계로 만화를 접하게 한 뒤엔 반드시 좀 더 자세하고 깊이있게 나와있는 책으로 점프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해야 가볍게 읽고 끝나는 대부분의 만화책들과 구별되는 유익한 독서가 될 것이다.

아~~ 궁금하다.
대소태자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주몽은 또다시 팔주령을 잡을 것인가? 
뒷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아이들과 함께 뒷이야기 이어쓰기를 해도 재미있는 독후활동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