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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혼란 등 살기 힘든 여러가지 이유로 긍정심리학에 관한 책들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같다.
이 책 제목이 참 좋다. ’긍정에너지’라니..
사람들은 생활속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관계들에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어있다. 요즘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탄식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엔 저절로 부정적인, 다운된 에너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귀엽고 깜찍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뚱보 5학년 여자아이 이가온이다.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엄마와의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자 엄마는 호주의 외가식구들 곁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운전을 하는 아빠와 둘이 살고있다. 요즘 이혼이 흔해지면서 어딜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이여서 그리 낯설지 않은 인물설정이다.
주인공 가온이는 엄마가 없는 빈자리, 그 쓸쓸함을 먹는 것으로 풀때가 많았고, 챙겨주는 사람 없는 집에서 자기 스스로 해결하다보니 손쉬운 인스턴트 음식들을 달고 산 것이다. 결론은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4학년 때 예쁘고 날씬했던 가온이의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들에겐 그저 놀리기 좋은 이유가 될 뿐이다.
뚱보, 꽃돼지 등 놀림을 당하면서 의기소침해진 가온이는 스스로 ’왕따’라 생각하게 된다. 사실 친구들과 정답거나 이해를 받거나 하는 장면이 없는것으로 보아 혼자 생각하는 왕따는 아니었던 것같다. 가온이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놀라울만치 긍정적인 아이로 변화되는 과정은 사실 어이없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어느날, 하굣길에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을 향해 냅다 찬 깡통이 마침 지나가던 외제 승용차를 맞추는 사건이 발생한다. 어찌해야 할지.. 허둥거리던 가온이는 정신없이 달려 도망을 갔지만 곧 뒤따라온 차에서 내린 할아버지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 외제승용차, 대학교 신축공사장과 심상찮은 분위기...
겁을 집어먹었던 가온이는 의외의 할아버지 제안(세차)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리고 자동차에 성처 낸 미안함에 기꺼이 세차서비스를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깡통을 차게 된 경위를 듣고 난 할아버지는 자신의 상처를 꺼내놓으며 가온이의 아픔에 공감을 표현한다.
"싸움을 하지 않고도 영향력을 갖게 되는데 그게 바로 설득하는 힘이란다.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성공에 이르는 가장 강력한 도구거든." (내 책에도 밑줄 쫙~)
할아버지와의 진지한 대화이후 가온이는 협상을 통해 매일 할아버지의 세차를 맡아 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그 약속을 실천하면서 매일 매일 할아버지의 진솔한 삶이 농축돼있는 인생공부를 시작한다.
매일 만날 때마다 한뼘씩 마음의 키가 자라는 가온이를 보면서 할아버지는 흐뭇하고 보람을 느낀다. 가온이는 하루 하루 다르게 자신이 긍정적인 아이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꿈만같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로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시간을 맞춰 식사를 하고, 인스턴트 음식과 단호하게 결별했으며, 등하교길을 버스대신 걸어서 다닌다.
할아버지와의 만남과 세차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조심스럽게 꺼내놓을 정도로 친숙해지고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간다. 할아버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가온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5학년 여자아이로 변해간다.
할아버지의 긍정에너지 덕분으로 자신감을 찾은 가온이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고 결국 1등을 하게 되고, 4학년 때부터 호감을 갖고 있던 친구 유범한과의 우정도 회복하게 된다.
긍정학도사인 할아버지의 공장을 견할한 후 가온이 아빠는 일생일대의 기회라 할 수 있는 제안을 받게 된다. 백화점에서 일식집 사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지사의 관리를 부탁받게 되는 가온이 아빠. 가온이는 이제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꼬마숙녀가 되었다. 다만 엄마의 빈자리가 쓸쓸할 뿐...
그러나 할아버지의 공장에 다녀온 날 밤, 기쁨으로 고조된 가온이 앞을 우뚝 가로막으며 나타난 사람... 바로 엄마다.
"아니, 여보!" 라고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아빠를 볼 때, 엄마의 출현을 미리 알지 못했음이 읽힌다. 가온이의 풍선처럼 부푼 마음에 부디 바람빠지는 소리가 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이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점들을 말하고 싶다.
노랗고 따뜻한 색깔의 표지에 깜찍한 소녀가 윙크하는 그림이 참 예쁜 책이다.
경제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나 또한 긍정에너지가 절실히 필요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1. 자신을 위한 긍정에너지, 2. 행복을 위한 긍정에너지, 3. 뚱보를 위한 긍정에너지
4. 실천을 위한 긍정에너지, 5. 목표를 위한 긍정에너지, 6. 우정을 위한 긍정에너지
7. 성공을 위한 긍정에너지라는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밝고 경쾌한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가온이가 독백형식으로 줄거리를 끌고간다. 첫 장에서 가온이가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을 향해 깡통을 차기 전에 어떻게 혼내줄까를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분에 ’생각할수록 짱나고 약이 올랐어요’ 라는 표현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이 흔히 입에 달고사는 표현인줄은 알지만, 꼭 그렇게 써야만 했을까?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한다는 표현이겠지만 왠지 어색하고 불편한 문장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동화에서는 가능하다는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비싼 외제차에 깡통이 날아와 상처가 났음에도 범인?을 앞에두고 대처하는 차량 주인의 자세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란 느낌... (내가 너무 세속적인가?)
절름발이란 놀림으로 상처입었던 어린시절 얘기를 들려줄 때, 그리고 상대를 설득하는 힘이 곧 성공을 불러오는 가장 강력한 힘이란 얘기엔 밑줄 그으며 공감했다.
헌데, 정말,, 5학년 아이가 이 책의 주인공인 가온이처럼 모든 실천이 가능할까?
꼼꼼한 메모와 실천해가는 모습이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느낌이고, 뚱보란 놀림과 엄마없는 아이, 늦게 들어오는 아빠로 인해 늘 혼자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 등등 왕따로 우울할 수밖에 없는 가온이의 모습이 너무 경쾌하게 그려져 있는 모습들이 정말 어색했다. 색깔과 선의 상징을 너무 긍정적인 쪽에 포커스를 맞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져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황당했던 부분은 결말 부분이다.
오래도록 떨어져있던 엄마, 사실 엄마와는 그동안 연락도 없었다. 가슴속에 그리움과 보고픔이 가득차있긴 했어도 그만큼의 원망과 서운함도 함께 가지고 있던 가온이였다.
긍정학 도사님과의 관계... 어색하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뭐 이해할 수는 있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갑작스럽게 짠~ 하며 엄마가 나타날 수 있는지... 책 속에 어느 페이지에서도 엄마와의 재회에 대한 복선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정말 황당한 순간이었다. 더군다나 아빠의 폭력에 잔뜩 멍이들어 도망치듯 떠나버린 엄마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또 한가지.. 내가 느낀 아쉬움은 그림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내용도 깊이있게 읽지만, 그림도 깊이 읽어내려 노력한다? 유아 그림책속에책의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이다. 제목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라 해야할까.. 헌데..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우울모드이거나 어두운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은 느낌을 유지한다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언바란스란 느낌이 들면서 맘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어떤 설명도 곁들이지 않은 그림 한 컷에서 백마디의 말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그것이 그림의 중요성과 효용성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일천한 그림에 대한 견해가 가감없이 드러나 창피를 당하게나 되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그래도 독자의 입장에서 솔직한 느낌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앞으로 더 좋은 출판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본다.
나도 가온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고, 모든 상황들을 넉넉히 품고 포용하는 긍정학 도사님을 만나고 싶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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