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를 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한국의 각 시대별, 분야별 미술품들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그런데 역시 ‘보다’라는 이름답게 화보가 가득하다는 점.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감탄의 연속이었다.
보이는 둥 마는 둥 참고자료용 작은 사진이 아닌, 책장(冊張) 한가득 설명하고자 하는 것들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
그야말로 이 책에서는 주인공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시원시원하면서 때로는 압도적인 느낌에 정말이지 세계 명화집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아니,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나 할까.
이처럼 풍성한 화보는 독자의 눈을 사로잡으며 점점 한국 미술사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선보인다.
『한국미술사를 보다』1권은 크게 [한국 회화사, 한국 조각사, 한국 도자사]의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한국 회화사]
선사시대의 회화를 대표하는 것은 단연 암각화다.
암각화는 바위를 쪼아 그림을 새긴 바위그림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유명하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고래, 돌고래 등 바다짐승이라든가 호랑이, 사슴, 멧돼지, 개, 곰, 여우 등이 새겨져 있다.
이는 사냥과 어로의 성공 기원을 뜻한다.
반면 영일 칠포리 암각화, 영주 가흥리 암각화에는 ‘신의 얼굴’로 추정되는 얼굴 모양 새겨져 있다고 한다.
새삼 오랜 시간 지나 현재 이렇게 선사시대의 모습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신기하게 다가온다.
강서대묘의 사신도(좌측 위 현무도, 좌측 아래 청룡도, 우측 위 주작도, 우측 아래 백호도)
고분의 벽화 부분으로 넘어가면 각 시대적 특징과 더불어 다양한 벽화 이야기가 소개된다.
한마디로 표현해 재미있었다. 역사가 곁들여지는데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아서 좋았고,
그냥 일종의 그림책을 보는 것처럼 편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핵심사항을 전달하니 이해가 쏙쏙 잘 되는 기분이다.
고구려 초기 고분의 벽화에는 당시 생활 풍속이나 복장, 무덤 주인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는데,
예를 들어 <쌍영총 무덤 주인 부부 좌상>을 보면 고구려 지배층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반면 고구려 후기의 고분 벽화는 도교와 음약 오행사상의 영향으로 점차 추상화되어 사신도 같은 상징적 그림이 그려졌다고 한다.
5만 원권에 숨겨진 비밀
<묵포도도>, 신사임당. <초층도 수병>부분, 신사임당. <월매도>, 어몽룡. <풍죽도>, 이정.
통일신라와 발해를 거쳐 이어지는 고려 시대. 고려 시대는 불교 회화의 황금기다.
고려 불화의 진면목이 담겨 있는 <수월관음도>는 역시 불화의 꽃답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다음은 조선시대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의 미술사에서 회화가 가장 발전한 시기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에서도
회화를 살펴볼 수 있어 조금 더 회화가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다.
[2장 한국 조각사]
책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각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시대를 꼽는다면 바로 불교가 수용된 4세기 경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조각사가 전개되었고, 이후 통일 신라 시대에 조각이 크게 발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장에는 불상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러니 각 시기마다 조금씩 다른 불상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구경 포인트가 될 것이다.
얼굴 표정, 옷자락, 손의 위치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불상들.
그중 국보 제78호, 국보 제83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 사유상>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답기만 하다.
[3장 한국 도자사]
도자사는 토기라든가 도자기에 관한 것들을 다룬다고 보면 된다.
쉽게 얘기해 신석기 시대의 빗살 무늬 토기, 고려 시대의 청자, 조선시대의 백자를 떠올리면 되겠다.
토기 문화의 전성기는 삼국 시대다.
특히 신라 토기는 동물 모양의 토기, 다양한 토우가 붙어 있는 토기 등 그 모양이 독특해 인상 깊게 남았다.
책에 의하면 토우 중 장식용이나 부장품으로 사용되는 것은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고 악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볼거리, 역사, 이야기들을 두루두루 담아낸 『한국미술사를 보다』.
덕분에 즐겁게 미술사 여행을 한 기분이다.
앞으로도 옆에 두고두고 자주 펴보면 좋을 것 같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 한국의 것들. 더 많이 알고 싶고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고 느끼며 2권의 내용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