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갓 아이를 낳고 옆자리로 옮겨진 산모가 있었다.

얼핏 보아도 너무나 어려보이는 얼굴..그녀는 미혼모였다.

미혼모 센터를 통해서 아이를 낳을수 있게 되었던 그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이 결정된 상태였었다. 신생아실에 아기 얼굴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같이 보게된 그녀의 아기..

태어나자마자 친 부모에게서 떨어질 운명이 되어버린 아기의 얼굴을 보고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본 아이의 모습이 살짝 겹쳐졌다.

분명 누군가의 집으로 입양되었거나..아니면 보호시설에 있을 것인데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마 우리 아이와 비슷한 날에 태어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지금쯤 5살이 되어서 한창 말썽도 피우고 이쁜 짓도 할텐데 어디서 무얼하고 있나 새삼 궁금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아이이다.

자신의 기억에 조차 없는 친부모에게서 버림을 받고 부모가 의사인 집으로 들어와서 딸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엔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환경이지만 하늘이는 자신이 공개 입양되었다는 사실로 인해서 방송에 출연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것이 너무나 싫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처럼 엄마의 모습이 가식적이라고 느껴진다.

엄마가 늘 하시는 말인 "가슴으로 널 낳았다"는 말은 너무나 듣기가 싫다.

사실 입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거리로 오르락 내리락 거릴때 항상 나오는 말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 란 표현이다 그런데 그 표현이 당사자 아이들에겐 더욱더 심한 거리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나보다. 친자식이 아님을 오히려 강조하게 되는 표현...

그래서인지 하늘이도 이 표현을 너무나 싫어한다.

인터뷰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행복한 듯이 웃어야 하고 엄마가 적어주는 인터뷰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그대로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싫다.

그리고 중풍으로 인해서 하늘이네 집에 와 있는 할머니가 말끝마다 하늘이에게 톡톡 쏘며 주워온 아이란 표현을 쓰는것에 상처도 받는다.

의사지만 입양홍보대사로 더욱 바쁜 엄마에겐 오해와 미움만 커지는 하늘이.

그런 하늘이의 외로움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종이로 만든 집 <하늘마을> 이다.

하늘이가 애지중지 하면서 만들었던 하늘마을을 보면서 "이렇게 집을 좋아하는 걸 보니 아직도 집이 그리운가보다' 라며 할머니가 던진 말은 하늘이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했다.

행복해보이는 집..그렇지만 하늘이는 지금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하기에 더욱더 자신만의 공간인 종이집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하늘마을을 엄마가 찢어놓는 일이 생기면서 하늘이는 오랫동안 잠에서 깨지 못하며 꿈을 꾼다. 자신의 가슴에 있는 해마 (어릴때 수술을 받고 생긴 자국을 하늘이는 해마라고 불렀다) 가 하늘이 가슴에서 나와 찢어진 하늘 마을의 산장을 고치다가 다치는 것을 보고 하늘이가 "덤벙대기는..."하고 쏟아낸 말은 엄마의 말을 그대로 닮았다 하늘이가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말을 스스로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가슴에서 나온 해마가 다치는 것을 보고 하늘이는 엄마 또한 자신이 아플때 이렇게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가슴에서 해마가 나왔고 엄마의 가슴에서 자신이 나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엄마가 지금껏 보여주었던 모습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하늘이가 아플때 없는 솜씨로 죽을 쑤어오고 그렇게 바쁜 엄마가 하늘이가 아픈 날만큼은 꼭 집에 일찍 오는 모습등..그 모든 것이 엄마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가 보여준 모습은 처음엔 정말 하늘이를 입양한 아이라 미워서 그런줄 알았지만 사실 누구보다 하늘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사랑하고 있었다.

하늘이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깨어났을 때도 "아이고 내새끼,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쏟아낸 말들을 보면 할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밉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행동이 사실은 아팠던 하늘이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하늘이도 엄마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입양을 했건 안했건 아이가 잘못을 하거나 그러면 혼도 내고 그러는 것이 부모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로선 그런 부모의 행동이 "자신은 입양한 아이라서.."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상처를 받게 된다.

아이에게 항상 좋은 부모의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만 다 해주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식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일 것이란 것을 알기엔 당사자 아이는 사실 너무나 어릴 뿐더러 자신이 가진 자격지심이 너무나 커서 일 것이다.

입양가족이 흔히 겪을 수 있는 갈등을 점차적으로 해소해나가는 모습이 가족은 피로 맺어진 운명의 공동체라는 강한 선입견을 깨고 스스로 구성원을 만들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참 의미있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감동으로 인하여 도대체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고민하게 만들었던 이 책은 입양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는 사람이나 입양한 가족이 있는 집에서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다리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어설픈 후기를 마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