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프롤로그 살아 있는 인간의 이야기로서의 독립운동사
제1부 방황하는 식민지 청년
제2부 '신일본인'의 꿈과 좌절
제3부 상해 1년, 운명을 바꾼 만남
제4부 마지막 20일의 기록
에필로그 남겨진 이야기
역사라는 분야에 취약한 나에게 있어 이봉창이란 인물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살았던 어느 독립 운동가’로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더불어 내가 읽고 싶어서 혹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는 책이 아닌
과제를 하기 위해 읽어야만 하는 책이란 사실은
나에게 이봉창이란 인물에 대한 거부감마저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거부감은 책을 읽기도 전부터
‘이 책은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결국 나는 책을 빌리고 난지 며칠이 지난 후
과제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반납일이 임박해져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막상 책을 읽으려고 펼치면서도 거부감이 남아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독립 운동가에 대한 칭찬으로만 이루어진 뻔한 스토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거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중에
갑자기 두 장의 사진이 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이봉창의 독사진으로 두 사진 모두에서
이봉창은 폭탄을 두 손에 들고 선서문을 목에 건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왼쪽의 사진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으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사진이었으나,
오른쪽의 사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있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그러나 두 장의 사진은 이봉창의 표정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배경식씨는 왼쪽 사진에서 수류탄을 든 이봉창의 두 손과
배경에 있는 태극기는 사진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린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봉창이 목에 걸고 있는 선서문도
이봉창의 선서문으로 알려져 있는 선서문의 필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새로 쓴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봉창의 얼굴조차
다른 사진에서 오려붙인 것이 분명하다는 저자의 지적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왼쪽에 있는 사진을 자세하게 본 나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 두 장의 사진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이봉창의 삶도
과장되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역사적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나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두 장의 사진은 나에게 과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순전히 나 스스로 읽고 싶어서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제 1부에서 ‘방황하는 식민지 청년’이라는 제목으로
이봉창이 태어났을 때부터 일본으로 건너가기까지의 국내생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 2부에서는 일본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던 이봉창의 5년 동안의 삶을
제 3부에서는 일본생활을 청산한 뒤, 상해에서의 이봉창의 삶을
마지막 제 4부에서는 ‘마지막 20일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이봉창이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상해를 떠나 오사카를 거쳐
도쿄에 가서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기까지 걸린 20일 동안의 행적을 다루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미덕만 드러내기 바쁜 기존의 독립운동사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이봉창의 행적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저자였기에
나는 끝까지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더불어 이러한 저자의 접근방식은
독립운동의 영웅과 식민지적 근대를 상징하는 인간형인 ‘모던보이’는
절대 공존할 수 없다고,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해왔던 나에게
독립운동의 영웅과 모던보이는 상반된 이미지 같지만
한 사람의 삶에 복합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무조건적인 사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공부할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 책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되어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 2009년 11월의 어느 날, 오거서 독서노트에 썼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