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 학습의 주된 테마는 단연 ’엄마표’라고 할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엄마표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되는 영어책들이 근래에 상당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또한 줄기차게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책들을 읽는 편이다. 
대부분의 이러한 책들이 전달하는 바는 엇비슷하다. 
자기 아이는 처음에는 ABC도 모르는 아이였다는 내용부터 결국에는 지금 영어에 대한 부담감없이 아이 스스로 영어를 즐기며 발전해가고 있다는 내용으로 귀결되곤 한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일테다. 그 과정 중에 엄마들이 쏟은 노력 또한 사실일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라는 방법론이다. 
그래서 그들이 제시해주는 방법 또한 천편일률적이다. 
스스로 만든 엄마표 교구로 아이는 처음에는 단어로 내뱉던 것을 어느 순간 문장으로 응용할줄 안단다. 실상 엄마표 영어를 하고 있는 엄마들의 블로그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교구들이 다양하게 포스트되어 있고, 그것이 마치 엄마가 기울이는 노력의 전부인냥 동경하는 시선들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이를 비난할 의도는 없다. 다만 그렇게 열심히 교구를 만들어서 아이에게 영어 학습을 시키는 노력을 모든 엄마들이 할수는 없을테고, 나 또한 귀차니즘으로 똘똘 뭉친 엄마이기에 교구로 시작해서 교구로 끝내는 엄마표 영어는 시작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런 엄마들 대부분은 냉정히 말해 비전문가들이다. 물론 과정상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스스로도 발전해 나가겠지만, 실상은 비전문가로 체계가 조금 탄탄하지 못한것이 사실이라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참으로 다양한 엄마표 영어 서적들을 접하면서 과연 그들이 적용한 방법들이 어디까지 검증된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유명한 dvd로 생활영어를 늘려준다든지, 영어 동화책을 늘 읽어주며 어휘를 늘려주는 것 또한 일반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뭔가 막연하다는 느낌은 지울수 없다. 그래서 나는 조금 눈을 돌려 일명 교실영어라고 불리우는 책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사용하는 영어 표현들을 많이 접할수 있으니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매개가 될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금 일방적인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던 찰나에 이 책 <영어 유치원 가기 전 1년 우리 집은 하루 10분 영어로만 말해요>를 만났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수필 형식의 성공 노하우가 아니라 실질적인 팁과 내용들을 담고 있는 실용서라고 볼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저자 이수경씨는 현재 유아 영어 강사들을 대상으로 유아 영어 교육법을 강연중인 강사로 활약하는 일명 ’전문가’이자 엄마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학습법은 무척이나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이다. 힘들게 교구를 만들 필요도 없고, 어려운 표현들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아이가 친숙하게 느끼는 가족들을 소개하는 내용부터 시작하여 날씨, 과일, 동물 등 친숙한 내용들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영어가 서툴다고 오랜동안 단어로만 의사소통을 해도 무방하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단어로 내뱉는 영어는 짧은 기간동안만 지속되어야하고, 문장속에서 단어의 활용과 뜻을 감각적으로 익히는 연습이야말로 진정한 학습법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녀의 교수법은 아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엄마말을 반복하도록 하는 어찌보면 조금 단순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학습법인 문장 익히기라고 할수 있다. 이를테면, I am watching TV in the living room. What are you doing?하고 물으면  아이는 자연스레 I am watching TV in the living room.이라고 대답하며 엄마말을 반복할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 챕터들은 단순한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학습 목표가 정해져 있는 체계적인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금껏 너무도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엄마표 영어가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어떤 영어 동화책을 들여야 하나, 어떤 영어 dvd를 사야 하나만 고민하게 만들었던 여느 엄마표 책들과는 달리, 아이와 눈을 맞추고 상황에 따라서 단순한 문장들로 놀이식으로 시작하면 되는 그녀의 교수법은 그야말로 명쾌하다. 엄마들이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따라할수 있고, 무엇보다 교구나 동화책, dvd 등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좋다. 정말 교구가 필요하다면 잡지책에서 아무거나 오려내어 활용해도 되고, 그도 아니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이어가도 된단다. 또한 따뜻한 날씨에는 밖에 나가 거닐며 계절과 날씨에 관해 문장을 활용하면 될테다. 이처럼 단순하게 시작할수 있는 엄마표 영어에 대한 지식을 일찍이 얻었으면 나는 시작도 하기전에 엄마표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테다. 따라서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엄마표 영어를 차분히 준비해보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말에 따르면 아이가 4살이 되면 아빠가 아이를 멀리하고, 9살이 되면 아빠가 아이에게 다가가려고 하나, 아이가 거부한다고 한다. 아직 4살이 되지 않은 내 딸아이의 행동 발달들을 가늠해보면 우리집에서도 엄연히 벌어질 상황인듯하여 조금은 씁쓸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세대는 골목을 누비며 해지는줄도 모르고 뛰어 놀았던 반면, 우리 아이들은 적은 가족수와 폐쇄적인 사회 성격의 영향으로 갇혀 지내는 경우가 많다. 아빠는 회사 업무로 지치고 집에서는 휴식을 취하고 싶어하고, 아이는 놀이 상대가 없어 늘 엄마와 붙어지내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니, 어느 순간 아빠와 자녀 사이가 서먹해지곤 한다. 그리고 여럿이 어울려 놀던 기억들만 있는 아빠가 아이와 일대일로 놀아주는 것이 난감할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이 바로 1분 놀이법이다. 1분동안 아이와 함께 에너지를 최대치 끌어내 놀아주는 것은 하루종일 놀아주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그러므로  매일 1분만 아이와 놀아준다면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란다. 그에 더해 소개하는 놀이법으로는 슈퍼맨 놀이, 셀프놀이, 웰빙 놀이, 원격 놀이, 취침 놀이, 퍼포먼스, 만들기 놀이 등이 있고, 나아가 아이와 함께 행복 쿠폰제나 부적 쿠폰등을 만들어 활용해볼것을 권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3주동안 아빠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담고 있다. 1주차에는 1초 칭찬과 청유형 대화법을 통해 아이를 탐색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동안 저자가 소개한 놀이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서 아이와의 친밀도를 높이라고 한다. 
2주차에는 조금더 적극적으로 신체 놀이를 통해 아이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활동을 한다. 이불 보드 놀이나 의자 이불집, 식탁집 만들기 놀이를 한다. 
3주차에는 궁극적으로 아빠와 아이가 하나가 되듯이 친밀해지는 단계로 커다란 박스로 자동차나 로봇을 만들며 창의 활동을 겸할수 있다. 
그외에도 저자는 아빠들을 위한 다양한 노하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거실을 서재로 만들기나 약속 포스터 만들기, 주말 농장 활용하기, 칭찬 스티커 활용하기, 텐트 여행등이 그 방법들이라 하겠다. 


이 책에는 참으로 다양한 놀이방법들이 소개되어있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친숙해지는데 어색함을 가진 아빠들에게 단계를 밟아갈수 있도록 배려가 깃들어 있어서 좋은것 같다. 
다만 서두에서 시작해 동일한 내용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점은 조금 보완했으면 좋겠다. 또한 조금 젊은 감각이 가미된다면 더없이 좋은 책일듯 싶다. 
이러한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하는 아빠들에게 큰 도움이 될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