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이든 여창가곡집 음반으로 세바탕 (세 편가)을 낸 것은 조순자 명인이 유일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많이 듣는 여창가곡의 한바탕 편성과는 다른 두 바탕을 몰 수 있는 흔치않는 음반이다. 여섯장의 음반에 세바탕, 즉 15곡씩 45곡을 담았다.

 

내가 느끼는 조순자 명인의 김월하 명인이나 김영기 명인에 비하여 훨씬 여성스러운 음색과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김월하 명인이 골기있는 굵은 대나무라면, 김영기 명인은 죽죽 뻗은 길고 세장한 대나무 같고, 이 조순자 명인은 부드러고 질긴 갈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세바탕 여섯시간 남짓으로 양이 많다보니 자주 듣게 되는 음반은 아니지만 다른 분들의 이수대엽과 함께 우조 이수대엽부터 우조 두거까지 자주 듣게되어 새로운 느낌이 난다.

 

개인적인 느낌은 세바탕 중에 두번째 세번째 바탕은 첫번째에 비하여 숙련도가 떨어지는 느낌이고, 따라서 몰입도가 좀 떨어진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좀 생소한 곡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간간히 듣던 차에 지난 가을부터 가곡을 듣게 되었다. 용돈을 쏟아 부어 여러 명인의 가곡 음반을 샀다.

 

남창가곡은 상대적으로 발매된 음반이 적고, 여창가곡은 상대적으로 많아 내가 보유한 것도 여러 종류인데 그중에서 김영기 명인의 이 여창가곡 음반을 내가 가장 많이 듣는다.   

 

이 분은 여류가객으로는 호흡이 길고, 목소리가 청아하고 맑고 유장하여 마치 푸른 대나무가  죽죽 솓아있는 시원스런 죽림을 느낌이다.  

 

이 음반은 다른 여창가곡 음반과는 다르게 반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게 녹음되어 있어 여류 가각의 상대적으로 여린 목소리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녹음되어 있어 유장한 목소리와 역시 유장한 반주가 어울려 대나무 숲속에 있는 느낌은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목소리가  청아함에 비하여 약간 울림 있게 녹음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점이고, 반주 악기의 연주나 시김새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흥미를 잃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케이비에스 티브이 프로그램 명작 스캔들 같이 우리 전통회화에 얽힌 문학과 이야기를 격조 있게 풀어낸 것 같다. 욕심같아서는 더 많은 작품을 다뤄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그건 내 욕심일 것.  어째든 저자인 미술사학자 고연희님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회화를 끼고,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글이 흥미 넘치고, 유익하였다.

 

전문서를 포함해서 출판된 고연희님의 저작이 몇편 안되지만 전문가로서의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항상 그렇듯이 자연과학자들이 인문학자들의 글을 보면 아쉬워하는 것이 연구결과를 쉽게 풀어 나와 같이 그 방면의 문외한에게 쉽게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전문서적인 학위논문조차도 말이다.  

 

"그림 문학에 취하다" 이 책은 "조선시대 산수화"가 좀더 객관적 시각에서 나열식으로 소개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까지 저자나 다른 학자들이 펴낸 조선시대 회화를 소개하는 책 중에서 저자가 객관적인 입장이 아니라 가장 개인적이 입장에서 서술하는 책으로 생각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얕은 지식을 갖고 있는 이 방면 문외한으로서 이 분의 논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서를 포함해서 일반서적까지 몇번을 읽었을 정도로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