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맨 먼저 접한 김훈의 책은 "현의 노래"였다.

현의 노래는 가야 멸망시기 우륵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 책에서 현과 쇠의 비명소리같은 울음이 몸에 달라붙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한번에 읽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죽어가는 가야인들의 울음과 전쟁터에서 울리는 쇳소리. 가야금 소리...  그것때문인지 '칼의 노래'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는데 얼마전 읽어보니 오히려 '칼의노래'가 더 편했던 듯 했다.

그래서 시도해 본 자전거 여행.

읽고 나서 생각했다. 김훈을 읽으려면 자전거 여행, 칼의노래, 현의노래 순서로 읽을 걸 그랬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김훈이 표현하는 풍경과 맛이 좋아서 줄쳐가며, 적어가며 보려니다 읽는데 간이 좀 걸렸다.

	봄의 흙은 헐겁다. 남해안 산비탈 경작지의 붉은 흙은 봄볕 속에서 부풀어 있고, 봄볕 스미는 이 붉은색은 남도의 봄이 펼쳐내는 모든 색깔중에서 가장 깊다.
페이지 : 28

 남해 경작지이 밭들을 보며 한 말이다. 나도 봄 어느 때 남해에 가보고 싶어졌다.

	재첩국물은 삭신의 구석구석으로 스며 들뜬 것들을 가라앉힌다. 재첩 국물 속에도 작은 숲이 들어앉아 있다.
페이지 : 98

달래와 냉이 장찌게, 쑥된장국을 표현할 때 알아봤지만 맛에 대한 칭찬도 으뜸인 사람이다. 정말.. 삭신 구석 구석 성진강 그 쬐끄만 재첩이 들어오는 것만 같다 .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 세계를 개조하려는 열망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무기의 꿈과 악기의 꿈은 다르지 않다. 우륵이버린 조국의 이름은 그의 악기에 실려 후세에 전해졌ㄱ도 그 악기는 신라 천년의 음악 바탕을 이루었다. 진흥왕이 팽창주의는 그가 나긴 순수비에 적혀 있는데 . 아마도 역사속에서,진흥왕의 무기와 우륵의 악기는 비긴 것 같다.
페이지 : 147~149

나는 이 부분이 참 놀라웠다. 악기와 무기를 비교할 수 있다는 데는 생각이 미쳐본적이 없어서 더욱.. 아마도 이 여행을 통해 '현의 노래'의 뼈와 살을 만들었나보다.

아이 키 때문에 들른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엄마인 나에게 추천해준 책이다.

처음엔 뭔 한의사가 약대신 책? 했는데 알고보니 정말 "약"이었다.!!

선생님 눈에 내 병이 보였는지~ 엄마에게 필요한 약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호호

아이가 커가면서 책도 적게 읽고 (시간없다는 핑계와 함께)..꼭 필요한 권장도서는 읽혀야 겠는데.. 하고 막연히 걱정만 했지 어떤 책을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그리고 마흔이 넘어간 지금의 나를 정리하고 앞날을 고민할 책은 무엇인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나에겐 목마른 자에게 주어진 샘물같이 달콤했다.

저자인 이지성씨는 요즘 한참 유행병처럼 번지고 부활하고 있는 인문학 돌풍에 한 자리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10여년을 청소년을 위한, 그리고 성인을 위한 인문학 강의와 책쓰기에 몰두하고 그 필요성과 가치를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막연히 인문학에 대한 거리감, 동경, 궁금함등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풀 수 있었던 부분이 많았다. 더불에 남의 것으로 여겼던 논어, 맹자, 목민심서, 함비자, 국부론, 애덤 스미스등의 책의 가치를 알게 되면서 나도 한번 읽어보자!하고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었다.

나에게 용기를 준 것은 정약용, 이이, 세종대왕 같은 저 위인들도 한번에 이해하지 못해서  하루에 단 한페이지밖에 넘어가지 못했던 적도 있고 열번 백번을 읽어 비로소 이해를 했다고 하는데 하물며 범인인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한번에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 덕분에 아이들이 읽을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도 생겼으니 아이들에게도 약이 된 셈이다.

인문학에 왜 필요할까라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정말~멋진 사람

정말 ~ 위대한 사람

이철수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손에 조각칼이 쥐어지면 바람도 햇살도 새소리도 개구리 울음도 모두 살아움직이는 듯 하다.

이 책은 그동안 나왔던 그분이 작품듬을 모두 모아놓은 듯하다. 1981~2011년까지 목판화를 모은 책이라 하니 액기스라고 할 만 하다.

	어찌 오셨는가? 방금들 많이 다녀가셨지... 흔하게 많이 오는 그 사람이신가?
페이지 : 236 <감은사지에서 듣는다>

감은사지 석탑을 다녀온 후 작가는 꺼먼 줄 몇개로 석탑을 그려놓은 채 묻는다. 아무 의미없이 세상을 보고 있는 사람은 아닌지. 무심하게 서 있는 저 석탑이 지켜보았던 천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고 있는 것인지.

	와! 굉장한 소나기가 지나갔다. 개울이 서서 흐르는듯.
페이지 : 178  <소나기>

이철수님의 힘찬,벼락같은 물줄기가 허공을 가른다. 정말 소나기가 서서 흐르는 개울같다.

소나기인지 넘쳐 흐르는 계곡물인지 분간이 안가는 판화다.

어떤 물줄기는 쎄게!! 어떤 물줄기는 가늘게..

80년대 작품들은 모두 긁고 저항적인 느낌이 강해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색깔이 많이 다르다.

다른 작품들도 모두 숨막힐듯 아름답지만 이중 몇 몇 글과 판화는 어쩜 그리 나를 찡하게 하던지.. 판화도 글도 아구가 짝짝 맞는것이 하늘이 내린 재주를 가진 분인듯 싶다.

이 분의 작품은 한번 보고 넘기기엔 아깝다. 두고 두고 오래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