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끄집어낸 것은
언제라도 '국익'을 내세우며 똑같은 행위를 저지를 사람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 가장 앞에 있는 문구이다. 책을 펼치기 전 이 글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이유는 요즘의 정세가 어수선하고 불안해서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을 겨냥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금의 위정자들은 과거의 위정자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분명히 인식을 해야 한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장은 조선시대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정치인 5명이다. 최근 사극 열풍이 불고 있는데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서 혼란스러웠던 조선시대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5명의 정치인들은 드라마에 수도없이 등장했던 사람들이다.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에 올랐던 세조의 책사격인 한명회,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남들을 모함해서 무오사화의 시작을 열었던 유자광, 연산군시절 갑자사화의 주연이었던 임사홍, 광해군의 옹립으로 정권을 잡았던 이이첨, 인조반정의 성공으로 정권을 차지했던 김자점이 그들이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권력을 누리고,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한낱 배신자이며 간신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장은 여인세상이다. 조선의 왕을 쥐고 흔들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첫 번째는 여인천하라는 드라마로 유명한 문정왕후다. 어린명종이 즉위하자 수렴청정을 했던 문정왕후는 오빠인 윤원형을 필두로 정치를 마음대로 주물렀던 여인이다. 드세고 강했던 문정왕후를 어머니로 뒀던 명종은 자신이 성장하고 수렴청정을 거둔 후에도 정치를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여리고 불쌍한 왕이었다. 문정왕후의 사후 외척인 윤원형의 일파를 모두 내몰았다고 하니 그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소신껏 정치를 펼치려 할 때 세상을 떠났다.
두번째는 이산이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정순왕후다. 그녀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확인할수 있다. 사도세자의 죽음이 그러했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정조도 그녀의 권력욕을 보여주는 한면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바라던 그 권력이 너무 짧았던 것은 그녀에게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세번째는 외척의 세도정치를 정착시켜버린 순원왕후다.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왕을 세워놓고 뒤에서 조정하려고 했던 무서운 여자중에 한명이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를 살아야했던 이유는 여기서부터 시작이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시기에 궁에서는 외척들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쌓기에 급급했으니 우리나라는 다른나라들에 비해서 뒤쳐질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번째 장은 조선을 역사에서 퇴장시킨 5人 이다. 책의 제목은 이들을 겨냥했지 않았나 싶다. 한국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을사5적. 조선을 일본에게 넘겨주는 문서에 도장을 찍어버린 그들은 그 도장한방으로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들은 떳떳하지 못했기에 항상 암살자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이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이근택, 이지용, 박제순, 이완용, 권중현이다. 그들중에는 그 도장을 찍을 당시 마지못해 찍은 사람도 있었고, 이미 일본에 매수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도장을 찍은 직후의 행보는 모두 하나같이 친일이었다.
사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면서 친일파들을 그대로 기용했던것이다. 그들이 나라를 판 대가로 받았던 많은 부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그냥 인정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은 여전히 떳떳하게 위정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부와 권력이 지금의 삶을 편안하게 할지는 몰라도, 우리의 후손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조선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5人처럼 지금의 우리도 미래의 후손들에게 추악한 배신자가 될수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있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하지만 난 그친구의 말에 "그건 너무 자기중심정인 발상이야"라는 말을 던졌다. 하지만 이렇게 말한 나도 어쩌면 세상을 나를 중심으로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 머리속에서는 말이다.
이런 생각은 어쩜 인간이면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사람들도 역시나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돌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를 고정시고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지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했을것이다. 그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일수 있는 진리였다.

이책 『자오선 여행』은 사실 제목만으로 보면 자오선이라는 글자보다는 여행이라는 글자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쉽게 자오선을 따라 여행하는 여행책인가보다 라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이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오선 주변의 풍경 사진은 단 한컷도 넣고 있지 않은 과학도서이다. 아니 과학역사도서이다. 이책의 작가인 쳇 레이모가 자오선상에 있는 영국의 피치헤이븐에서부터 도보로 자오선을 따라 여행하며 들려주는 과학 역사이야기이다.

자오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시간의 기준점, 그리니치 천문대, 영국런던” 이정도이다. 단 한번도 "왜 그곳이 자오선이지?"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위도야 지구의 자전축을 중심으로 쉽게 구별할수 있겠지만, 도대체 경도를 나타내는 기준점인 자오선은 어떻게 만들어진걸까. 이책의 작가인 쳇 레이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이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탈피한 가장 큰 예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책은 크게 6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챕터는 지구 지도 그리기, 우주 공간속의 지구, 지구의 과거, 인간의 과거, 우주 시간, 우주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앞 두장은 고대 헬레니즘시대의 과학의 발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1장은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지구의 둘레를 처음 계산했던 에라토스테네스에 대한 이야기를, 2장은 지동설을 주장했던 아리스타르코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아리스타르코스에 대한 이야기는 놀라웠다. 지동설의 주장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우선은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가 먼저 떠오른다. 코페르니쿠스 시절에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 학설을 먼 옛날에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학설을 주장하기위해 가정해야만 하는 여러가지 사실들은 근대에와서나 받아들여진 그런 학설들이기에 더 놀랍다. 어쨌든 이들의 학설은 신중심시대인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모두 사라져 버렸고, 우리의 과학은 백보쯤 퇴보했는지도 모른다.
3장과 4장은 지구와 인간의 과거에 관한 내용이다. 신중심의 사회의 가치관을 통째로 흔들었던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문제가 제기되는것은 다윈의 종의 기원이 아닐까 한다. 창조설을 부인하고 진화설을 주장하는 학설은 사실 여러가지 증거 자료들로 보아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들을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또한 창조설과 진화설을 비교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창조설이라는건 그냥 믿음이지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한것이 아니기때문이다.
5장과 6장은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자오선의 개념에대해서 다시한번 언급하면서 시간의 정확성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니치 천문대의 설립배경이나,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 만들어졌던 크로노미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15도를 1시간의 차이로 만든 배경에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좀더 과학문명이 발달한 지구의 인간들은 시야를 넓혀 지구가 아닌 우주로 눈을 돌린다. 그것이 6장의 우주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수없이 많은 과학자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들의 업정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읽는 내내 재미있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간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우리가 알지 못하던 시간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