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나와 똑같은 혈액이 물결치는 동양의 자태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분명하게 바라보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좋아하는 부분만 선택하는게 아니라 모든 장면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것. 선악과 아름다움과 추함이 뒤섞여 있는 그 거리에 세계가 있었다. 나는 그 모든것을 바라볼 뿐이다. (p.52)
처음 표지를 보고 느낌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 여행 책들을 굉장히 좋아하고, 직접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책으로 대신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인듯도 하다. 그리고 쭉 훑어본 책에는 많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서 참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먼저했다. 이것이 책을 처음 받은 소감이었다.
책을 받으면 먼저 지은이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살피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1980년대 초반 후지와라 신야라는 사람이 터키에서부터 시작해서 동양의 여러곳을 여행하며 쓴 글이었다.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오래된 느낌은 아마도 그런 이유였던듯 하다.
위에 인용한 문구처럼 그의 여행은 정말 그냥 바라볼 뿐인것 같다. 어느 여행도서처럼 그곳의 명물(?)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았다. 멋진 배경을 찍어놓은 사진도 드물었다. 나는 오히려 그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곳의 삶을 그가 보고 싶은 모습들을 그대로 찍고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 놓았다. 시종일관 담담한 문체는 좀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많은 사진들이 그것들을 커버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외국의 음식을 소개할때는 문화의 차이이겠지만 적나라한 사진에 조금 놀라기도 했고, 남자작가의 본성을 억제하지 못한 그러한 모습에서는 살짝 민망함도 느낄수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좀더 인간냄새가 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처음 접했던 이스탄불과 앙카라의 음식들을 보고 헉! 이럴수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2권에서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을 보고 30년의 세월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유럽과 러시아가 맞닿아있는 터키에서 시작한 여행은 중동을 거쳐 인도, 동남아 그리고 중국 한국을 거쳐 자신의 고국인 일본에서 이글은 막을 내린다. 가끔은 이런 여행을 꿈꾸고는 하는 사람중의 한명이기에 그의 여행이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탓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조금은 답답함도 느꼈던것 같다. 스스로 먼저 저지르자!라는 생각을 하고는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다...
오늘밤도 난 역시 세계 여행을 하는 꿈을 굴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