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바로티가 사망한지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역시 내 삶의 영향권 안에 있지 않은 사람의 죽음은 빨리 지나가는것 같다. 거기다가 죽었는지조차 느끼지 못할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을수 있다면 아마도 더 그럴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나 가곡보다 클래식을 좋아한다.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악기의 소리를 듣는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악가들을 많이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가 좋아했던 빅3 테너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맑고 좋은 소리라고 느낄뿐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실 아주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두번째 부인과 결혼했다더라하는것 정도밖에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그의 어린시절과 성악가가 되기전의 이야기, 2부는 성악가가 된 파바로티의 사생활과 그의 행보에 대해서, 3부는 마에스트로 시대의 대형 프로젝트와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이야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파바로티 1주년 추모겸해서 나온 이책 빅 파바로티를 보면서 놀라웠던것은 그가 음악에 정규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대 라이벌이었다 플라시도 도밍고와는 대비되는 모습이 아니었을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규교육을 받고 착실하게 성장한 플라시도 도밍고와 정규교육없이 타고난 목소리로(물론 연습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세상을 놀라게 했던 파바로티.....

사실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단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깨끗해지는것을 느낄 뿐일것이다. 3테너 프로젝트나, 파바로티와 친구들이 음악계에서 음악을 더럽히는 그런 무대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범인에게는 그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좀더 오페라나 성악을 가까이 접할수 있는 계기가 됐던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되는 아름다운 삶이었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 역시도 사람이었기에 실수도 했고 좋지 못한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그의 모든것을 잊은채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만을 기억하게 될것이다.

책에 나와 있는 말처럼 신화가 되어버린 마에스트로로 말이다.

사랑은 가만히 두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행동으로 옮겨져야 합니다.

그 행동은 바로 봉사입니다.(p.111)

소크라테스는 '지행합일설'을 이야기했다. 아는것과 행동하는것은 일치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앎이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지식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지금은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세상은 평화롭고 행복한가? 쉽게 yes!라는 대답을 할수가 없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것 같다는게 내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진정한 앎을 모르는 겉핥기식의 지식만을 우리는 연마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앎"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 여기 한명 있다. 아주 작은 여자의 몸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구해냈던 마더 테레사가 아닐까 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1950년부터 그녀의 삶이 끝나는 1997년까지 인도 콜카타에서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서 많은 일을 했던 여성이다. 1979년 노벨 평화상을 받고 유명해졌던 그녀는 얼마든지 부유한 삶을 살수도 있었겠지만 그 이후로도 변함없이 가난한자의 머리를 빗기고, 몸을 씻기며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했던 분이 바로 마더 테레사이다. 그러했기에 우리는 그녀를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이책은 크게 6개의 장으로 나뉘고 마더테레사의 생각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녀의 신분이 수녀였던 탓에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나역시 기독교이지만 천주교와의 차이로 약간의 교리적인 문제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핵심은 사랑은 행동으로 옮기라! 거창한 일이 아니라 내 주변의 일부터 하나씩하나씩이었다.

"봉사"라는 말을 하면 우리는 봉사할 곳이 없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조금더 눈을 옆으로 돌리지 않았을 뿐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곳은 비단 양로원이나 고아원만이 있느것은 아니다. 그녀가 예로 들었던 뭄바이의 기아에 대한 대규모 회의장 앞에서 굶어죽은 한 사람처럼 말이다. 기아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할것인가를 위해 모인 사람중 어떤 사람도 굶어죽어가는 그사람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입으로 '사랑'을 외치기보다는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아주 커다란~거창한 행동이 아닌 내 이웃에게서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