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학문은 언제나 우리에게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학문으로 다가온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맹자, 순자의 이야기는 인간은 선하냐 악하냐에 대한 이야기였고(사실 인간이 선하든 약하든 어쩌란 말인가 어쨌든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더 와서는 이황과 이이의 이기론을 배우면서는 이가 먼저든 기가 먼저든 어쩌란말인가...라는 생각을 했었고,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 서양 철학을 배우면서는 목적이 중요하든 결과가 중요하든...이게 어떻다는건지...이러면서 우리에게는 정말 멀기만한 우리의 삶과 전혀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이미지만 굳혀갔던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만큼 나이가 들면서 "삶의 지혜"라는 말을 생각한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고 있는것이고, 인간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주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책을 처음 접했을때는 사실 표지에 무지무지 끌렸다. 책을 고를때 내용이나 평을 미리 보지 않는 습성때문에 책을 고르는건 책 제목이나, 혹은 작가, 그리고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되는 표지의 느낌이다. 이책의 표지는 사진이 왠지 멋져보여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들어 철학이라는 학문이 조금은 재미있어지기도 하니까...

이책을 막 열자마자 표지의 안쪽에는 이책의 기획의도에대해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물론 내가 생각했던 그런 책은 아니었다..;;) "수많은 철학자가 남긴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삶의 길찾기"를 위해 몸부림치는 독자들에게 공부 그 이상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삶의 영역에서 생각하는 힘이나 방법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계획의도중) 어린시절의 나처럼 철학이란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우리의 삶에 살아 숨쉬는 학문임을 알려주기 위한 의도가 큰것 같다.

이책은 크게 7개의 파트로 나뉘어있다. 각각은 삶과 진리, 생명의 존귀함, 고귀한 덕, 인간의 본성, 우정, 사랑,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철학자들의 주옥같은 글들과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담고 있는 책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들이 너무너무 짧고, 내용들은 많기 때문에 좋은 내용들을 전부 내 마음속에 담을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읽은 모든 책의 내용을 기억하며 살아가는건 아니지만 내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은 마음에 새기고 내삶의 밑거름으로 삼고싶은 욕심이라고나 할까~ 내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책이었지만 나름 읽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내용이 짤막짤막 하기 때문에 화장실책쯤으로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다 읽었지만, 내용을 음미하며 이야기 하나하나를 다시 읽어보는것도 괜찮을것 같다.

'청년을 위한 독서클럽'이라는 책 제목을 제일 처음 봤을때는 책을 읽는 고상한 대학의 써클쯤으로 생각을 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심오한 고전의 재구성이라든가, 아니면 청년들의 고뇌가 담긴 소설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했다.

처음 책을 펴들고, 학교의 연역이 나오는걸 보고서, 앗~!어느 한 미션 여학교의 이야기이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었다. 이책은 짧은 듯 긴 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결코 단편은 아니지만 각각이 따로따로의 구성을 가지고 있고, 앞의 이야기와 묘하게 연결된 그런 구성을 가지고 있다. 여학교이기에 일어날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난 사건들은 이 학교의 설립배경과 얽혀 스토리를 구성해가는 듯하다.

이 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성 마리아나 학교는 소위 부유층의 학생들이 다니는 조신한(적어도 밖에서 보기에는)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이 학교의 인기클럽은 단연 학생회와 연극부이다. 여학생들만이 있기에 그들 사이에서 아주아주 예쁘거나 잘생긴 학생들은 인기가 많은 우상이 되곤 한다. 그리고 매해 그들은 예쁜 여학생들을 '왕자'라는 이름으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허물어져가는 외딴 건물에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클럽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독서 클럽이다. 그리고 학생회에서 절대 다룰수 없는(조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에 정사에서 다룰수 없는) 야사와 같은 이야기를 독서클럽지에 적어놓은것이 바로 이책의 전문이다.

이 학교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던 두번째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4가지 이야기는 한가지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고상하고 가식적인 모습과 외모지상주의이다. 부유한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인 탓에 평민(?)이 들어올라치면 무시해버리는 도도한 모습과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해버리는 그 모습이 그렇게 좋게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여학생들만 있기에 소문에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이(나도 여학교 출신인 까닭에)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프랑스 파리의 "철학적 복음 호박"에서 시작된다. 마리아나의 오빠인 미셸에게서 시작된 변두리 독서클럽... 그리고 이 이야기의 마지막 도쿄의 대형 주상복합 건물 나카노 브로드웨이에 있는 "습관과 행위"이다.

시대에 따라 사람이 변하고 장소가 변했지만, 그들에게 독서 클럽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조금더 시간이 흐른뒤에는 지금의 노파들이 다른 사람들로 바뀌겠지만...

의문은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은 옳은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허무로 빠지고 마는 무서운 파멸의 길일지도 모른다.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