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의 이름은 예전부터 『영화처럼』이라는 책을 통해서 여러번 들어봤지만 직접 그의 작품을 접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상하게 유명한 책이나, 영화는 손에 잘 안가는 이상한 성격인 탓에.. 이 작가의 책으로 처음 고른책이 영화처럼이 아닌(어쩜 단편 소설을 별로 안좋아해서 인지도 모른다) 스피드가 되어버렸다. 음...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을 처음 접한 소감은 재미있다! 속도감이 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평범하게..아니 어쩌면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오카모토 가나코'라는 이름의 고등학생 소녀이다. 그녀는 소위 명문여고를 다니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어떤 일탈을 꿈꿨던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과외 선생님이었던 아야코 언니의 자살사건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아니 휘말린다는 표현보다는 사건을 만드는 쪽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쩜 이 사건이 없었다면 가나코는 명문 여고를 거쳐 명문대를 졸업하고 그 밑에 있는 사람은 깔보며 이해할수 없는 사람들로 생각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건들로 인해 소위 말하는 문제아 학생들과 어울리며 그녀는 그녀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살아가게 된다. 어쩌면 이 사건은 그녀에게 잠시의 일탈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평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경험이 된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이 그녀의 성장후의 모습을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엔딩장면에서 우리는 그녀의 이후 모습을 충분이 짐작하고 남음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모든 사람을 아래로 내리깔고 자신의 밑에서 다루려고 했던 한 남자 대학생을 문제아 고등학생들과 가나코가 멋지게 한방 먹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엘리트이고 누가 문제아인가! 그런 기준은 도대체 누가 정한 것일까? 공부를 잘하면 모범생이고 공부를 못하면 문제아일까? 이 책에서는 더러운 대학사회의 모습을 통해서 사회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을 자로 잰듯 모범생과 문제아들로 나누는 모습에 대한 비판또한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친 학생들을 미화해서 표현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는 누군가를 지배하려고 했던 엘리트 계급의 남성보다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돕고 있는 고등학생 문제아 녀석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가나코가 만들었던 새로운 클럽은 그녀가 추구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소설처럼 항상 정의가 승리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를 소망한다.(급결론이 참 이상한..ㅋㅋ)

2008년 여러 책읽기 카페를 들어가면 '완득이 완득이..'라는 말을 계속 들었던것 같다. 그런데 난 성격이 이상한건지 정말 엄청 인기 있는 영화나, 책들은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 완득이도 재미있나보다~하고 그냥 넘어가버렸다.

헌데.. 엊그제 도서관에 갔다가 완득이가 보이는거다... 이제 시간도 좀 지났고 잠잠해졌으니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꺼내들었는데....그만 단숨이 읽어버렸다..

완득이는 교회에가서 뜬금없이 똥주를 죽여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도대체 똥주가 누구야?라며 책을 읽다보니 그건 다름아닌 담임선생님이었던것!!

책을 사놓은지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읽지를 못하고 책꽂이에 꽂아 놓기만 했다. 망설였던 것 같다.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백성들에게 안긴 왕과 시대를 판단하지 못했던 어리석은 신하들의 이야기 따위.. 화가날것만 같았다.

조선시대 왕들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주저없이 광해군!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와 반대로 가장 싫어하는 왕은?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의 앞뒤를 잇는 왕인 선조와 인조이다. 세종 못지 않은 많은 인재가 있었음에도 인재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통성으로 인해 평생 자격지심에 사로 잡혀 살았던 못난 임금 '선조'와 시대 판단을 못하고 '친명배금'으로 하지 않아도 될 전쟁으로 굴욕을 안겼던 왕 '인조', 그리고 또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들인 소현세자를 독살했을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못난 아버지!

이 소설 『남한산성』은 청나라의 2차 침략인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마 이 소설이 왕을 두둔하는 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면 읽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인 김훈은 마치 스크린 밖에서 영화를 보는듯이 조선이든 청이든 어느 쪽에도 서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한채 소설을 진행해 가고 있었다. 소설이기에 진실일 필요는 없고 어느 한쪽에서 기술을 하는것이 훨씬 더 쉬운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시종 그냥 담담한 어조로 역사책인냥... 이랬다 저랬다..라는 단문을 사용하고 있었다.

청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왕과 신하들.. 그리고 편안한 삶을 제공해주지 않는 왕에대한 백성들의 태도는 어쩌면 사공의 모습에서 모든걸 보여준건 아니었을까? 같이 성으로 들어가자는 제안에 청군의 길잡이를 하고 먹을것이라도 얻어먹겠다는 사공의 말에는 나라에 대한 애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사공을 죽이고 돌아서는 김상헌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성안에서의 생활도 답답하고 갑갑하긴 마찮가지였다.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왕에게 알리고 허락을 받는 모습이 답답했고, 그 와중에도 신년맞이 명황제를 향한 의식은 웃음도 나오지를 않았었다. 남한산성에 갖힌 신하들은 들어갈때부터 모두 결말을 알고 있었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의 문제였을 뿐이었을것이다.

그들이 남한산성의 문을 열고 나가 청 황제 앞에 무릎을 꿇는 순간..... 인조반정의 명분조차도 잃은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아주 담담하게...시간의 흐름을 말하듯 겨울동안의 힘든 성안 모습과 대조적으로 다시 찾아온 따뜻한 봄을 말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그 따뜻함이 따뜻함이 아닌 씁쓸함으로 남았던건..... 그 전쟁 이후 청에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어버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