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책이 예쁘기도 하지만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새로운 책이 나오게 되면 다른 책을 주문하며 한권씩 사서 모은 게 벌써 8권 째이다. 벌써 인디고에서는 11번째 책을 내 놓았는데 그것이 바로 하이디이다. 어린시절 하이디를 읽으며 스위스의 산은 어떤 모습일까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읽은 하이디는.....

어렸을 적 내가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느끼게 해준다. 먼저는 어린시절 예쁘게만 보이고 부럽기만 했던 스위스의 산이 정말 살기 편하고 좋은 곳일까? 하는 것이었다. 순진하고 순수하지 못한 어른이기에 느껴지는 모습일까? 마른 풀로 만든 침대가 정말 향기롭고 포근할까?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그곳을 하이디는 참 좋아해서 많은 문명의 혜택(?)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저택을 거부한다.

두 번째로 들었던 생각은 부잣집 아가씨인 클라라와 하이디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이 책은 보기 드물게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이 관계가 가능할까? 물론 어린 아이들의 사이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클라라의 아빠와 할머니조차도 그 관계에 모두 동조하는 건 조금 현실적이지 못하단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의 급작스런 변화이다.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거부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디가 돌아오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걸 계획하시고 우리에게 가장 좋은 때 그것을 이루신다는 하이디의 말에서 급작스런 후회와 함께 다음날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며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변하는 게 가능할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른인 나의 의문일 뿐 이 책은 여전히 아름답고 예쁜 동화책이다. 아름다운 알프스 산이 있고, 양치기 페터가 있으며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클라라의 할머니와 페터 할머니가 있다. 예전엔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에 읽은 하이디는 굉장히(?)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복잡한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이 책의 부제는 『오래된 지식의 숲, 이수광의 지봉유설』이다. 학창시절 실학사상을 배울 때 가장 앞에 있는 이름이 바로 이수광, 이익이었고, 그때마다 배우는 책이 지봉유설, 성호사설 등이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에 대해서 배울 때도 실학 사상가들의 책으로서 이런 저런 책들이 있다라고 들었을 뿐이지 그 책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어떤 형식의 책인지를 배워본 기억은 없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이 어떤 형식의 책인지 알게 되었고, 이 책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16~17세기를 살았던 이수광의 지봉유설은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라고 한다. 이수광이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며 짧게 메모해 놓은 내용들을 엮어놓은 책이 바로 지봉유설인 것이다. 이와 마찮가지로 이익이 같은 형식으로 써서 엮어놓은 책이 성호사설이다.

이 책은 지봉유설과 성호사설을 기본으로 드문드문 다른 (백과사전류의)책들을 참고하며 그당시의 학자들이 바라보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책들을 발췌하고 그에 따른 작가의 해석이 따르는 형식이다.

크게 5가지 부분으로 분류된 이 책은 1부 하늘과 땅을 고증하다. 2부 사회 풍속의 속살들, 3부 역사를 보는 실학의 눈, 4부 선비됨과 학문의 세계, 5부 음식 문화 박물지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하늘과 땅에 대한 지금으로 따지자면 과학과 지리학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자연현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무지개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 일식과 월식에 관한 생각 등은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인 듯하다. 하지만 총 5개의 부분 중 이 부분이 가장 딱딱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 번째 사회 풍속의 속살들은 그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재미난 부분이다.  세 번째 부분인 역사를 보는 실학의 눈에서는 이수광이 살고 있는 시절에 일어난 임진왜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주인의 원수를 갚은 계집종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주인을 죽인 사람에게 원수를 갚기 위한 그녀의 행동은 용의주도하기도 하고 당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다.

네 번째 부분인 선비됨과 학문의 세계에서는 성리학에서 바라본 여러 가지 학문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유학자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듯 하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은 너무 흔하고 맛있게 먹는 채소나 과일들이 당시에는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꾀나 흥미롭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 속 모습을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지금은 당연시 인식되는 많은 것들이 당시에는 그렇게 인식이 되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니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보통 책을 선택을 할 때는 주변의 소개도 한몫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목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이 책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라는 책 역시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작가인 계승범씨가 이야기하듯이 최근 선비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러한 선비들의 모습들이 칭찬 일색인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책들이 즐비하게 나오는 가운데 그 책들에 반하는 제목의 책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듯 하다.

역사서를 좋아하는 나에게 ‘선비’라는 단어는 익숙한 단어이고, 이런 선비들의 모습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반갑기도 한 책이었다.

조선 500년의 역사 속에서 보이는 정치인(선비라기보다는 정치인이라는 단어를 쓰는게 맞을 것 같다.)들을 보면서 답답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기치아래 모인 유학자들의 모습이 ‘성인’의 모습을 닮아가기 보다는 당리당색에 물들어 상대방의 당을 불구대천의 원수 보듯 하는 모습은 현 정권의 정당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대인이라면 당색이 아닌 한 개인이 내어놓은 정책을 봐야하고 그들이 다스리는(?) 백성을 먼저 생각했어야 맞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조선 500년 사에서 계속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선비의 정의를 먼저 내리고 한 인물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항상 3가지 기준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인물이 당시 자신이 속한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에 어느 정도 충실했으며, 보다 나은 가치의 창출을 위해 얼마나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 조사한다.

그 인물의 삶이 시공을 초월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선의의 보편적 표본적 의미를 지니는지 살핀다.

그 사람의 직책이나 지위에 부여된 기대에 얼마나 잘 부응했는지 검토한다. 인간 본연의 책임감과 해당 능력을 보는 것이다.

-본문 중 p.19-

사실 선비의 정의와 마찮가지로 이러한 3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요즈음의 유교자본주의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선비들의 잘못된 부분들에 대한 비판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비에 대한 긍정적 평가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 역시 유학자이지만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들이 추구했던 이상과 상관없이) 우리는 현재 선비정신의 붐에서 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그들의 삶에서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추구했던 삶의 방식에서 우리가 배울만한 점이 있다면 그것만을 가져다가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의 300여 페이지를 읽으면서 분명 수긍이 가는 부분이 대부분이었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비판만을 읽고 있노라니 뭔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서 가장 수긍이 되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트라우마: 식민지 경험‘이었다.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았던 중국이나 일본은 자기 자신의 문화를 비판하며 발전했다고 한다면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철저하게 깨진(일본에 의해) 우리의 역사를 우리마저 비판하며 발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 역사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역사는 당시의 사실만이 아닌 현재의 해석 또한 중요한 문제이므로 비판받아 마땅한 우리의 역사에 대해 확실한 정리가 필요할 것이고 또한 우리는 비판만을 하는 것보다 그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찾아 과거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