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람 만샤라마니 지음 | 강대권ㆍ김민영 옮김 | 부크온 | 376쪽 | 2만2000원

“당신이 100달러를 은행에 빚지고 갚지 못하게 되면, 당신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1억 달러를 은행에 빚지고 갚지 못하게 되면 이번에는 은행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금융과 레버리지 대한 이 말은 버블과 그 붕괴 과정을 잘 설명해 준다.

우리는 숱하게 버블이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네덜란드 튤립 투기부터 시작해 대공황, 일본의 버블 경제, 아시아 금융 위기, 미국 주택 버블 등이 터졌을 때마다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하지 못했던 많은 투자자는 땅을 치고 후회하곤 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버블에 대한 이해를 체계화시키려 한다. 버블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대응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가들이나 이해할법한 지표를 들이밀며 버블 여부를 체크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경제학, 심리한, 정치학, 생태학 등 여러 학문의 관점을 다양하게 접목해 버블이나 버블이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버블이 터질 때의 상황을 살펴보자. 관중이 가득한 야구장에서 관중 개개인은 경기를 더 잘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 그러나 관중이라는 집단 입장에서 보면 개개인의 이득을 위해 모두가 일어서서 경기를 관람한다면 아무도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관중 개인의 입장이 미시경제학이라면 관중 집단은 거시경제학인 셈이다.

야구장이 아닌 경제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해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반면 모든 은행이 담보권을 행사해서 수백만 채의 집을 동시에 압류해 처분한다고 생각하면 개별 은행의 담보권 행사는 어리석은 행위가 된다. 모든 주택이 동시에 매물로 나온다면 주택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담보 가치가 줄어들어 은행들의 손실은 더욱더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버블이 형성될 때 특정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군중의 모습은 대구 떼의 움직임이나 철인3종경기를 통해서도 이해가 가능하다. 집단의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질서란, 개인이 자신을 위해 단순한 규칙을 따르면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질서다. 여기서 집단의 질서에 대한 개인의 복종을 강제하는 규칙이나 집단의식 같은 것을 필요하지 않다. 개인 차원에서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행동이 외부 관찰자 입장에서 볼 때는 누군가가 집단을 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보가 없는 개인이 마찬가지로 정보가 없는 또는 정보가 없으면서도 무언가를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따라가게 될 때 집단은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버블이 언제 터질지 그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다만 일련의 경제현상이 버블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금융시장의 버블과 붕괴’라는 강좌로 명성을 얻었던 저자는 불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불장난을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진수 기자

안냐 푀르스터·페터 크로이츠 지음ㅣ장혜경 옮김ㅣ북하우스ㅣ280쪽ㅣ1만4000원

직장인 강모씨,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지옥철’을 타고 회사 책상에 앉아 메일함에 들어온 수십 개의 사내 메일을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린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다. 밥을 먹고 온 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이후 팀장의 결론 없는 회의는 계속된다.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고 근무 시간 못했던 업무를 퇴근 이후 서둘러 처리한다. 그녀는 지금 하는 일에서 어떠한 의미도 발견할 수 없다.

강 씨 문제는 비단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사회 생산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정보력 역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지구 곳곳을 누빌 정도로 광범위해 졌다. 21세기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대인은 그 사이 대체할 수 있고 교환할 수 있는 자원이 됐다.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위기감과 무력감만이 남았다. 자신이 바랐던 일이 무엇인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는 일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을 때 우리에게 가능한 선택은 무엇인가. 이 책을 쓴 안냐 푀르스터와 페터 크로이츠는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라고 조언한다. 또 우리가 다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되려면 우리에겐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제언한다.

저자들은 자신의 일에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 사람에게 과감히 말한다. “지금 당장 그 일을 그만두라”

그들은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나 테슬라모터스 대표이사 엘론 머스크,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처럼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의미를 만든 사람을 예로 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에게 던지는 질문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타인이 규정한 목표에서 벗어나 자신이 정한 기준에서 자신의 목표를 세웠다. 새로운 질문은 바로 그 변화의 시작이다.

저자들은 이를 위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낡은 질문을 끄집어 내야 한다. 측정 가능성과 비용, 소요시간, 모범사례, 남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한 자율성 포기 등이 그것이다. 이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당신은 지쳐가고 창조성은 고갈된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 모두 겪는 악순환의 과정이다.

용기를 내서 지금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익숙한 것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보조부품 인생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족하고 기뻐하는 일을 맞을 수 있다. 또 자신의 불만을 사회와 집단에 묻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과 책임을 스스로 맡아야 한다. 그제야 변화는 일어난다.

하지만 이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장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당장 다음 달 카드 값부터 아이들 학자금, 주변인의 기대까지 모두 저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처음 강조했듯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바꿔볼 만 하다. ‘회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로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형민 기자

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팀 케인 지음ㅣ김태훈 옮김ㅣ민음사ㅣ404쪽ㅣ2만5000원

로마, 오스만, 스페인, 명(明)나라. 모두 막강한 군사력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국들이다. 이들 국가가 강대국으로서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또 이들 국가는 왜 갑자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까.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과 팀 케인 허드슨연구소 수석경제학자는 '강대국의 경제학'을 통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지정학이나 군사력을 중심으로 패권의 움직임을 분석했던 기존 이론들과 달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제학적 시각으로 강대국 몰락의 원인을 찾는다.

이 책의 원제를 'Balance'(균형)로 정한 것처럼 저자들은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넓은 영토와 강한 군대, 지리적 이점이 아닌 '경제적 균형'을 꼽는다.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트라야누스는 제국 영토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초의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과도한 재정을 지출했다. 저자들은 그 결과 재정과 통화, 규제의 불균형이 확산되면서 로마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불균형은 다른 강대국의 쇠퇴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중국은 명나라 때까지 서양보다 기술적 발전을 이뤘지만 15세기를 기점으로 경제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명 제국 황제들이 경제 자립을 위해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서 해상 교역을 급작스럽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무적함대'를 내세워 전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었던 스페인 제국은 은(銀)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두 번이나 파산을 선언했다. 경제 정책의 부재와 개인보다 조합을 중시하는 재산권이 1인당 GDP 성장을 막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경제기적을 만들었던 일본은 인위적 부양책으로 인한 재정 적자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저자들의 시선은 현존하는 세계 최강대국이자 병든 경제를 지닌 미국으로 옮겨진다. 이들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아니라 재정 불균형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은 세수가 2조 달러에 불과하지만 재정 지출이 3조 달러 수준으로 늘어나는 심각한 재정 불균형에 직면해있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이나 제도적 실험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강대국의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도 제시한다. 모든 집단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며 통치자의 경제적 무지는 '최악의 적'이라는 것. '하드리아누스 방벽'을 쌓아 영토 확장을 멈춘 로마나 '정화의 함대'를 불태웠던 명나라의 오판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무역 장벽을 낮춰 자유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