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은 바느질… 명품옷 부럽지 않아요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지혜라 글·그림｜보림｜36쪽｜1만1000원

시골 할머니네 집 벽장은 '보물창고'다. 한 땀 한 땀 예쁘게 수놓은 이불과 방석, 갓난아기 입는 배내옷과 포대기, 머리띠에 이르기까지 예쁘고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모두 할머니가 바느질해 지은 물건들이다.

첫째 보물은 100개의 천 조각을 이어서 만든 조각보다. 할머니가 만든 게 아니고 할머니의 할머니가 만든 거란다. '전쟁 통에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이 그리울 때면 조각 천들을 꿰매면서 마음을 달래셨지'라는 구절에 가슴이 뭉클하다. 둘째 보물은 깃과 소맷부리, 겨드랑이를 다른 색으로 꾸민 삼회장 저고리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가 만들었단다. 돌쟁이부터 너덧 살 아기들이 썼던 굴레도 예쁘지만, 독립운동 하다 감옥에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끝내 입지 못한 할아버지의 누비 두루마기는 사연만큼이나 슬프고 아름답다.

오래된 물건, 그래서 역사가 깃든 물건이 주는 따스함과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이다. 한 땀 한 땀 누빈 두루마기처럼, 바느질 기법과 도구, 옷본과 만드는 법까지 섬세한 그림으로 설명하는 작가의 정성이 돋보인다. 바느질이라는 노동과 사랑으로 맺어진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들이 다 함께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명절에 아이들과 함께 요모조모 따져가며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김윤덕 기자]

 

 

철학 없는 자동화가 초래할 위험한 미래

 
 
[[최보기의 책보기] '유리감옥']

 

누구나 가끔 생각하나 답을 찾기가 어려운 문제,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다룬 책이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스마트폰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쓰이고 있는 것인가?'이다. 후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유리감옥'의 유리도 스마트 폰의 액정 화면이다.

저자 니콜라스 카는 '자동화가 우리가 해왔던 일을 포기하게 하기보다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마도 일부 기업들이 최근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의 사용을 제한하고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해당되지 싶다.

그러고 보니 퍼스널 컴퓨터가 일반화되던 때에 얼마 안 가 종이의 소비가 대량 줄어들면서 산림의 보존으로 자연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 이후 지금까지 종이 소비량이 대량 줄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지우개로 지우고 오려 붙이며 종이에 글씨를 쓰던 때보다 오히려 지금 종이를 더 소비하고 있다. 받침 하나만 틀려도 문서 전체를 다시 출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저자는 많은 부분을 무인운전자동차,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 드론 등의 부작용을 들추는 데 할애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첨단기술이 가장 치열하게 적용되고 있어서다. 네비게이션이 없었을 때도 우리는 이정표와 지도, 차창 밖으로 고개 내밀어 물어가면서 목적지를 잘 찾아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뻔히 아는 길도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으면 운전이 답답하다고 여긴다.

저자는 그보다 컴퓨터가 운전을 하는데 애완견이 갑자기 길 위에 뛰어들 경우 그걸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꺾을지, 차 안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냥 달릴 지의 윤리적 판단까지 컴퓨터에게 맡기겠느냐고 묻는다. 같은 이유로 자동항법장치가 작동되지 않는 비상상황에서 조종사들의 수동조작기술이 점점 퇴화되고 있고, 그 이유로 일어난 추락 사고들을 거론한다. 이런 퇴화의 위험은 의사도 같은 입장이다.

저격수 드론이 지나가는 행인에 대해 76% 테러범, 24% 무고한 행인으로 판단할 경우 컴퓨터는 과연 방아쇠에 어떤 명령을 내릴 지도 저자의 관심거리다.

저자는 "(자동화로 할 일이 없게 된) 우리의 영혼을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동화에 저항하는 것은 결코 부질없는 짓이 아니다"라며 유리감옥에서 스스로 나오도록 고민을 같이 할 것을 제안한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유리감옥=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368쪽. 1만6000원.

 

 

가을 문턱 으스스한 추리소설 어때요
 
여름이 '추리소설의 계절'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가을 독서의 계절을 맞아 서점가에 다양한 소재의 추리소설들이 나와 있다. 이번 추석에 딱히 계획이 없다면 으스스한 추리소설을 읽으며 짜릿한 '공포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힐 하우스의 유령'(엘릭시스)은 애거사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가워할 작품이다.

고딕 미스터리의 대가 셜리 잭슨의 대표작으로, 추리소설과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인 '귀신 들린 집'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렸다.

일단 집 안에 사람이 들어오면 밤새도록 문을 두드리고 냉기를 흘려보내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저택의 악의에 소름이 오싹 끼친다. 스릴러 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은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 '샤이닝'을 썼다고 한다.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등 책 중간 중간 작가가 인용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냉혹한 이야기'(피니스 아프리카)는 '포스트 애거사 크리스티'로 불리는 캐나다 작가 루이즈 페니가 쓴 추리소설이다.

스리 파인스라는 그림 같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평화로운 일상이 깨지면서 이상적인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왔던 주민들은 공포와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데…

선하지만 선하지만은 않은, 악하지만 악하지만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본성을 꿰뚫는 작가의 통찰력과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5년 '흙속의 아이들'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스릴러 '미궁'(자음과모음)도 출간됐다.

어린 시절 이중인격 분열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주인공이 일가족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자신의 연인에 대한 진실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흡입력 있게 그려냈다.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사마다 소지의 본격 미스터리 소설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검은숲), 1996년 뉴욕에서 출발해 파리로 가던 중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한 여객기 TWA 800기를 소재로 한 넬슨 드밀의 스릴러 '나이트 폴'(RHK), 일본 작가 도바 순이치의 미스터리 경찰 소설 시리즈 '사슬'(혼미디어)도 나와 있다.  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