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읽은 스릴러 소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2016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책상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었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사만다 헤이즈의 <언틸유아마인>처럼 영어 제목을 그대로 썼다.
독특한 느낌의 표지도 좋았고, 두께도 적당해 보였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스릴러 소설이기에 기꺼이 책을 펼쳐 들었다.
한 여자가 달빛이 비치는 숲 속을 달린다.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도 한다.
무엇에 쫓기는 걸까? 아니면 무엇을 쫓는 걸까?
그렇게 도로로 뛰어 나온 여자는 쓰러졌고, 병원에서 눈을 뜬다.
여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조각난 기억을 짜 맞추기 위한 여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더니, 결국 그 날 밤을 새웠다.
가끔 잊고 지낸 친구들에게 연락 올 때가 있다.
예전엔 반갑고 좋았는데 이제는 그저 '결혼하나?' 싶다.
그리고 예상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자고 연락하면 정말 반갑고 고마울 것 같은데…….
세상이 그렇게 훈훈하지만은 않더라.
이 책의 주인공 노라도 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친구 클레어의 싱글 파티에 초대된다.
클레어는 아주 오랫동안 노라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노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화번호도 남기지 않고 떠나왔다.
그 뒤로 10년 만이다. 왜 지금일까?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노라는 불안하고 불편하다.
범죄 소설 작가 노라. 그녀는 어린 시절 자란 곳을 떠나 이름까지 바꾸고 한정된 인간관계만을 유지하며 지낸다.
그녀에게도 아름답고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있었고, 애인과 뜨거운 사랑도 나눴으며, 연극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녀에게 클레어는 완벽하게 과거 속의 사람이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다섯 살 아이들은 뜻밖에 잔인하다. 어른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한다.
외모, 가족, 말투, 냄새, 옷을 들먹이며 상처를 준다.
회사에서라면 언어폭력으로 해고를 당했을 법한 말도 학교에서는 자연스러웠다.
반마다 인기 없는 아이는 따돌림을 당했다.
다들 그 아이와 짝이 되기를 거부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손가락질을 하고, 체육 시간에 팀을 나눌 때마다 마지막으로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반에는 여왕벌이 있었다.
우리 반 여왕벌은 클레어였고, 클레어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다.
고민 끝에 파티에 참석하기로 한 노라는 친구 니나와 함께 파티장으로 간다.
파티장은 교외의 외진 숲 속에 위치한 유리와 강철을 섞어 지은 독특한 집이었다.
유리집보다 독특한 건 파티 주최자 플로의 태도였다.
사이비 종교인처럼 맹목적으로 클레어를 따르는 모습이 마치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사람들이 모이고, 그 정신 나간(?) 플로의 지휘 아래 2박 3일 일정의 싱글 파티가 시작됐다.
노라는 클레어가 자신의 기억보다 더 너그럽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는 클레어가 많이 변한 것 같아. 예전보다……." 말을 멈추고 머릿속으로 적절한 표현을 골랐지만 찾을 수 없었다. "더 착해졌어."
"사람은 변하지 않아." 니나가 씁쓸하게 말했다. "전보다 치밀하게 자기의 본모습을 숨길 뿐이지."
교외의 외진 숲 속, 눈이 내리고 전화마저 끊긴 유리집에서의 싱글 파티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마지막 날 밤, 총성이 울렸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는 즐겁고 유쾌해야 할 싱글 파티가 악몽으로 변하는 전형적인 스릴러의 골격을 지녔다.
무엇보다 독특한 인물과 유리집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매혹적인 작품이다.
나무로 둘러싸인 유리로 만들어진 집은 소설 속 제3의 캐릭터가 되어 전반적인 정서를 이끈다.
그래서일까? 스릴러 소설 특유의 잔혹함 없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결론으로 이르는 맺음과 풀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밤새워 읽고 말았다.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은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독서가 될 것이다.
스릴러소설,
인어다크다크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