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십 대에 생각하던 나의 삼십 대의 모습은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삼십 대를 맞이하면서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또 한 번 통감했다. 이십 대보다는 분명 안정되고 여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삼십 대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온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언가 다른 변화가 있어야 생각했고, 그 무언가가 평소에 안 하자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뛰어들자니 돈을 잃을 것 같은 존재라 생각하던 재테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재테크는 크게 은행을 이용한 재테크, 증권사를 이용한 재테크, 보험사를 이용한 재테크, 부동산을 이용한 재테크 그리고 세금을 활용한 재테크로 나눌 수 있는데, 나는 펀드, 증권 등 금융 관련 지식이 신생아 수준이기에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부동산 경매에 관심이 생겼다. 물론 전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선택한 책이 바로 <즉시 팔고 바로 버는 부동산 경매 단기투자>이다.

 

저자는 부동산 경매판은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사람 중 1년 이상 버티는 사람은 열에 한 명 정도라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부동산 경매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ㅡ_-+!!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저자는 자세하게 알고 있었고, 그의 경험이 녹아 있는 명쾌한 설명을 읽고 나니 생각을 달리 먹게 되었다.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상대한 것은 대부분 임대수익용 주거물건이며, 이런 물건은 낙찰받아서 이를 임대 준 뒤 월세 수입을 얻고, 차후에 시세가 오르면 매각해서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마치면 이후부터는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에 맡겨야 하는 물건으로 장기투자에 가깝고 팔고 싶을 때도 내 맘대로 팔 수 없다고 한다. 주변에 건물 임대용 문어발 전단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기본 부동산 재테크 관련 책만 읽고 시작했다면 나도 문어발 전단을 붙이고 다니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그래서 경매를 잘하는 사람은 낙찰부터 매매까지 통제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물건을 선호한다고 한다.

 

저자는 특수물건. 즉, 단기투자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라고 한다. 단기 투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팔아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느냐 라고 한다. 부동산 경매를 시작하려고 하는 내게 꽤 인상적인 말이라 생각한다. 낙찰받은 때부터 상대와 최대한 협상을 하고 압박해서 최대한 단기에 매도하고 끝내야 한다. 단기 투자는 일반 부동산과는 많이 다르다. 일반 부동산과 달리 낙찰 후 되팔게 되면 투자가 완료되기 때문에 세입자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고, 투자금도 묶이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만의 단기 투자 노하우가 있었다. 주로 법정지상권과 지분, 도로 이 세 가지를 위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부동산 경매 초심자가 봐도 상당히 전략적이라 생각된다. 심리전도 만만치 않다. 저자의 사례를 읽다 보면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부동산 경매 초심자인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단기 투자물건이 무엇인지, 어떤 물건을 선택해야 하는지, 만약 낙찰을 받았다면 상대에게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등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어서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부동산 경매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막 시작하는 초심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부동산 경매만을 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단기투자 부동산 경매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시팔고바로버는부동산경매단기투자

 

요즘 십 대 청소년은 확실히 내가 자라왔던 시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 요즘 청소년들은 일단 겁이 없다. 그리고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이 한 행동에 책임감을 전혀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적어도 내가 십 대일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그럼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 던져진 아이들은 친구와의 협동보다 경쟁하는 것을 먼저 배운다. 또 우리 어른 세대는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자신의 말에 복종하고 잘 따르기만 바라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 모여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사회가 따로 만들었기 때문 아닐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요즘 십 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엿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엔 요즘 아이들이 어른 세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아이들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십 대 소녀 조이가 자신이 가진 비밀을 이야기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감옥에 있는 한 사형수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몰랐던 사실인데 미국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밖에 사람들과 펜팔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이는 처음으로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한 남자아이를 죽였다고 사형수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그 아이를 왜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죽은 아이가 누구인지는 바로 밝히지 않는다. 이 책은 조이가 사형수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 즉 서간체로 되어있다. 그리고 상당히 일방적인 대화의 형식을 띠고 있다. 조이가 보내는 편지를 사형수가 잘 받아보고 있는지, 만약 편지를 받았다면 편지를 읽은 후 그의 반응은 어떠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 독특했다. 조이가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 계속될수록 흡사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십 대 소녀인 조이는 과연 어떤 사건 때문에 남자아이를 죽이게 된 것일까 하고 머릿속으로 추리하며 읽게 되니 말이다. 다행히 평소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느낀 것은 조이가 자신의 사생활 이야기는 여동생인 '소프'하고만 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이의 부모는 둘 다 변호사 출신으로 조이 역시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공부 이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엄마의 클래스!! 교육열에 불타는 한국 어머니의 상을 영국 소설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조이 아버지의 실직 때문에 부부간의 다툼이 잦았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조이가 자신의 사생활을 부모에게 말할 수 없음은 당연했다. 하물며 남자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은 더욱더 털어놓기 무섭고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조이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형수를 찾아 그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죄에 대해 속죄하고 자기반성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조이와 사형수. 이 두 사람 모두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이었지만 순간의 실수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형수는 결국 죽게 되지만, 조이는 용기를 내어 고통스러웠던 시간에서 혼자 벗어나려 노력한다. 만약 부모가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마음을 나눴다면 조이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줄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십 대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다만, 내 기준으로 15금 정도 되는 장면이 가끔 나오니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케첩클라우즈

 

순수의 시절은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음유시인 신철이 순수했던 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그림책이다. 그의 사랑은 설렘으로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하지만 열정의 순간이 지나자 상념과 괴로움으로 힘들어했고, 결국 이별을 한다. 지금은 그리움이 된 그의 순수했던 시절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조금은 촌스러운듯하면서도 그 속에 순수함이 묻어나는 그림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 신철 작가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책이었지만, 다 읽은 지금은 그림 위에 한두 줄 써놓은 글귀가 더 마음에 든다.

 

누구나 하나쯤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산다.
그것이 시절이든 사람이든…

 

책을 펼쳐 들고 가장 먼저 만난 이 글귀에 잠시 잊었던, 묻어 두었던 한 여자가 하필 떠올랐다.
나는 그녀가 그리운 걸까. 그녀와 함께한 시절이 그리운 걸까.
작가는 "그리운 건 사람 아니라 사람이 지난 흔적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헤어지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라 그런지 이제는 그녀보다 함께한 그 시절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 그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헤어진 시간이 짧았다면 분명 그녀가 더 그리웠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고 나는 흡사 내 사랑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보는 내내 그녀와 함께했던 시절이 겹쳐 책이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한참 동안을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쭈빗, 신철 작가가 생각하는 첫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는 쭈빗인가보다.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첫 사랑의 '설렘'이란 단어와 '쭈빗'이란 단어, 둘이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서로 애틋해지면 헤어지기 아쉬워 자꾸 말이 많아진다.
이런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헤어지는 게 아쉬워 서로의 집을 번갈아가며 바래다주고, 다시 바래다주고…
그리고 이 행복이 어느 순간 깨질까 두려워지기도 한다.

 

초승달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눈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어쩌지요
보고 싶어요, 당신이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그래,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랬었지 하며…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사랑은 그렇게 갑자기 상념이 되고 결국 이별이 되었다.
등이 시린 계절에 나는 가끔 꺼내 볼 사랑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본다.
나와 너무도 닮아있는 이야기라, 책에 쉽게 동화되었고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쓰면서 느꼈을 감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끔 나도 마음속으로 물어보곤 하니까. 그녀도 가끔 내 생각을 하는지… 라고 말이다.
가뜩이나 감정에 잘 휘둘리는데,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니 어김없이 감정에 치우친 글이 되어버렸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순수의 시절>이 잠시 잊었던, 그리고 묻어 두었던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그런 책이라는 것이다.

순수의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