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영어와 마주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불쑥 찾아와 당혹케 한다.
하지만 영어가 삶의 방향 자체를 바꿔 놓는 경우도 있다.
지리멸렬했던 삶이 화려한 삶으로 바뀌기도 하고, 평범했던 삶에 희망이 되어주기도 한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가 영어를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우린 좋든 싫든 영어란 녀석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학창 시절, 내게 영어는 늘 어려운 존재였다.
오랜만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초가 부족했기에 분사(分司)나 동명사(動名詞) 등 영문법 용어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정확한 개념을 잡는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유명한 강의를 찾아다니며 들어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난 안되는가 싶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결국에는 많은 문제를 풀어보고 틀려가며 강제로 이해시키는 아주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공부했다.

다시 영어를 시작하면서 우연히 <닥터 잉글리쉬 - 문법·품사> 편을 만났다.
품사와 문법을 아주 쌩(?) 기초부터 다룬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문법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허탈함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문법들이 거짓말처럼 짜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흥미로운 것은 영어가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문법·품사 편을 하루 만에 완독하고, 문법·문장구조 편을 기다리는 동안 두 번을 더 읽었다.
문법·문장구조 편을 기다릴 땐 심지어 설레기까지 했다.
내가 영문법 책을 기다릴 줄이야. 예전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닥터 잉글리쉬 - 문법·문장구조> 편은 조금(?) 두꺼워졌고, 내용도 깊어졌다.
여전히 설명은 쉽고 명쾌했다. 일대일 수업을 받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책장을 정신없이 넘겼다.
문장의 5형식을 시작으로 to부정사, 동명사, 분사, 명사절, 형용사절, 부사절, 가정법…, 특수구문까지 본격적인 영문법이 담겨있었다.

문법·품사 편 서평을 쓸 때 공시생들은 문법·품사 편을 읽고 기본서를 보라고 조언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기본서를 보는 것이 좋겠지만, 시간이 없고 기초가 부족하다면
<닥터 잉글리쉬> 문법·품사 편과 문법·문장구조 편을 일단 완독하고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내 경우엔 만 문제 이상 풀었던 거로 기억한다. 물론 어휘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

영어를 잡지 못한 채 겨울을 맞이한다면, 그해 농사(합격)는 끝났다고 한다.
공무원 시험에서 영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인데 아직도 영어를 잡지 못했다면 <닥터 잉글리쉬>를 권하고 싶다.
일단 가독성이 좋아서 이 두 권에 집중한다면, 일주일이면 두 권을 2회독 정도 할 수 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가장 적당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네이버 카페도 운영하고 있으니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은 묻고, 답을 받아보며 독학을 해도 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닥터 잉글리쉬 - 독해> 편도 있다는 거 같으니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닥터잉글리쉬, 영문법, 문장구조

 

 

 

다들 그렇겠지만, 내게 영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녀석이다.
학창시절에도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더니, 취업할 때까지 괴롭히더라.
심지어 취업 후에도 불쑥 찾아와 당혹케 하는 그런 녀석이다.
학창시절 보던 <성문 기본영어>와 <맨투맨>, 공시 준비할 때 보던 <코아 잉글리시> 등이 아직 책장에 꽂혀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합격과 동시에 영어 따위는 다시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또 언제 찾아올지 몰라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무슨 변덕인지 다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영어를 놓은 7~8년은 된 거 같은데, 이렇게 생각나는 거 보니 그동안 미운 정이라도 들었나 보다.
아니면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가? ㅎㅎㅎ

 

 

책장에서 문법책 한 권 집어 들고 몇 장 넘겨 보았다.
오래된 책 냄새가 좋다.
옛날 영어 문법책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입증된 책일 테지만 내용이 다소 딱딱한 편이다.
몇 장 넘기다 보니 금세 지루해지고,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졌다.
덕분에 열심히 하고자 했던 의욕도 살짝 꺾였다.
그래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문법책을 검색하다가 <닥터 잉글리쉬>를 알게 되었다.
무려 30만 네티즌이 극찬한 책이란다.
사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막막했는데 이 책 덕분에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문법책은 다들 이렇게 센스 있게 나오나?
딱딱한 문법책으로 공부했던 내겐 그야말로 신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중·고등학교 때 이런 책들이 나왔었다면…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공부를 안 했겠지만… ㅎㅎㅎ
아무튼, 난 이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었다.
소설책도 아닌 무려 영어 문법책을 말이다.

이 책은 <문법·품사>와 <문장구조> 이렇게 두 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내가 읽고 서평을 쓰는 책은 시리즈 중에 첫 번째 책인 <문법·품사> 편이다.​
저자는 문장의 구성과 영어의 기본원칙을 시작으로 명사, 관사, 대명사, 동사, 그리고 조동사까지 대화하듯 이끌어간다.
그리고 장마다 독자의 문법 실력을 진단하고 그것에 맞게 처방해준다.
암기가 필요한(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내용은 쉽게 외울 수 있는 암기 노하우도 알려준다.

책에 실린 모든 예문에는 해설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영어를 오랜만에 접했음에도 부담이 없었다.
적어도 모르는 단어와 해석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누구에게 물어보기 창피할(?) 수 있는 헷갈리는 기초 문법들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궁금했지? 하며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설명해준다.
저자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무료 동영상 강좌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영어 초심자가 읽기에 더없이 좋은 문법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30만 네티즌을 감동하게 한 이유가 바로 이런 작은 배려들 때문 아니었을까?
이 책은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문법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공시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으로 기초를 확실하게 해두고 기본서를 접하면 더 깊숙하게 와 닿을 테니까.

닥터잉글리쉬, 기초영문법, 영문법

 

 

 

책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소위 '팬질'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서른 넘어서 팬질이라니…….
뭐, 좋아하고 아끼는 작가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ㅎㅎㅎ
아무튼 내가 아끼는 작가 중 한 명이 바로 더글라스 케네디다.
독특한 표지에 끌려 읽게 된 <더 잡>이 그의 작품 모두를 모으게 만들었다.
그의 소설은 항상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그의 신간도 마찬가지였다.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핑계(?)들에 대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번 신간은 지금까지의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집이다.
장편소설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의 유일한 단편소설집이라는 타이틀도 내겐 꽤 멋진 선물이 되었다.​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부랴부랴 <픽업>을 펼쳐 들었다.
횡령과 금융사기를 치다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기꾼의 이야기 <픽업>을 시작으로,
전 부인의 결혼반지를 탐내는 변호사, 전화 한 통화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변호사, 18년 만에 다시 만난 연인 등등
딱 더글라스 케네디다운 단편소설이 12편 실려 있었다.

우리는 왜 우리의 삶에 깃든 모든 좌절과 실패의 원인이
사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까?
우리는 자주 상처받았다고 여기지만
사실 상처를 입힌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그의 소설을 읽다 보면 결혼한 남녀 이야기가 많은데, 그들은 행복하기보다는 불행한 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실패를 만났는지 모르겠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씁쓸한 마음이 드는 한편, 결혼이란 것은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ㅎㅎㅎ
하지만 그가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삶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가를 진지하고 깊이 있게 다룬다.
좌절과 고뇌, 실패와 배신 등으로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그리고 용기를 준다.
가끔 인생을 잘못 산 것 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의 소설이 생각나는 걸 보면 많은 위로가 되었나 보다.​

누구나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우리가 스스로 가두어버린 둘레에서 벗어나 단지 한 발짝만 앞으로 내디디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두려워 옴짝달싹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장편소설이 그런데 하물며 단편소설집은 어떻겠는가?
내가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3시간 정도로 끊은 기억이 난다.
12편을 하나하나 몰입해서 정신없이 읽었다.
그의 팬이라면 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단편소설집도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더글라스케네디, 단편소설집, 픽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