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 있는 초로의 남자, 장도진에게 그의 첫사랑 '한설'을 닮은 젊은 여자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도진의 딸이라고 알린 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라 말한 뒤 떠났다. 시작부터 이 두 사람의 사연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도진의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도진은 자신이 어릴 적 간첩 누명을 쓰고 죽은 형과 형이 죽은 충격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형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형이 다녔던 대학에 입학했고, 형이 활동했던 동아리 '민들레'에 들어갔다. 그리고 민들레 동아리 방에서 형이 마지막으로 남긴 밀지를 발견한다.

 

도진은 민들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한설'을 처음 만난다. 도진에게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이는 과거에 다리를 절게 되면서 자연스레 생긴 능력이다. 그리고 한설의 눈에서 자신과 똑같은 눈을 발견한다. 그렇게 한설은 그에게, 그녀는 도진에게 서로의 첫사랑이 되었다.

 

한설이 독일로 떠난 후 그는 형의 죽음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목표를 잃고 무미건조하게 생활을 했다. 적당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 하나를 낳았으며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사장에게 사기당한 그는 사장을 망치로 날린 후 노숙자 생활을 하며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런 그를 그의 사촌인 기상이 발견했다. 그리고 얼마후 도진은 기상의 회사 임페리얼의 여사장이 자신이 그토록 찾고 그리던 첫사랑 한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설은 도진을 자금부 상무로 채용하고 유망 중소 게임회사의 적대적 M&A 업무를 지시했다.

 

그런 도진에게 죽은 형의 진실을 알고 있는 강태완이 임페리얼을 떠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한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며 어떻게든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주어진 일을 성사시켜왔던 도진은 그녀 곁을 떠날 마음이 없었다. 강태완 말대로 한설이 사장으로 있는 임페리얼이라는 회사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도 말이다.
조금씩 임페리얼의 실체에 대해 알아갈 때쯤 한설은 도진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는데…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정식 작가가 아닌 현직 공인회계사의 첫 작품이라고 해서 망설여졌다. 게다가 석 달 만에 완성한 작품이라니…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편견을 가지고 책을 읽었으니 처음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이야기의 반전과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책을 덮는 순간 와…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잘 몰랐던 대한민국의 침울했던 그 시절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괜찮은 책이라 추천하고 싶다.

한설

 

최근 나 자신의 한계를 느꼈던 탓일까…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라는 제목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대표적 저서 다섯 권을 토대로 쓰인 책으로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한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무실 책상에 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읽거나, 화장실에 틈틈이 읽거나, 가까운 공원이나 외출할 때 들고 나가서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심리학의 거장 프로이트와 칼 융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그들조차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알프레드 아들러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었다. 심리학자의 3대 거장 중 한 명이라는데 인지도 없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어록을 마주했을 땐 이것이 정말 심리학 이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쾌한 그의 문장에 내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러의 주옥같은 어록도 어록이지만, 심리학자의 말을 담아두었다기 보다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담아놓은 것 같은 감성적이고 감각있는 편집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했다. 분명 심리학자의 어록이지만 그의 어록은 이상하리만큼 감성적인 사진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출판사의 센스에 감탄~!!

 

알프레드 아들러의 글을 읽다 보니 어떤 글귀는 가슴 깊이 새겨두고 싶어지고, 또 어떤 글귀는 곱씹어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어떤 글귀는 지금까지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지냈던 나(게으르고 용기가 없던 나)에게 따끔하게 충고를 한다. 책을 덮었을 땐 나를 가로막는 나의 한계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게 읽은 아들러의 어록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힘든 것이다.
어려움에서 나를 구출해내는 것도, 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나 자신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날르 방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뭔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에는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추적해보아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항상 당신을 가로막은 것은 당신이었다. - 16페이지

 

사람에 따라서 같은 경험이 다양하게 해석되고 기억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왜 인간이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바꾸지 않는 것인지.
왜 경험을 왜곡하면서까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지켜려 하는지.

인간에게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알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 152페이지

 

열등감 콤플렉스가 있는 데다가 용기가 부족한 것, 이 조합은 사람으르 망가지게 한다. - 182페이지

항상나를가로막는나에게

 

2010년 기업사냥꾼이 유망기업인 씨모텍과 제이콤을 사채를 통해 인수했다. 그리고 기업의 현금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끌어들인 투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할 때 끌어쓴 사채비용을 갚았다. 그 과정에서 1,000억에 가까운 돈이 사라졌다. 이른바 씨모텍 사건이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팩션 소설 <제로테크>는 기업사냥꾼에 대해 알지 못하던 내게 꽤 충격이었다.

 

고아로 자라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낸 <제로테크>의 주인공 영두는 서른다섯 살인 지금 명동에서 사채업자 겸 조폭 두목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영두는 그가 형님으로 모시던 기업사냥꾼이자 정치브로커인 이상철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제안을 받아들인 영두는 이상철의 수족이 되어 기업을 사냥하는 사냥꾼으로 은밀하게 활동했다.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기술력도 있고, 현금력도 있는 나름 튼튼하고 유망한 <제로테크>. 명동에서 사채를 통해 자금을 만든 후 덫을 놓고 자금으로 상대를 압박한 후 미리 만들어 놓은 페이퍼 컴퍼니로 <제로테크>를 인수했다. 100억으로 1,000억짜리 회사를 먹은 것이다. 아니 100억조차도 인수한 <제로테크>에서 유상증자를 받아 사채를 갚으니 결국 그들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1,000억짜리 회사를 먹은 것이다. 유상증자를 받는 과정에서 이상철에게 약점이 잡힌 성화종(전종화, MB의 조카사위)가 얼굴마담 연루되어 있었다.

 

이상철은 정 · 재계의 막강한 인맥을 통해 4이동통신관련 정부계획을 미리 입수하고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 회사를 만들어 <하이컴>이라는 회사를 인수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자 MB정부에서 4이동통신관련 정부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것이 이상철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로테크>와 <하이컴> 모두 4이동통신 사업에 태운 후 기술자를 고용해서 주가를 조작했다.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개미투자자들은 빠지게 되었다. 영두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그를 돕는다. 그래야 자신도 친구도 데리고 있는 동생들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 이 책을 보고 씨모텍 사건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다. 등장인물과 기업 이름이 미묘하게 달랐을 뿐 거의 모든 것이 닮아 있었다. 당시 피해를 당사자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독자로서 꽤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잘 살린 일러스트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기업사냥꾼에 의해 325곳이 상장폐지 됐고, 그 피해액만 45조 원에 이르지만, 이들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알리고 주식투자자에게 기업사냥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로태크, 씨모텍